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놓쳤다가 치매된다

최근의 일이나 대화 내용을 반복해 잊는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면 ‘알츠하이머병’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보통 가벼운 기억력 저하로 시작된다는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되는 퇴행성 뇌 질환으로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50~70%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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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츠하이머 발병…쉽게 화 내거나 무기력, 우울감, 수면장애까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기전은 베타 아밀로이도라는 작은 단백질이 과도하게 생성돼 침착되면서 뇌의 신경세포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인 요인과 함께 심혈관 질환, 당뇨병, 고혈압이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고 여성, 저학력, 우울증, 두부 손상 병력, 청력 저하도 유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가 있으나 명확한 인과관계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주로 65세 이후에 발병하지만 최근에는 40~50대의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hippocampus)가 질병 초기부터 손상되기 때문이다. 해마의 주변부 손상이 발생하면서 왼쪽 측두엽 및 두정엽까지 영향을 받을 경우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증상이 발생한다. 또 오른쪽 측두엽과 두정엽이 손상되면 길을 잃는 증상이 발생하는데 드물게는 왼쪽 측두엽과 두정엽이 먼저 침범해 말을 더듬고 이해력이 떨어지는 로고페닉 실어증이 발생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가 진행돼 전두엽까지 손상되면 성격 변화가 생겨 쉽게 화를 내거나 부지런하던 사람이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 밖에 우울감, 의심 증상, 식욕 변화, 수면장애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진단은 보호자를 통한 정확한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검사, 인지기능검사 등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전문의가 병의 양상을 확인한 후 일상생활 기능 검사, 혈액검사 등을 실시하고 MRI 및 CT 등의 뇌 영상 검사를 통해 뇌의 구조적, 기능적 상태를 정밀하게 평가한다. 이와 함께 뇌의 아밀로이드 침착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아밀로이드 PET 검사도 시행할 수 있다.

 

■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필요… 초기 약물과 비약물 치료 병행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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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헌 고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 고대 안산병원 제공

현재 알츠하이머병의 완전한 치료 방법은 없다. 다행히 최근에는 레카네맙이나 도나네맙같이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병의 진행을 늦추는 면역 치료법이 등장해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이는 뇌 손상이 심하지 않은 전단계나 초기 환자에게 유용하다. 이전부터 사용돼 오던 아세티콜린 분해요소 억제제는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며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된 환자에게는 NMDA 수용체 길항제가 증상 개선 치료에 사용된다. 이 외에도 인지기능 향상을 위한 인지재활치료, 기억력·현실 지남력 훈련 등 비약물 치료도 시도하는데 이 역시 가능한 조기에 진행할수록 효과가 좋다.

 

김종헌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의 예방을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 관리가 필요하다”며 “운동 및 청력 저하 예방과 치료, 올리브유, 등푸른 생선을 포함한 지중해식단, 카레 등이 치매 예방에 효과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흡연이나 음주같이 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은 최대한 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알츠하이머병의 완벽한 치료법은 아직 없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에 약물과 비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병의 진행을 늦추고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경미한 기억력 감퇴, 업무 능력의 저하 등 초기 전조 증상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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