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자공이 미워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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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초빙교수

당신은 어떤 사람을 꺼리고, 싫어하는가?

 

논어 ‘양화(陽貨)’편에 보면 “너도 미워하는 것이 있느냐”는 공자의 질문에 제자 자공은 “남의 것을 훔쳐 자신의 지식으로 삼는 사람을 미워하고, 겸손하지 않은 것을 용맹으로 여기는 자를 미워하며, 들춰내는 것을 정직하다 여기는 자를 미워합니다”라고 대답한다.

 

이 중에서 자공이 첫 번째로 거론한 대상인 “남의 것을 훔쳐 자신의 지식으로 삼는 사람(惡徼以爲知者)”이 오늘 이야기할 주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주장, 창작물을 표절해 자신의 것처럼 내세우는 사람, 자공은 이들을 미워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표절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잊을 만하면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학위논문 표절 문제가 언론을 장식한다. 학자들의 표절로 유명 저널과 유명 대학들이 홍역을 치르는 일도 드문 모습이 아니다.

 

어디 그뿐인가. 학생들에게서 표절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왜 표절이 잘못된 행위인지,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인용할 때는 어떻게 출처를 밝혀야 하는지 설명해줘도 여전히 표절한 과제물을 제출하는 학생들이 있다. 카피킬러 같은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사용하겠다고 밝혀도 근절되지 않는다. 심지어 이제는 ChatGPT까지 등장했으니 표절과의 전쟁을 치러야 할 판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된 원인을 디지털 기술의 탓으로 돌린다. 인터넷 안에 수많은 정보가 넘쳐 나고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검색만 잘하면 몇 초 안에 필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Ctrl-V와 Ctrl-C로 그 자료를 내 것처럼 만드는 일도 쉬워졌다. 위키피디아, 나무위키 같은 자료는 흡사 나를 가져다 쓰라고 유혹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표절하기 쉬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사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 디지털 기술 안에 그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해도 사람이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폐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표절이 쉬워진 만큼 왜 표절하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더욱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먼저 표절은 내가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내던져 버리는 일이다.

 

다음으로 표절은 지식을 도둑질하는 행위다. 남의 것을 내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을 기만하고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이기도 하다.

 

나아가 표절하는 행태가 만연하면 그 사회는 신뢰를 상실하게 된다. ‘이 글이 과연 저 사람이 쓴 글일까’ 의심하게 되고 ‘다른 사람이 쓴 걸 가져다 쓰면 어때? 좀 바꾸면 그만이지’ 하며 타인의 노력을 가로채는 일을 무감각하게 만든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만약 표절한 사람이 적발되지 않아 좋은 성적을 받게 된다면 학교 교육도 위기를 맞을 것이다.

 

자공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다. 비단 표절만이 아니다. 남의 아이디어와 공로를 훔치는 사람들, 그것을 자신의 성과인 양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가져올 신뢰의 위기를 우려하는 것이다.

 

당장은 별일 아닌 것처럼 보여도 공동체를 흔들 수 있는 사안임을 경고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남의 것을 훔쳐 자신의 지식으로 삼는 사람을 미워합니다”라고 엄숙히 말하는 거다.

 

이는 바로 오늘날의 우리가 명심해야 할 내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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