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인천 남인천중 ‘늦깎이 만학도’ 227명 졸업

5일 인천 미추홀구 남인천중·고등학교에서 늦깍이 만학도 227명이 중학교 졸업식을 했다. 조병식기자
5일 인천 미추홀구 남인천중·고등학교에서 늦깍이 만학도 227명이 중학교 졸업식을 했다. 조병식기자

 

“등교하는 매일매일이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배움의 뜻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5일 오후 2시 인천 미추홀구 남인천중·고등학교.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중학교를 가지 못했다는 정양순씨(64)는 꽃다발을 손에 들고 미소를 지었다. 정씨는 “집이 너무 가난해 초등학교 3학년, 10살 때부터 밭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며 “성인이 된 뒤에는 자녀들에게 나와 같은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배우는 것을 잊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앞서 정씨는 지난 2017년 난소암에 걸려 수술을 받았다. 그 뒤 2년만인 2019년 다시 암에 걸려 암수술을 받았다. 정씨는 암 치료를 받던 중 꿈에 그리던 중학교 입학을 각오했다. 하지만 지난해 2024년7월께 3번째 암을 발견했다. 하지만 정씨는 배움의 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많이 울기도 하고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매주 꿋꿋이 학교를 다녔다”며 “학교에 오면 아픔을 잊을 만큼 등교하는 매일매일이 즐겁고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배웠던 학우들과 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교에서도 함께 배웠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여러 번의 암 투병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학교를 다녀 중학교 과정을 졸업하는 정양순씨(61). 정성식 기자
여러 번의 암 투병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학교를 다녀 중학교 과정을 졸업하는 정양순씨(61). 정성식 기자

 

이날 최고령 졸업자인 송문자씨(81)는 국민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나 6·25 전쟁으로 피난을 떠난 뒤 교육을 이어가지 못했다. 배움의 꿈을 쫓기 위해 서울에서 등교하는 송씨는 “배움에 한이 있어 아무리 힘들어도 즐겁다”며 “가야할 학교가 있고 학교에 간다는 것이 너무나 즐겁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남인천중·고등학교에서는 늦깍이 만학도 남인천중학생 227명의 졸업식이 열렸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그동안의 생활을 담은 동영상을 보며 함께 걸어왔던 배움의 여정을 추억했다. 졸업장을 받아 든 학생 일부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기도 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끌어안고 앞으로의 여정을 축복했다.

 

학교를 설립한 윤국진 교장은 “배움에 있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도전하고 배우려는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는 계속 청춘”이라며 “배움이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열정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졸업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움의 한을 풀지 못한 분들이 그 한을 풀 수 있도록 선구자의 역할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999년 성인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설립한 남인천중·고등학교는 약 1만7천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