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왕이 있었다. 어느 날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때 잠결에 두 명의 신하가 나누는 대화를 엿듣게 됐다.
한 신하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좋은 옷 입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편하게 사는 것은 모두가 왕의 은혜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흐뭇한 감정이 일어났다.
그런데 다른 신하가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다.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사는 것은 왕 덕분이 아니다. 모두 자기 복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두 신하의 대화를 듣고 왕은 생각했다. “그래, 다 자기 복대로 살아간다는 말이 있긴 하다. 하지만 막상 신하의 입에서 왕의 덕택으로 편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복으로 편하게 산다고 말을 들으니 서운한 마음이 드는구나.” 살짝 감정이 상했지만 이런 일로 신하를 꾸짖는다면 오히려 체면이 구겨질 것 같았다.
그래서 왕은 이런 결정을 내렸다. “왕의 은혜로 편하게 산다고 말한 저 신하에게 큰 상을 내려줘야겠구나. 그래서 자기 복대로 살아간다고 말한 저 신하의 배를 아프게 해줘야지. 허허허.” 왕은 잠에서 깬 척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왕비에게 편지를 썼다. 왕비에게 당부하기를 ‘이 편지를 배달한 신하에게 값진 보물을 상으로 주시오’라고 적은 뒤 단단히 밀봉했다. 그리고 ‘왕의 은혜로 살아간다’라고 말한 신하를 불러 그에게 편지를 주며 왕은 명령을 내렸다. “이 편지를 곧바로 왕비에게 전해다오. 절대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지 말고 반드시 그대가 갖다 드려야 하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왕이 궁전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는데 한 신하가 곁에 와서 왕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올리는 것이다. “왕이시여, 얼마 전에 왕비께서 왕의 선물이라며 큰 보물을 내리셨습니다. 황송하고 감사하옵니다.” 왕이 고개를 들어 그 신하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는 깜짝 놀랐다. 선물을 받았다고 인사를 한 그 신하는 ‘편하게 사는 것은 왕의 은혜가 아니라 다 자기 복대로 사는 것이다’라고 말한 얄미웠던 신하였기 때문이다. 본래 선물을 주고 싶었던 신하에게 보물이 간 것이 아니라, 서운하게 느꼈던 얄미운 신하에게 보물이 내려갔으니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왕은 사람을 불러 이전에 편지 배달을 시켰던 신하를 데려오게 하고는 전후 사정을 질문했다. 그 신하가 대답했다. “왕이시여, 그날에 제가 왕비에게 드릴 편지를 가지고 급히 길을 걷다가 계단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코피를 쏟아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됐습니다. 이에 편지를 제가 직접 갖다 드리지 못하고 옆에 지나가던 저 신하에게 대신 부탁한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사정을 모두 이해한 왕이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 자기가 지은 복대로 살아간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구나. 내가 저 신하에게 보물을 주고자 했음에도 결국 받는 자는 따로 있었구나.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은 왕의 권력이지만, 국왕의 힘도 복의 힘을 이기지 못하는구나.”
옛날 옛적 동화 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실제 인생을 살다 보니 ‘복’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노력한 만큼 잘 안 풀릴 때도 있고, 때로는 전혀 바라지 않았는데도 놀라운 성과를 거둘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복을 만드는 것도 결국 자기 자신임을 알아야 한다. 내 인생을 개척하는 주인공은 결국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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