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태 사회부장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으로 치러진 MLB 서울시리즈가 20, 21일 이틀간 고척돔에서 야구팬들의 관심 속에 성료했다. 김하성·고우석 선수가 포진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다. 하지만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LA 다저스 소속 일본인 선수에 대한 관심에는 못 미친 듯하다.
오타니 쇼헤이. 처음 오타니 선수는 이도류(二刀流)로, 야구 팬 사이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도류는 일본 검술에서 양손(오른손과 왼손)에 각각 칼 또는 검을 들고 공수를 행하는 기술의 총칭이다. 또 일본에서는 좌우 양손으로 무기를 다루는 것에서 두 가지 다른 수단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과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렇다. 오타니 선수는 투수로서 16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고, 타자로서 메이저리그에서도 매년 4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 내는 거포다. 야구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진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인 것이다. 오타니 선수는 지난해 LA 다저스와 7억달러(약 9천376억원) 규모의 이적 계약을 맺었다. 이는 세계 프로스포츠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금액이다. 여기에 추가 상금과 광고수익 등을 더하면 1조원이 넘어 ‘1조원의 사나이’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타니 선수는 이전부터 뛰어난 실력과 비례하는 훌륭한 인성으로 주목받아 왔다. 고교 시절 작성했던 성실함의 대명사인 버킷리스트에다 슈퍼스타가 된 후에도 야구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포착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더욱이 오타니 선수는 한국행에 앞서 베일에 싸여 있던 아내를 공개함과 동시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태극기와 ‘기다려지다’라는 한글 문구를 올리며 한국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언급해 대한민국 야구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아내 역시 일반석에서 활짝 웃으며 응원하는 모습에다 4만5천원짜리 핸드백을 든 사진까지 이슈가 되면서 이들 부부는 완전히 호감형 인사가 됐다. 야구장에는 곳곳에서 오타니 선수의 레플리카를 입은 한국 팬들의 모습이 보였고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오타니 선수의 유니폼은 인기리에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인에 대한 노골적인 응원이 이처럼 뜨거웠던 적이 있었을까. 한일 관계의 특수성에 일본과 일본인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대상이었고, 이들에 대한 응원은 곧 매국 행위였다. 그런데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오타니에 대한 신드롬은 바로 인성으로 귀결될 수 있겠다. 일본에 오타니 선수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손흥민 선수가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치러진 아시안컵에서 아홉 살이나 어린 이강인의 손흥민 선수에 대한 하극상으로 ‘인성’은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화두가 됐다. 그리고 등장한 인물이 바로 오타니 선수다. 뛰어난 운동 실력에 훌륭한 인성까지.... 한국의 축구 천재에게서 볼 수 없는 모습에 대한민국은 지금 오타니에게 열광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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