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반려가구 552만, 道는 129만 반려동물 입양 ‘당일 결정’ 27.1% 달해 성급한 결정은 ‘양육 포기’로 이어져 道, 거점 반려동물 전문입양센터 확대 돌봄비 지원 등 동물복지정책 ‘온힘’
공감 사회의 약속
‘인생을 함께하는 반쪽’이라는 의미의 ‘반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건, 그 생명의 일생을 온전히 책임지겠다는 약속과도 같다. 그러나 일부 반려인은 책임질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반려동물과 평생을 약속한다. 그 결과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고독하게 삶을 이어가거나 세상을 등지는 유기동물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과 했던 소중한 약속들이 지켜질 수 있는 세상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 경기도에만 반려가구 129만… 넷 중 하나는 입양 ‘당일 결정’
최근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로움을 줄이고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속도로 늘었다.
KB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2022년도 기준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552만가구로 2020년(536만가구)과 비교해 2.8% 증가했다. 특히 경기도에는 129만가구의 반려가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이 반려동물과 가족이 되길 결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반려동물 입양을 결정할 때 어느정도 기간을 고민하냐는 질문에 ‘당일(바로)’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7.1%에 달했다. 이어 일주일(22.7%), 2~3주(15.7%), 1개월(14.8%) 등의 순이었다. 반려동물 입양을 결심한 5가구 중 4가구는 입양 준비 기간이 한 달도 채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같은 성급한 입양 결정은 반려동물에 대한 양육 포기로 이어지는 요인이 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초 발표한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자의 22.1%가 양육을 포기하거나 파양을 고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 포기 또는 파양 고려 이유로는 ‘물건훼손·짖음 등 동물의 행동문제’가 28.8%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예상보다 지출이 많음’(26.0%), ‘이사·취업 등 여건의 변화’(17.1%) 등의 순이었다.
■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경기도… “소중한 약속 지켜지도록”
양육 포기나 파양 등의 유기 행위가 점차 심각해지면서 경기도는 ‘반려동물과 도민 모두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주고자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도는 동물복지정책에 힘을 싣기 위해 지난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반려동물과’를 신설, 최근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경기 애니웰(AniWel) 실현’을 비전으로 하는 경기도형 반려동물 복지정책을 수립했다. 2022년 72%였던 동물등록률을 2026년까지 80%로 끌어올리고 34%에 불과했던 유기동물 입양률을 같은 기간 50%까지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목표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도 설정했다.
반려동물들에겐 △거점 반려동물 전문입양센터 확대 △반려동물 입양주간 및 캠페인 추진 등의 입양 장려 정책 △동물등록비 지원 △위기동물 상담센터 운영 등 유기동물 방지, 보호 정책 등을 약속했다.
또 반려동물 학대를 방지하고자 △수의법의학센터 설치 △명예동물보호관 운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반려인을 위해선 △반려마루 조성 △반려동물 놀이터 △공공장례식장 등 반려동물 친화 공간을 확대한다. 아울러 △경기도 반려동물의 날 지정 △반려동물 문화축제 추진 △맞춤형 반려동물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성숙한 반려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도 함께 추진된다.
특히 반려동물 양육 지원 정책인 △배려계층 반려동물 돌봄비 지원 △진료비 부담 경감 등도 마련된 상태다.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 역시 유기동물 증가의 커다란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 진정한 반려의 의미 실현… “우리는 평생 함께할 가족”
도의 이러한 정책들로 인해 반려인과 반려동물 사이의 소중한 약속이 결실을 맺는 사례도 있다.
오랫동안 외항사 승무원이라는 꿈을 위해 달려왔던 김소담씨(30·수원 거주)는 코로나19가 계속되며 꿈을 포기하고 방황했다. 대학도 편입해 다시 들어갈 만큼 승무원의 꿈이 간절했지만, 천재지변으로 인해 승무원 채용문은 점점 좁아졌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우울함에 빠져 있던 그녀에게 한 친구가 반려동물을 키워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깊은 고민 끝에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를 찾은 그의 눈에 유독 사랑스러운 강아지 한 마리가 보였다. 그는 새로운 가족을 만들기로 결심, 하얗고 복슬복슬한 털을 보자마자 떠오른 백설기 ‘떡’에 김씨의 이름 한 글자를 붙여 ‘소떡’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처음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소떡이가 낯선 환경에 적응을 못해 밥도 잘 못 먹고 집 안에서 배변도 하지 않았기 때문.
김씨는 자연스럽게 강아지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고, 소떡이의 간식을 직접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 펫푸드영양관리사 1급 자격증도 취득하며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그는 올해 반려동물 관련 학과로 입학하며 새로운 꿈을 향해 나선다. 김씨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소떡이를 만나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됐고, 새로운 인생의 방향도 찾게 됐다”며 “‘평생 함께하자’고 소떡이와 처음 만난 순간 했던 약속을 꼭 지키려고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김복희 코리안독스 대표 “책임질 수 있는 준비 후 입양해야”
“반려동물에게 주인은 세상의 전부입니다. 끝까지 함께한다고 약속해 주세요.”
버려지고 학대받은 동물을 구조해 새 가족을 찾아주는 활동을 하는 코리안독스(KDS) 김복희 대표는 동물 입양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달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근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가 증가하면서 그만큼 버려지는 동물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히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대상인 애완동물의 의미를 넘어 나와 인생을 함께하는 가족이라는 의미인 반려동물로 의미가 확대된 만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리안독스에서는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보호자에게 유기견을 입양 보내기 위해 엄격한 입양자 선정 절차가 있다. 우선 유기견 봉사를 하면서 동물과 교감을 나눠야 하며, 입양 신청서를 작성하기 전 가족 구성원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입양을 해볼까 하다가도 입양 절차를 보고 단념하는 사람들도 있고, 여러 번의 봉사를 통해 책임감이 커지는 사람들도 있다”며 “끝까지 키우지 못한다면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펫숍에 물건처럼 진열돼 있는 동물들을 보고 충동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더 쉽게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유행을 따르거나, 인기 많은 종의 반려동물을 입양하기보다 충분한 공부를 통해 책임질 수 있는 준비가 된 후 입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가진 시간이 적은 만큼 그들과 함께하겠다는 것은 그들을 평생 지켜주겠다는 약속의 의미로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의 생은 사람보다 짧은 만큼 소중하기도 하다”며 “반려동물을 처음 가족으로 맞이했을 때 그들과 자기 자신에게 했던 ‘평생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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