개인화된 한국 사회 향한 명료한 메시지
수원시립공연단의 올해 첫 정기공연 연극 ‘억울한 여자’가 3월24일부터 26일까지 수원 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일본의 극작가 쓰치다 히데오가 집필하고 수많은 연출가들에 의해 무대에 올랐던 연극 ‘억울한 여자’는 2001년 일본 초연에 이어 국내에선 2007년에 소개된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연극은 무료한 삶을 보내고 있는 소도시 사람들과 그곳에서 갓 결혼한 유코와 다카다 부부를 따라간다. 자신과 다른 타인을 인정하지 않고 남들과 조금 다르고 유별나다는 이유로 개인을 비정상으로 몰아가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유쾌하고 산뜻하게 풀어냈다. ‘정상’이라는 틀을 만들어 놓고, 그 틀 안에서 벗어나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과연 정상인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이 연극이 2023년 지금 다시 무대에 올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태환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은 현재 한국 사회의 나타나는 양상에서 연극과의 연결고리를 짚어냈다.
구 감독은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면서 한국 사회는 극도로 개별화됐고 개인주의로 인한 딜레마 역시 짙어졌다”면서 “일본의 사회상을 짚어냈던 대본을 다시 꺼내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극에 묘사된 일상 속 대화, 사람들의 감정이 오가는 모습을 통해 현재 한국 사회와 연결고리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감독은 이번 연극을 준비하면서 웃음 뒤에 가려진 여러 갈등을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을 통해 극대화하는 방식에 관해서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특별한 각색 없이 희곡의 내용을 살려서 가되 배우들이 텍스트를 어떻게 해석하고 살려낼 수 있는지 살펴보는 데서 연극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면서 “각 배우들이 그런 요소들을 자신에게 맞게 해석하고 소화하면서 표현하는 방식에 관해 다양한 고민들을 했으니 그 부분에 집중해서 본다면 연극을 200%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 감독은 홍민아 배우가 주인공 ‘유코’ 역을 맡은 데 대해 “평상시에 홍 배우가 굉장히 유쾌하고 털털하면서도 보이시한 매력도 지닌 모습을 보여주는데, 연기할 때는 굉장히 섬세한 감정선을 잡아내는 걸 보며 자기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엔 극단 단원 전원이 참여한다. 또 지난해 선보였던 연극 ‘봄의 노래는 바람에 흐르고’에서 감초 ‘춘근’ 역을 맡았던 김희창 배우가 수원시립공연단과 한 번 더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구태환 예술감독은 “극단 단원들이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이번 작품을 준비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며 “메시지도 간결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인 만큼, 수원 시민들께 연극 다운 연극을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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