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요소가 미술에 등장하는 일은 낯설지 않다. 예술가들에게 자연은 언제나 영감을 전하는 존재다. 인간과 자연, 이를 바라보는 작가.
해움미술관에서 오는 4일 개막하는 ‘퇴화와 변성의 조형-인간과 자연’ 전시는 자연의 다양성과 실재에 대한 작가들의 성찰이 응축됐다.
‘2024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김보중, 나종희, 송창, 이해균, 이흥덕 등 5명의 작가가 유채, 아크릭 페인팅과 알루미늄 캔, 나무껍질, 낡은 베니어판 등 자연물 오브제를 사용해 퇴화와 변성을 드러낸 설치작업 등 총 25점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은 자연을 상황적 자연과 현상적 자연으로 해석했다. 이들의 자연에는 역사가 쌓여 있고, 온몸으로 교류하는 체험의 줄기이자 현실의 원천이 담겼다.
연속적인 구성을 통해서 모종의 분위기와 메시지를 전달해온 이흥덕 작가는 ‘태풍’을 통해 엄청난 자연력이 훑고 지나간 사건 앞에서 얼어붙은 듯한 인간들의 다양한 면모를 불연속적으로 배치한다. ‘종착역’은 다양한 인간들이 한 플랫폼에서 뒤섞이며 활기와 불안을 동시에 드러냈다.
한반도 분단의 풍경을 지속적으로 그려온 송창 작가의 작품에선 분단국가의 현실과 선사시대로까지 넘나드는 폭넓은 역사성을 담은 작가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나종희 작가는 압축된 알루미늄 캔을 붙인 작품으로 대량 소비사회의 풍경을 고발한다. 그는 작품 ‘집적’과 ‘녹색 터널’을 통해 인간의 생산·소비 활동이 가져온 기후변화와 일회용 소비의 삶을 사는 인간의 모습을 드러냈다. 또 ‘팬데믹’이란 작품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왔던 세계적인 재앙은 자연의 역습이 깃들어 있고, 그것이 상시적일 것이라는 묵시록적 예감을 표현했다.
이해균 작가는 자연에 내재한 추상적 형태를 강조한 작업으로 시선을 붙잡는다. 산과 바다, 산맥 등을 거칠게 표현한 그의 작품에선 에너지의 흐름이 자연으로 출렁인다. 허(虛)의 공간을 요동치는 붓자국으로, 또 나무껍질을 이어붙이며 형태를 강조하는 그의 작업에선 우주의 질서가 새겨져 있다.
김보중 작가의 작품에선 낙원으로서의 자연, 자연과 대립하지 않고 귀속된 인간의 본모습을 볼 수 있다. 그의 작품 ‘광장, 인류세 이후’는 대지를 벌떡 일으켜 세운 듯한 구도가 긴장감을 준다. 살을 떠올리는 대지, 그 위에 돋아난 식물의 모습을 통해 인류세 이후의 지구에서 인간의 자리는 불확실하다는 메시지를 녹여냈다.
전시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 인류에게 놓여 있는 태초의 자연과 그 자연이 풍화작용처럼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현상, 외부의 가해로 변성되는 상황적 자연, 오늘날 인간이 극복해야 할 수많은 재앙과 환경의 난제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전시는 9월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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