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재외동포 리더 ‘우린 한 뿌리’… 이민 출발지 인천서 '세계 한인 차세대 대회' 개최

인천 송도컨벤시아서 나흘간 열려... 26개국 차세대 리더 62명 한자리
재외동포청과의 대화 소통 시간, 주류사회 진출·한인정체성 공유
차세대단체 활동 모범사례 소개

27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5 세계한인차세대대회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재외동포청 제공
27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5 세계한인차세대대회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재외동포청 제공

 

대한민국 이민의 출발지인 인천에 전 세계 차세대 한인 리더들이 모여 모두 ‘한 뿌리’임을 공감하고, 서로 교류 확대 등에 뜻을 모았다.

 

28일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지난 2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제27차 세계한인차세대대회’가 개막했다.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대회에는 전 세계에서 각자 활발하게 활동 중인 26개국 62명의 차세대 한인 리더들이 참석했다.

 

이 대회는 지난 1998년부터 차세대 동포의 한인 정체성을 높이고, 한국과 재외동포 사회의 상생 발전방안을 찾기 위해 해마다 열리고 있다. 재외동포청은 2023년 개청 이후 이 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올해는 ‘연결된 세계 속 한인, 더 큰 도약’을 주제로 재외동포 이민의 출발지라는 상징성을 반영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개막식에서 환영사를 통해 “인천에서 첫 이민자들이 출발했고, 이곳에서부터 700만 재외동포들이 이민의 역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인천은 재외동포 활동의 거점, 재외동포의 미래가 되고 있는 곳”이라며 “인천에서의 만남이 새로운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가자들의 주도적인 대회 참여를 위한 사례 발표에서는 지난 2023~2024년 대회를 이끈 대표자들이 참석자들에게 준비 과정과 결과, 성과 등을 직접 설명한 뒤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이상덕 재외동포청장은 “재외동포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협력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재외동포들이 현지에서 훌륭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재외동포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24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지역 차세대대회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재외동포청 제공
지난 2024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지역 차세대대회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재외동포청 제공

 

■ 차세대 한인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재외동포청과의 대화·참가자 사례 발표 프로그램 신설

 

재외동포청은 차세대 한인들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역량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재외동포청과의 대화’와 ‘참가자 사례 발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청장은 28일 ‘한국의 재외동포정책과 타 국가 사례’를 주제로, 현재 재외동포청의 핵심 정책과 추진 방향을 강연했다. 이 청장은 동포사회의 빠른 세대교체에 따라 차세대 동포들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큰 비전과 책임감,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동포사회의 발전은 물론 한국과 거주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당부했다. 강연을 마친 뒤 이 청장은 참석한 차세대 동포들의 생각을 직접 듣기도 했다.

 

참가자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참가자 사례 발표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주류사회 진출 및 한인정체성’과 ‘차세대단체 활동 모범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주류사회에 진출한 노하우와 한인 정체성 확립의 계기, 차세대 단체 활동의 모범 사례 등 발표와 토론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했다. 또 오는 29일과 30일에는 지역별 차세대 동포사회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많은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도 열린다.

 

 

인터뷰 송 솔카롤라 참가자 대표

“차세대 한인, 자신의 뿌리를 존중하며 자신감 있게 나아가야”

지난 27일 송 솔카롤라씨가 경기일보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샛별기자
지난 27일 송 솔카롤라씨가 경기일보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샛별기자

 

“차세대 한인들이 두 세계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시각과 창의적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송 솔카롤라 참가자 대표(27)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에 처음으로 방문했다.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던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현재는 의사 겸 약리학 조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1970년대 초반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의류 제조업과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했다. 이후 1988년 아르헨티나로 온 어머니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한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송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 방문을 꿈꿨다.

 

송 대표는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어릴 적부터 오랜 꿈이었고, 항상 버킷 리스트에 있었던 일”이라며 “어머니가 늘 한국이 가능성과 잠재력으로 가득한 멋진 나라라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 자라다 보니 한국은 지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멀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연히 대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이것이야말로 한국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뿌리를 되찾을 수 있는 완벽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차세대 한인들이 한국문화와 자신이 자라온 문화를 잘 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세대 한인들은 두 가지 문화적 배경을 지니고 있고, 그것은 분명한 강점이 될 수 있다”며 “익숙한 환경에만 머물지 말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회를 통해 정체성을 다시 마주하고, 진심으로 한국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며 “차세대 한인들도 자신의 뿌리를 존중하면서 자신감 있게 도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최수아 WFP 정보담당관

“한국, 국제사회와 더 부드럽고 유연하게 어우러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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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최수아씨가 경기일보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샛별기자

 

“한국이 앞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양 옆·뒤도 챙겨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최수아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정보 담당관(35)은 지난 2017년 WFP 한국사무소 인턴으로 시작해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레바논을 거쳐 지난 2023년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상황과 WFP 활동 정보를 수집·분석·기록해 국제연합(UN) 고위급 협의나 각국 정부와의 전략적 협상에 필요한 자료를 정리한다.

 

그는 “긴급구호국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양하면서도 삶의 태도나 사고방식이 닮아 있다”며 “이를 통해 다양한 세계들이 많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이라는 공통점을 중심에 두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형성된 세계를 들여다보고,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고 덧붙였다.

 

최 담당관은 여러 나라의 전쟁과 식량난을 통해 한국의 과거, 그리고 미래를 함께 봤다. 그는 “2024년 기준 한국은 WFP의 5위 공여국”이라며 “60년 전 수혜국에서, 이제는 고품질의 쌀과 구호를 공여하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이룬 정치, 경제, 문화, 과학기술의 발전은 어디서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며 “지원을 받은 누군가가 새로운 선순환을 만들어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 담당관은 한국이 빠르게 성장한 만큼, 국제사회와 연대하고 어우러져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외형적으로는 발전했지만 때때로 낮선 세계, 사람, 문화, 사고에 대한 막연한 경계심과 거리감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 대 인간으로 연대할 수 있다면 한국의 기술과 문화, 정체성은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존재감 또한 더욱 깊고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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