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13-⑥ 돌로레스 이달고 ‘독립 갈망’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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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레스 이달고 중앙광장. 박태수 수필가

 

‘돌로레스 이달고’시는 지리적으로 과나후아토와 산 미겔 아옌데 사이에 있는 작은 도시이지만, 식민시대를 종식하는 ‘돌로레스 절규’를 외친 미겔 이달고가 품은 역사적인 의미가 깃든 곳으로 멕시코 사람들에게는 독립투쟁의 성지 같은 도시다. 하루 일정으로 둘러보고 근대 멕시코로 출발하는 시발점으로서의 의미를 기억하며 과나후아토로 떠난다.

 

세계사를 강자와 약자라는 이분법으로 살펴보면 힘이 센 나라가 약한 나라를 침범했던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강대국은 약소국을 영원히 지배하지 못했다. 약자는 투쟁을 통해 주권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곧 깨닫게 된다. 중남미 여러 나라는 근대사에 에스파냐와 유럽 강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수많은 투쟁의 역사가 있다. 특히 북미에서부터 중미까지 넓은 영토를 가졌던 멕시코도 우리의 3·1 운동처럼 항쟁해 독립을 쟁취한 역사적 사실을 돌로레스 이달고에서 보며 동병상련의 정감을 느낀다.

 

밖은 이미 어둠이 깔렸다. 차창 밖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문득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시대 아테네 동맹국이 약소국인 작은 섬나라 멜로스를 쳐들어가 항복을 요구하자, ‘아테네와 스파르타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겠다’라며 평화적인 해결을 원했으나 아테네 대답에서 약소국의 서러움을 느낀다. “강자가 약자를 지배한다는 자연의 법칙은 이전부터 있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할 것이다. 입장을 바꿔 당신이 강대국이고 우리가 약소국이라면, 당신도 우리처럼 행동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라는 매몰찬 대답에서 보듯이 어느 나라든 부국강병은 그 어떤 것으로도 피할 수 없는 진리인 것 같다.

 

오늘도 인식과 습관이 주는 편안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체험한 하루다. 과나후아토 신시가지에 있는 버스 터미널에 내려 내일 아침 일찍 ‘산 미겔 아옌데’로 갈 버스표를 예매하고, 숙소로 돌아갈 시내버스를 탄다. 20여분 지나 구시가지 지하터널 입구에 내려 우리네 재래장터 같은 ‘이달고 시장’에서 현지식으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한다. 어둠 속 과나후아토 밤의 열기를 뒤로하고 숙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말한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진다”를 떠올리며, 내일 여정도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길 기대하며 달콤한 잠자리에 든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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