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그의 시선은 언제나 역사 속 사람들이 머물다 간 자리로 향했다. 그가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를 돌면서 담는 공간은 그곳이 어디든 기구한 사연이 맴돈다. 그의 피사체가 되기 위해선 어떤 자격과 조건을 갖춰야 하는 걸까.
예술공간 아름에서 지난 18일부터 이상곤 작가의 사진전 ‘미완별곡Ⅱ: 산성유감’이 열리고 있다. 이번 사진전뿐 아니라 늘 이 작가가 매달려 온 화두는 ‘분단’과 ‘단절’이다. 바로 그 점이 이 작가가 기획해오고 있는 세 편의 기획과 직결된다.
이 작가는 지난해 4월 갑오동학민중혁명 128주년 사진전인 '미완별곡Ⅰ: 사람이 곧 하늘이다’를 군포에서 진행했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동학농민혁명 3·1 만세 항거,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항쟁, 촛불혁명으로 이어지는 민중 투쟁의 자취를 따라갔다.
한반도의 역사는 언제나 격랑과 혼돈으로 가득했다. 작가가 카메라를 가져간 장소인 수많은 산성들 역시 삼국시대부터 조선,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난날 투쟁을 비롯한 격동의 역사로 빚어낸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과거를 응시하는 걸까.
그는 당시 현장을 상기시키는 매개물과 조형물, 흔적들에 매달리는 일을 계속해왔다. 그런 그의 작업이 곧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주요 사건인 ‘분단’과 연결되는 것 역시 당연해 보인다. 이 작가는 “지금 내가 갈 수 있는 산성이 남한에만 있고, 남한에서만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그곳에 올라 할 수 있는 건 그저 북한을 바라만 보는 일이다. 그렇게 분단의 안타까움을 우회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세 번째 전시에 관해서 이 작가는 사진 작업을 거의 마친 상태라며 운을 뗐다. 그는 “강화와 김포 사이에 ‘염하(鹽河)’라 불리며 흐르는 물이 있다. 그 물줄기 역시 북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산성을 통해 분단과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다음에는 물을 매개로 하는 작업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2017년 작가가 김포 문수산성에 올라 저 멀리 보이는 북한을 담아내면서 시작됐다. 전시장을 수놓는 16점의 사진에선 고양 북한산성, 상주 견훤산성, 남원 교룡산성 등 전국 각지에 산성에 올라 당시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어떻게 찍어야 흔적을 고스란히 마음에 담아갈 수 있는지 고민한 작가의 생각이 엿보인다. 산성의 위치에 따라 카메라에 담긴 북한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분단을 향한 마음을 군사 무기, 판문점 등의 직관적인 모티브나 매개물로 풀어내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1~3편의 전시로 느슨하게 테마를 연결해 분단의 안타까움을 돌려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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