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한 해를 돌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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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여스님 보리선원

2023년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서로 덕담을 나누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고, 쏜살같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새해 시작할 때의 마음처럼 한 해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잘 살았는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더 열심히 살았어야 하는데, 더 마음을 넓게 쓰고, 다른 사람을 좀 더 배려하고 이해했어야 하는데... 반성하면서 다시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부처님께서는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은 법문을 하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는데, 모든 일과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처음은 다 좋을 수 있지만 중간에도 좋고, 마지막까지 좋기는 어려운 일이다. 한결같이 노력하고 정성을 기울여야 후회 없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게 된다.

 

좀 더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을 보내기 위해서는 자비심이 필요하다. 자비란 부처님이 중생을 향해 품는 사랑과 연민이 넘치는 마음이다. 자(慈)는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고 비(悲)는 중생의 괴로움을 없애주는 것이다.

 

자애로운 마음을 닦으면 어떤 사람이든지 이해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에 화내는 생각을 없앨 수 있고, 연민하는 마음을 닦으면 다른 사람의 괴로움을 나의 괴로움처럼 느끼고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자비심을 품으면 온갖 성냄, 원망, 원한,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자비심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보시행이다. 보시란 베푸는 것을 의미하는데 보시에는 재물의 보시, 법의 보시, 두려움 없음의 보시가 있다.

 

또 재물이 없이도 베풀 수 있는 보시 7가지가 있다. 무재칠시(無財七施)라고 하는데 눈의 보시, 온화한 얼굴과 즐거운 얼굴빛의 보시, 말씨의 보시, 몸의 보시, 마음의 보시, 자리의 보시, 방이나 집의 보시다.

 

첫째, 눈의 보시는 좋은 눈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착하고 선한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보시다.

 

둘째, 온화한 얼굴과 즐거운 얼굴빛의 보시인데 찌푸린 얼굴로 대하지 않는 것이다. 화나 짜증 날 때 거울을 보면 그 모습은 찌그러진 보기 흉한 모습이다. 찡그린 얼굴이 아닌 환하게 웃는 즐거운 얼굴 표정을 짓는 것도 보시다.

 

셋째, 말씨의 보시인데 사람들을 대할 때 부드러운 말을 사용하고 추악한 말을 쓰지 않는 것이다. 항상 바르고 고운 말, 남에게 유익한 말을 쓰는 것도 보시다.

 

넷째, 몸의 보시란 사람을 보면 일어나서 맞이해 예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갑게 인사하고 예를 올리는 것도 보시다.

 

다섯째, 마음의 보시란 착하고 온화한 마음으로 정성껏 공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섯째, 자리의 보시란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방이나 집의 보시는 사람들에게 방이나 집에 머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물질적으로 보시할 수도 있지만 재물이 넉넉하지 않다면 이렇게 착한 마음, 밝은 표정, 선한 눈길로 바라보는 것으로도 보시행을 실천할 수 있다.

 

몸도 마음도 추워지는 요즘 조금만 주위에 관심을 기울이고, 훈훈한 정을 나누고 베풀면서 따뜻하고 풍요로운 연말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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