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세무 공무원도 당했다”... ‘고래협력프로젝트’ 피해자의 고백

유튜브 주식 특강 시청후 ‘사칭범’ 접근... 노후자금·어머니 유산 4천600만원 투자
NH투자증권 ‘위조 앱’ 수익금 확인 신뢰... 이익금 등 인출 거부에 뒤늦게 사태 파악
“피해자 구제 법적·제도적 방안 마련되길”

“나름 공부했다는 저도 당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속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나섭니다.”

 

16일 오전 경기일보를 찾은 A씨. 세무 공무원으로 30년을 일하며 수많은 재무 사례를 다뤘다는 그는 자신을 ‘고래협력프로젝트 피해자’라 밝히며 “경기일보의 기사(12일 7면 보도)를 보고 용기 내 찾아왔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A씨는 최근 고래협력프로젝트 사기로 “4천600만원의 투자금을 잃었다”며 참담함을 털어놨다. 정년을 2년 앞두고 노후자금을 관리하려던 계획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피해 금액에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산도 포함됐다.

 

16일 경기일보를 찾은 ‘고래협력프로젝트’ 피해자 A씨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곽민규 PD
16일 경기일보를 찾은 ‘고래협력프로젝트’ 피해자 A씨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곽민규 PD

 

그는 “지난 10월 유튜브에서 우연히 유명 주식 특강을 시청 후, 투자 커뮤니티 ‘골든개미주주모임’에 초대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해당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전 NH투자증권 대표의 비서라고 소개하며 접근한 B씨의 제안으로 ‘고래협력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투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활발한 활동과 성공 사례가 가득했던 커뮤니티는 그에게 큰 신뢰를 줬다. 또 고래협력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 B씨 등의 조언으로 주식 시장에서 소액의 이익을 거두기도 해 신뢰가 깊어졌다.

 

A씨는 “처음엔 의심스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실제 주식으로 이익을 보니 신뢰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후 B씨가 NH투자증권의 전 대표와 관련된 프로젝트라는 설명과 NH투자증권 로고가 담긴 자료를 제공했고, 이를 믿고 고래협력프로젝트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이후 B씨 등 커뮤니티 운영진은 ‘30일 동안 총수익률 978%를 보장한다’는 문구가 적힌 ‘고래협력프로젝트 포스터’를 공유하며 본격적인 투자를 요구했다. 그는 “고래협력프로젝트에 1천만원을 첫 입금했고, 해당 프로젝트가 진행된 NH투자증권 사칭 앱에서 270만원 가량의 수익이 발생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자금 액수를 늘리면 이익 배당률도 늘어난다는 B씨의 말에 A씨는 지난 2일 3천540만원을 추가 입금했다. 총 4천600만원 상당의 투자금은 NH투자증권 사칭 앱에서 2억원으로 불어난 듯 보였다.

 

이후 A씨는 투자금과 이익금을 인출하려 했지만 거부당하면서 자신이 ‘사기’를 당한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A씨는 “돈을 인출하려 하자 운영진은 수수료와 관리비 명목으로 2천만원을 추가 입금할 것을 요구했고, 수익금에서 이를 빼고 인출해 달라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NH투자증권에 찾아가보니 고래협력프로젝트 자체에 대해 증권사에서는 알지 못했다. 그제야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현재 경찰에 B씨 등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A씨는 “최근 주식 리딩방 등을 통한 사기 행위가 많다고 하는 데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적, 제도적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면서 “결국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 이야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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