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에 교권추락까지…선생님도, 학생도 편치 않아진 ‘스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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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도내 한 초등학교에서 스승의 날을 맞아 감사 행사를 진행한 모습. 경기도교육청 제공

 

오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있지만, 교사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는 의미는 점차 퇴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 추락과 김영란법 여파가 겹치며, 스승의 날은 더 이상 ‘교원의 날’이 아닌 ‘불안한 날’이 됐다는 자조가 나온다.

 

1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스승의 날은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해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날이지만, 정작 경기도 내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에게 감사의 뜻을 담은 선물이나 인사를 전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2016년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직무와의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대가성과 무관하게 처벌받을 수 있게 되면서 학부모와 학생 모두 선물 전달을 꺼리게 된 것이 첫 요인이다.

 

이후 일부 학생, 학부모로 인한 교권 침해 문제까지 더해지며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문화는 교육 현장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춘 상태다.

 

실제 일선 교사들은 “자긍심을 느끼는 날이 아니라, 민원을 걱정해야 하는 날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도내 초등학교 교사 A씨(30대)는 “스승의 날이라고 해서 특별히 기대하거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날은 아니다”며 “예전엔 학부모가 보내준 케이크를 아이들과 나눴다가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민원이 들어온 적도 있어, 그 뒤로는 선물 자체를 꺼리게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교사 B씨(40대)도 “괜히 뭘 받았다가 봉변당할까 조심스러워 케이크조차 받기 꺼려진다”며 “실제로 학부모가 학생들 선물을 문제 삼아 교육청에 신고하겠다고 한 사례도 있었다. 이제는 자부심보다는 민원 걱정이 앞서는 날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스승의 날을 전후해 교사의 선물 수수와 관련해 제기된 민원은 약 3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경기교사노동조합이 지난 4월23일부터 5월7일까지 교사 3천4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교사 2명 중 1명이 최근 1년 내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의원면직)을 고민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72.3%가 그렇다고 답했으며(매우 그렇다 29.7%, 그렇다 27.1%, 보통 15.5%),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가장 큰 이유로는 ‘교권 침해 및 과도한 민원’(48.3%)이 꼽혔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예전처럼 감사의 뜻을 담은 선물을 준비하거나 인사를 전하는 모습은 드물어졌고, 스승의 날 자체를 굳이 기념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박모군(17)은 “요즘은 선생님과 예전처럼 가깝게 지내는 분위기도 아니고, 다들 스승의 날을 꼭 챙겨야겠다는 생각도 없다”며 “준비를 하더라도 청탁금지법 때문에 3만원 이하로 케이크나 꽃을 고민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교권 추락과 김영란법 관련 민원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면서 이제는 스승의 날조차 교사들에게 부담스러운 날이 되고 있다”며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는 사실상 사라졌고, 학생들도 더 이상 스승의 날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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