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혼돈’의 대한민국 체육이 바로 서는 길

황선학 문화체육부 국장

한 해의 끝자락에서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해야 할 때에 대한민국 체육계가 요동치고 있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를 앞두고 이기흥 현 회장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첨예한 대립, 체육회 내부 갈등으로 혼돈의 늪에 빠져있다. 이 회장의 3선 연임을 위한 ‘셀프 연임 도전 승인’과 ‘정관 개정’이 빌미가 됐다. 최근에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이 이 회장을 비위 혐의로 수사 의뢰하자 문체부는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대한체육회는 정부 조치에 맞서 직무 정지 취소 소송과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으로 맞섰다. 체육회 노조와 시민 단체 등이 나서 이 회장의 3선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경기단체연합회와 전국시·도체육회장협의회 등은 정부의 압박을 규탄하는 등 혼란스럽다. 불교계까지 나서 대통령에게 공정 선거를 촉구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우려하고 있다.

 

내년 1월 치러질 대한체육회장선거에는 6명의 인사들이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회장이 출마를 포기할 경우 수면 아래서 관망하고 있는 잠재적 후보자들도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돼 후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역대 가장 많은 후보가 난립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체육회장 도전의 뜻을 밝힌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체육계의 변화와 개혁을 천명하고 있다. 지방체육회의 재정 자립과 선수·지도자 처우 개선,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 발전 등 출마의 변은 ‘대동소이’하다.

 

예비 후보들은 선수와 지도자, 체육단체장 등으로 체육계에 몸담았던 경험과 스펙을 강조한다. 40대 초반의 젊은 기수 유승민 전 IOC 위원과 지난 선거에도 나섰던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이 출마 채비를 마쳤다. 이들은 저마다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3선 도전이 유력한 이기흥 회장에 맞설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공정성이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둘러싼 최근 상황은 이를 담보하기 어렵다. 체육회 내부의 공정치 못한 선거 규정도 그렇고 이를 빌미로 한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 체육 단체들의 편 가르기 행태 등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승부를 가리는 체육계의 선거가 정치권 선거판과 판박이가 돼 가고 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공정하지 못한 규칙 속 경기가 치러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혼돈의 대한민국 체육계가 바로 서고 전문체육의 국제 경쟁력 제고와 균형 있는 체육 발전을 위해서는 체육인들 스스로 냉정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가오는 체육회장선거에서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를 이끌 적임자가 누군지 올바른 선택이 요구된다. 체육계가 더 이상의 혼란 없이 자치권을 되찾는 지름길은 올바른 선택을 통해 ‘체육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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