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난 몸짓, 잊힌 표정…이주영 초대전 ‘멈춤, 그리고’

이주영 작가가 예술공간 아름에서 진행 중인 ‘멈춤, 그리고’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상호기자

 

밀려난 몸짓과 잊힌 표정 앞에 멈춰서서 수많은 타인을, 그리고 나를 마주한다.

 

이주영 초대전 ‘멈춤, 그리고’가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29일까지 펼쳐진다.

 

가혹했던 군사정권 시절 대학을 다닌 이 작가에게 시대의 모순에 대한 고민은 숙명과도 같았다. 극한의 이익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한구석엔 밀려난 사람들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는 팬데믹 시기에 수원 지동교 위에 흩뿌려진 위태롭고 보잘것없는 삶의 조각들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때로는 노숙인의 육체를, 때로는 행인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면밀히 따라갔다. 늘 마주치던 사람들의 모습이 다르게 보였고 그의 시선과 발길을 사로잡았다.

 

전시장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을지, 왜 이 사람은 이런 모습으로 앉아있거나 몸을 뒤틀고 있는지 각자의 삶에 얽힌 이야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림 앞에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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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작가가 예술공간 아름에서 진행 중인 ‘멈춤, 그리고’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상호기자

 

작가는 전시장을 수놓는 그림들을 모두 콘테로 그렸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할 당시 집중적으로 그렸던 작품들은 채도가 빠진 흑백의 그림들이 많다. 이 작가는 “검정색은 사실 사람의 본질에 접근하는 가장 좋은 색이다. 누구에게나 같고, 인위성이 배제된 채로 세계를 함축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매개체”라고 덧붙였다.

 

전시장 중앙을 보면 캔버스를 얼굴로 가득 채운 데다 색채를 입힌 그림이 눈에 띈다. 올해 작업하면서 변화를 준 신작이다. 이 작가는 “행위나 자세에 몰두하면서 상황을 담고자 노력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려고 한다”며 “컬러를 입히고 대상을 확대하는 등 강렬하게 다가오는 표정 그 자체에서 내면과 본질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앞으로도 콘테를 손에서 놓지 않을 거다. 그는 “변화를 위한 변화는 주지 않겠지만, 다양한 재료로 마주한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다”며 “숙명처럼 삼아왔던 사회의 모순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담아낼지 끊임없이 모색하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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