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보건소장 의사 면허 ‘0명’... 복지부 권고 무색

턱없이 적은 연봉에 임용 어려워... 4급 공무원에 ‘의사 채용’ 비현실적

의사 일러스트로 기사 본문과 구체적이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의사 일러스트로 기사 본문과 구체적이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보건복지부가 보건소장에 의사 면허 소지자를 임용하도록 권고하지만, 인천지역 10개 군·구 보건소 중 의사 면허를 갖고 있는 보건소장은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이 6천만~7천만원 수준으로 의사를 임용하기엔 턱없이 적은 탓인데, 의사들은 처우가 보다 나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29일 현행 지역보건법 15조에 따르면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 보건소장을 임용해야 한다.

 

보건소장은 4급 상당으로, 의사를 보건소장으로 뽑기 힘들면 치과의사와 한의사, 조산사 등이나 보건소에서 보건 등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5급 이상 공무원을 대안으로 임명할 수 있다.

 

복지부는 이 법을 근거로 공공보건 전문성과 지역 의료서비스 강화를 위해 보건소장 의사 채용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지역 10개 군·구에는 의사 면허를 갖고 있는 보건소장이 단 1명도 없다. 의사를 임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연봉 등 처우가 부족해서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보건소장을 의사로 뽑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군·구는 보건소장 연봉을 6천800만원 수준으로 책정해 개방형직위로 채용공고를 내고 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연봉 책정 특례를 통해 최대 120%까지 더 줄 수 있도록 하는 복지부의 대안도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한다. 정부의 ‘의사 인력 임금 추이’ 자료를 보면, 지난 2022년 기준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3억100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의사 A씨는 “사명감도 중요하지만, 솔직히 의사들이 연봉을 3분의 1로 줄이면서 보건소장을 맡겠다고 나서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강화군은 이 같은 이유로 지난 2024년 6월 말부터 보건소장을 공석으로 비워두고 있으며 현재는 보건소장을 의사로 뽑기 위해 2번째 채용공고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지원자는 없다. 계양구 역시 지난해 의사를 임용하기 위해 2차 채용공고까지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3번째 공고 끝에 약사 면허가 있는 공무원을 임명했다.

 

박철원 인천시의사회장은 “보건 당국이 보건소장에 대한 금전적, 사회적 예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의사들이 보건소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최소 2차례는 의사를 우선 채용하도록 지자체에 권고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의사가 보건소장으로 임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소장 처우를 더 개선하는 방안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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