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수인선 송도역사

최재용 인천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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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松島)’라는 동네는 인천뿐 아니라 부산, 포항 등 우리나라 여러 곳에 있다. 그 이름은 ‘소나무섬’이라는 뜻인데 실제로는 인천의 송도처럼 섬이 아닌 곳도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에 의해 갖게 된 이름이다.

 

일본인이 ‘송도’라는 이름을 곳곳에 붙인 이유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이들이 예부터 일본의 3대 절경(絶景)으로 꼽는 미야기현의 ‘마쓰시마(松島)’, 교토부의 ‘아마노하시다테(天橋立)’, 히로시마현의 ‘이쓰쿠시마(嚴島)’ 중 ‘마쓰시마’에서 따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신들이 아름다운 곳으로 늘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이름이기에 우리나라에서도 풍광(風光)이 좋은 곳에 그 이름을 붙였다는 얘기다.

 

또 하나는 이 3대 절경의 이름을 붙인 군함(軍艦), 즉 ‘삼경함(三景艦)’(마쓰시마함, 하시다테함, 이쓰쿠시마함) 중 ‘마쓰시마함’의 이름을 고의로 붙인 것이라는 해석이다. 마쓰시마함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모두 출전했는데 이 두 전쟁에서 이긴 일본이 승리를 상징하고 기념하기 위해 우리나라 곳곳에 이 군함의 이름을 낙인(烙印)처럼 남겨 놓았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맞든 이런 이유로 ‘송도’라는 이름이 많이 생겼는데 인천의 송도는 1930년대 중반 인천 부윤(지금의 시장)을 지낸 일본인 나가이테루오(永井照雄)에 의해 그 이름을 갖게 됐다. 그는 1936년 서울과 인천의 자산가들을 모아 지금의 연수구 해안에 송도유원지를 만들도록 제안했고, 이에 앞서 공사 중이던 협궤(狹軌)철도 수인선이 주변을 지나도록 조치했다. 풍광이 좋은 이곳에 ‘송도’라 이름 붙인 유원지를 만들고 그 유원지 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근처에 기차역도 들어서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37년 7월 송도유원지가 문을 열고 이 무렵 수인선이 개통되면서 송도역도 영업을 시작했다. 유원지 이름이 ‘송도’였기에 기차역도 ‘송도역’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 송도역은 그 뒤 많은 사연을 만들어내며 운영되다 협궤열차의 시대가 저물면서 1992년 문을 닫았다.

 

그 뒤로도 오랫동안 낡은 원래의 모습으로 남아 있던 송도역 역사(驛舍)가 관할 연수구의 복원작업을 거쳐 23일 새로운 문화관광시설로 문을 연다. 새로 지은 역사에는 예전 매표소의 모습 등이 재현된 대합실과 인공지능(AI) 기관사 체험장, 협궤열차의 운행 과정을 알 수 있는 3차원의 축소 모형(디오라마) 등이 갖춰져 있다. 역사 바깥에는 관람객들이 작동해 볼 수 있는 모형 증기기관차, 정해진 시간에 증기를 내뿜는 시계탑,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이 들어선다. 특히 승객들을 태운 객차, 기관차의 방향을 돌리는 데 사용됐던 전차대(轉車臺)와 그 기관차에 물을 공급했던 물탱크는 협궤열차 운행 당시 실제로 사용됐던 실물들이라 가치가 크다.

 

이번에 문을 여는 송도역은 낡아 위험한 원래 건물을 헐고 완전히 새로 지은 탓에 ‘복원’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희소가치가 큰 실제 유물들을 보며 옛 추억에 잠길 수 있고 아이들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으면서 교육적 역할까지 해낼 공간인 만큼 시민 누구나 즐겨 찾는 곳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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