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길 동두천 샘물교회 담임 목사·협성대 객원교수
해마다 명절이 되면 여러 지인으로부터 평소보다 많은 문자를 주고받는다. 주된 내용은 명절(새해) 인사가 담긴 그림과 글들이다.
그런데 해마다 빠지지 않고 오는 문자가 있다. 명절에 해서는 안 되는 말들, 듣기 싫은 말들을 재미있게 꾸며 보내는 것들이다.
올해는 이른바 ‘설 연휴 잔소리 메뉴판’이라는 글이 눈길을 끌었다.
몇 가지를 언급한다면 “어느 대학 갈 거니?”, “아직도 취업 준비하니?”, “회사에서 연봉은 얼마니?”, “살 좀 빼야 인물이 살겠다!”, “애인은? 결혼은 언제?” 등등 이런 말을 하면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글이다.
어느덧 이런 질문을 받기 싫어하던 시기를 지나 이런 질문을 해버리는 나이가 됐다. 젊은 시절에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절대 이런 질문을 하지 말아야지” 했던 다짐이 무색하게, 이번 명절에도 무의식 중에 이런 비슷한 질문들을 쏟아내고 말았다.
사실 명절이라고 해서 1년에 몇 번 만나지도 못하는 일가친척들에게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그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기에, 조금 더 자주 만나지 않았기에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질문 외에는 할 말이 없고, 그런 진정성 없는 질문은 결국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게 된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가지 않은 것이다(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 제2차 세계대전 때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가한 전설적인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이 명언을 인간관계에 대입해 보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때문은 아닌지 성찰해 본다.
“선생님, 율법 가운데 어느 계명이 중요합니까?”
마태복음 22장 36절 이하에 예수께서 어떤 율법교사가 던진 질문에 답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질문은 당시 유대교에서 경건하다고 여기는 율법학자와 바리새인 같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연구와 토론 주제였고, 이에 대한 답변은 곧 그 사람의 영적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겼다.
예수께서는 이 질문에 대해 신명기 6장 5절과 레위기 19장 18절의 말씀을 인용해 아주 간단하고도 명확한 답을 주셨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 하고, 네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 하였으니,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으뜸 가는 계명이다. 둘째 계명도 이것과 같은데,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 한 것이다. 이 두 계명에 온 율법과 예언서의 본 뜻이 달려 있다.”(37~40·새번역)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만큼 이웃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라는 말씀이다. 그것이 성경에 담긴 하나님의 뜻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한다면 하나님께 그리고 이웃에게 ‘조금 더 가까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마음을 다해 ‘조금 더 가까이’를 실천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 더 좋은 세상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하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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