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법무부 청소년 범죄예방 기흥지구위원회장 “지역사회 관계망 구축은 ‘믿음’서 출발”

“온기로 연결되는 촘촘한 관계망 구축은 ‘신뢰’에서 출발합니다.” 김기석 법무부 청소년 범죄예방위원 기흥지구위원회 회장(55)은 용인지역의 청소년들이 올바른 삶에 안착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청소년 선도, 유해 환경 감시활동, 학교폭력 예방교육, 우범지역 순찰 등 청소년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마련할 수 있는 일이라면 현장을 누비고 사람들을 만나 왔다. 사실 김 회장을 지칭하는 직함은 수없이 많다. 대한유도회 부회장, 용인시장애인체육회 부회장, 용인시 위드봉사단장 등 그의 뒤에 따라붙는 수식어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중요한 것은 그를 지칭하는 수많은 직함이 단순히 명함 속 몇 글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가 맡은 직책은 삶 속에서 사람들과 맞닥뜨리며 짊어지는 무게와 같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들이 제 역할에 충실할수록 단체와 기관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수많은 단체와 기관 등에 몸담아 오며 목소리를 낼 때와 균형을 잡아야 할 때를 잘 구분해온 이유는 바로 그가 ‘신뢰’를 중시한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김 회장은 모든 언행의 밑바탕엔 ‘믿음’이 깔려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사업을 하든 대화하든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믿음이 오고 갈 수 있어야 한다”며 “남들이 알든 모르든 내가 설정한 원칙에 어긋나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23년 차인 그의 골재 사업 역시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김 회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기업 차원의 사회 공헌 방안에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지역의 사각지대 발굴에 앞장서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용인시 위드봉사단의 초대 단장이기도 한 그는 봉사단원들과 함께 장애인 단체를 후원하고 현장을 오가는 다채로운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용인에서 미처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을 찾아내 사회와 연결하는 작업을 맡은 셈이다. 또 그는 최근 경기일보 용인지사 자문위원회 위원장직도 새롭게 맡아 지역민들이 접하는 미디어 환경을 점검하는 등 더 나은 사회를 가꿔나가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분야와 영역을 가리지 않고 사람 냄새 사는 촘촘한 인간관계망을 꾸려온 그의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김 회장은 “내가 속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라며 “사람과 사람 사이가 신뢰로 연결될 때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손미영 고대안산병원 팀장, 글로벌헬스케어로 K의료 앞장

“K팝, K콘텐츠, K관광에 이어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이 K의료의 주역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글로벌 헬스케어는 물론 해외의료 마케팅 등 국제교류활성화를 위해 미력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대 안산병원 진료협력팀(병원행정직)에 근무하는 손미영(57) 팀장은 보건의료 전문 지식 및 마케팅 분야의 전문성을 겸비했다. 경기도는 물론 국제의료 사업 분야에서 발휘한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해 말 ‘2023년 경기도 국제의료사업 활성화 유공 도지사 포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 1988년 고대안산병원 약제팀에 입사, 고대병원과 인연을 맺은 손 팀장은 2016년 6월부터 고대안암병원에서 잠시 근무한 것을 제외하면 36년 대부분을 고대안산병원에서 근무해온 ‘안방마님’이다. 손 팀장은 경기도의 국제의료 주요 마케팅 국가로 꼽히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의 환자 유치를 위해 해외의료 마케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는 경기도와 해외 정부 간 보건의료협력을 위해 다양한 국제 교류사업에 참여하며 경기도의 선진 의료진과 의료기술의 홍보와 마케팅에 앞장섰다. 해외환자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광, 쇼핑, 숙박업계와 소통하며 개선 방안을 찾고 서비스의 수준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손 팀장은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한-우 국제의료학술대회’ 행사에서 경기도 및 우즈베키스탄 보건부와 협력, 양국의 선진 의료기술 및 치료법에 대해 교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몽골 보건개발원과 보건의료 협력 MOU 체결에 이어 경기도와 협력해 몽골 의료인 연수에도 참여했다. 많은 노력을 해온 손 팀장은 지역주민을 위한 보건의료 개선에 협력하고 솔선수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해외의료기관과의 교류 활성화 과정에서 환자, 의료기관, 경기도, 정부 등 모든 입장을 고려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늘 고민하고 도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정화 양주들노래보존회 회장, 양주의 들노래 이어 부르는 소리꾼

경기북부의 곡창지대라는 지리적 특성을 간직한 양주. 예로부터 농업이 발달해 모심기와 논매기를 할 때 양주 토박이말로 소박하면서도 역동적으로 부르는 노동요가 있었다. 농업의 기계화로 옛 소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요즘, 우리 선조의 전통과 문화를 간직한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존하는 진정한 소리꾼이 있다. 바로 박정화 양주들노래보존회 회장(63)이다. 박정화 회장은 지난달 23일 강수현 양주시장으로부터 향토문화재 제18호 양주들노래 보유자 인정 지정서를 받았다. 맥이 끊어지던 양주들노래는 시연자였던 박정화 회장의 끈질긴 노력으로 그 명맥을 다시 이어가고 있다.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한국음악석사 과정, 경기민요와 양주상여와 회다지소리를 이수한 박 회장은 2006년 ‘양주들노래’에 입문, 양주들노래보존회장을 맡아 매주 전수교육을 통해 전승자를 양성하고, 각종 대회와 공연에 참가하는 등 양주들노래 전승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박 회장은 “양주들노래에는 양주사람들의 순후한 면면이 어우러져 있다. 양주에서 만나는 참 일꾼의 토박이 농사과정이 역동적인 소리와 어우러지는 특색이 유감없이 구현된다”고 말한다. 박정화 회장은 양주의 진정한 소리꾼이다. 옛 양주의 들판에서 불리는 모내는 소리, 밭 매는 소리 등 수많은 소리를 채록하고 배우고 익혀 체계화했다. 고증을 통해 옛것에 가깝게 또는 원형 그대로 소리를 복원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시연자(회원)는 60여명. 3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60대 이상이다. 1주일에 3~4회 상여와 회다지소리 전수회관에서 더부살이 연습을 하고 있지만 연습시간에 빠지는 회원이 없을 정도로 열의만큼은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 박 회장은 조양중학교를 전수학교로 학생들에게 토박이 소리꾼들의 소리를 전승·발전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즘에는 양주의 소리 ‘큰오미집터 다지는 소리(지경)’를 발굴해 전승하고, 한국민속예술제에 꾸준히 나가고 있다. 박 회장에겐 작은 소망이 있다. 회원들이 연습하며 양주들노래를 전승할 수 있는 작은 전수회관이라도 갖추는 것이다. 박정화 회장은 “전통을 지켜나간다는 것은 정말 힘든 과정의 연속이다.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 전승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토박이 무형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며 “옛 양주인의 생활과 의식을 소중하게 지키며 전승하는데 더 노력하겠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병철 평택시장학재단 이사장 “시민 참여 늘려 자생적 재단 만들 것”

“평택시장학재단은 현재 평택시 출연금으로 운영되지만 앞으로는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자생적인 재단으로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윤병철 평택시장학재단(이하 재단) 이사장(64)은 향후 재단 운영 방안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재단은 지난 2009년 9월 평택시 애향장학회란 이름으로 처음 설립됐다. 이후 2016년 3월 법인 명칭을 평택시 애향장학재단으로 변경했고 2019년 3월 현재 명칭으로 확정했다. 재단은 설립 후 평택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1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시민의 자녀를 대상으로 장학금을 준다. 대학생의 경우 매년 3월 선발 기준을 마련하고 접수를 시작, 4월 심의를 거쳐 장학생을 선정하면 4~5월 장학증서 수여식과 함께 장학금을 지급한다. 대회 등을 통해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 예체능 특기생과 형편이 어려운 중고생은 5~6월 접수를 시작해 심의·공고 등을 거쳐 수여식을 개최한다. 2009년 재단 설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혜택을 받은 학생만도 중학생 355명, 고등학생 1천273명, 대학생 1천939명 등 총 3천567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지급된 장학금은 총 49억여원이다. 특히 2020년부터는 장학금과 장학생을 늘려 해마다 7억원을 약 500명에게 수여 중이다. 윤 이사장은 지난 2021년 재단 이사 공채 당시 지원해 2년여 이사로 활동해오다 지난해 10월 이사장으로 호선됐다. 그는 임기 동안 시민의 참여를 늘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시의 출연금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생적인 재단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출연금 외에도 지역의 여러 기관·단체·기업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 가장 희망적이고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임기가 2년밖에 되지 않아 고민이 길어지면 안 될 것 같아 단기간에 재단의 틀을 바꾸려 한다”며 “보수적인 운영 개념에서 벗어나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이사장은 “인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에 비춰볼 때 재단이 후학을 양성하고 지원해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세계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초 지원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단이 인재 육성의 요람이 될 수 있도록 사무국과 협력해 점진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태석 노아목재 대표, 무료급식소 봉사하다 직업도 바꿔

“봉사를 통해 삶의 원동력을 얻고, 즐겁게 봉사하다 보니 봉사는 남을 위해서보다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김태석 노원목재 대표(51)의 봉사에 관한 생각이다. 그는 ‘밥 한 끼 얻어먹으러 갑니다’라며 봉사를 하다 생업도 바꾼 사람이다. 김 대표는 부천의 ‘향기네 무료급식소’에서 5년째 무료급식 봉사를 돕고 있다. 생업으로는 인천 남구 숭의동에 있는 ‘노아목재’ 목공소와 ‘김반장’ 인테리어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원이었던 그는 ‘김반장’이란 타이틀로 인테리어와 목재소를 운영하게 된 계기도 향기네 무료급식소라고 한다. 향기네 무료급식소는 2000년부터 매일 부천지역의 홀몸노인과 노숙인 약 150명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그가 처음 봉사를 시작한 건 25세쯤 교회를 통해 알게 된 민간 어르신 보호소였다. 처음엔 오물 냄새와 악취가 심해 바로 도망쳐 나왔지만 반년 후엔 그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한번은 보육원에 봉사하러 갔는데 봉사자가 많다 보니 2시간씩 시간을 나눠 봉사하는 현장이었다. 4~5세의 아이들과 놀아주다가 한 아이가 품에 안겨 “가면 안 올 거죠”라고 했다. 그 질문에 김 대표는 솔직히 계속 갈 자신이 없는데 아이에겐 상처가 될 것 같아 그 뒤로는 보육원을 가지 않았다. 김 대표는 ‘주방장이 꿈인 꼬맹이’였다. 태안 출신의 김 대표는 10대에 홀로 올라와 청량리역에서 물로 배를 채우며 굶주렸던 순간이 있었다. 그 바로 옆에 무료급식소가 있었지만 알지 못해 며칠을 힘들게 보낸 적 있어 무료급식소가 있으면 기꺼이 봉사할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는 향기네 무료급식소에서 매일 봉사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동안 사람들이 불편했던 구석구석을 조금씩 고쳐나가자 그에게 ‘김반장’ 타이틀이 생겼다. 그 후 김반장으로 집수리를 해보라는 제안에 인테리어 사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목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목공소까지 차리게 됐다. 그는 봉사하면서 생각지 못한 분야로 경로가 바뀌었다며 많은 것을 얻는다고 전했다. 그는 주로 어르신들, 장애인 관련 봉사를 계속 이어왔다. 지체‧시각‧농아 장애인들을 만나 봉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봉사자들과 상대 서로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필수적으로 인식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처음엔 서로 인식이 달라 봉사자들이 불편해지고 봉사 받는 상대자도 불편해져 오래갈 수도 없다고 한다. 김 대표는 봉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봉사는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것이 맞다”며 “자신이 조금씩 꾸준히 할 수 있을 때 그 마음으로 봉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냥 밥 한 끼 먹으러 간다고 생각한다. 같이 먹으면서 어르신들 이야기도 듣고 챙겨드리면서 스스로 참 많은 것을 얻는다”고 전했다.

공예 작가로 첫 전시 선보이는 김선영 한국NGO레인보우 이사장

친환경과 봉사, 이를 통해 나온 예술. 다소 어색하지만 이를 한 데 실현하며 공예 작가로 발을 내디딘 이가 있다. 지난 2010년부터 봉사단체인 한국NGO레인보우를 이끌어 온 김선영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이 자신의 작품 활동을 한 데 모아 선보이는 첫 개인전 ‘자연 담은’ 전시를 22일부터 24일까지 광명시 평생학습원 1층 전시실에서 선보인다. 지난 12년간 홀몸 어르신과 장애인, 학부모와 학생 등을 대상으로 전액 무료로 재능기부 하며 수업을 한 내용을 고스란히 담았다. ‘자연 담다’라는 전시 제목처럼 전시장엔 바다를 표현한 레진과 모스, 친환경 이끼 등 친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 100점이 관객과 만난다. 사용된 물품도 버려진 액자나 거울 등 버려진 물품을 재활용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환경 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드러냈다. 그는 “물건은 전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나눔과 버려진 것들을 다시 가져와 업사이클 하며 친환경이라는 주제를 오롯이 담아내려 했다”며 “ 많은 분들께서 함께 공감해주시고 의견을 나눠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NGO레인보우를 이끌어 오고 또 개인사업으로 한국레인보우선영을 설립해 봉사와 기부에 앞장서 온 그인 만큼 판매 수익의 일부 금액은 광명시 종합사회복지관에 기부한다. 전시 개막날에는 한국NGO레인보우에서 장학금 300만원을 지역 취약계층 청소년 10명에게 전하는 뜻깊은 전달식도 열린다. 봉사단체 한국NGO레인보우를 이끄는 그는 2012년부터 토탈 공예 재능기부를 하며 현재까지 전액 무료로 학부모와 학생, 홀몸 어르신,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2019년 6월엔 여성기업인 한국레인보우선영을 창업해 축제체험부스와 공예수업 등을 천연재료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며 여기서 나온 수익금 3%를 매년 기부한다. 홀몸 어르신 및 장애인을 위한 치매 예방수업 등도 매주 두 시간씩 하며 더 나은 지역과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도 힘 쏟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에서 소외되는 이웃이 없도록 애쓰는 것은 물론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과 함께 지역 사회의 연결망을 강화하는 데도 그의 손길이 닿아있다. 공예 작가로 발을 내디딘 그는 예술을 통한 봉사의 가치를 전파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나눔을 전하는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공예를 통해 새로운 활력과 안정이 필요한 분들께 재능을 나눠드리는 것은 물론 신인 작가로 공예 세계에 첫 발을 내디뎌 가슴이 설렙니다. 봉사를 통한 작품 활동, 이를 전시하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어나가 예술로 지역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김용만 양평 잔아박물관장, "순수문학 위해 평생 정진"

“죄(罪)의 색은 검고 흰 단색밖에 낼 수 없습니다. 반면 야비(野卑)의 색은 천연색과 같습니다. 자유자재로 변색할 수 있기에 미덕의 색을 잘 흉내 낼 수 있습니다” 양평군 잔아박물관의 김용만 관장(82)은 자신의 소설집인 ‘늰 내 각시더’를 통해 ‘죄’와 ‘야비’의 의미를 이같이 정의했다. 죄는 타락이 뭔지도 모르고 타락했기에 구제가 가능하지만 야비는 뭔지 알면서 타락했기 때문에 구제가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소설 ‘늰 내 각시더’는 ‘죄’와 ‘야비’의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해 많은 교훈을 준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늦은 나이에 문단에 데뷔했다. 그는 지난 1989년 등단 이후 수많은 언론사와 인터뷰를 할 만큼 주목을 받았고 명성을 얻기도 했다. 이후 아내와 함께 포장마차나 허드렛일로 생계를 꾸리면서 문학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고 박물관까지 만들게 됐다. 박물관 이름인 ‘잔아’는 그의 호에서 따왔다. 김 관장은 한자 ‘남을 잔(殘)’에 ‘아이 아(兒)’를 붙여 호로 삼았다. 개그맨, 작가 등 자신과 동명이인이 많은 것도 호를 쓰게 된 이유다. 김 관장은 아내와 함께 잔아박물관에서 세계적인 문호들과 작고한 국내 문인들의 테라코타 흉상, 사진, 작품 해설, 육필, 도판 등을 입체적으로 전시하며 지역민들과 호흡하고 있다. 박물관에는 푸슈킨, 톨스토이, 세르반테스, 카프카, 괴테, 헤밍웨이, 도스토옙스키, 셰익스피어 등 대문호들의 이력과 작품이 전시돼 있다. 그는 젊은 시절을 힘겹게 보냈다. 충남 부여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김 관장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14세 때 부산에서 독도를 측량한 박병수 선생을 만난 것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는 박 선생을 귀인이라고 했다. 박 선생은 고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지인을 통해 그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의 ‘양평살이’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람을 쐴 겸 무작정 양평 서종면에 왔는데 뻐꾸기 울음소리와 자동차 소리가 들리지 않던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춘 곳에 매료됐다. 이후 30년 남게 터를 잡고 살고 있다. 김 관장은 산과 물 자연과 벗 삼아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문학, 예술인, 작가 등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잔아박물관에서 매주 소설을 가르치고 있다. 김 관장은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유언을 가슴에 새기고 순수 문학을 하기 위해 평생 노력했다”며 “글쓰기를 50년 넘게 했지만 죽을 때까지 문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은미 자살예방센터 하남지부장 “생명존중 강사 양성해 생명 지킬터”

“진로·교육 종사자로서 해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목숨을 끊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책임감을 느껴 하남지부를 만들게 됐습니다.” 한국자살예방센터 하남지부가 지난달 미사역 부근에 둥지를 틀었다. 그동안 관련 교육이나 전문 상담기관이 없어 아쉬움이 많았던 하남시민에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초대 지부장은 교육전문가 유은미 지부장(51)이 맡았다. 유 지부장은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기 위해선 심각한 정서적 위기 현상을 보이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14주년을 맞는 한국자살예방센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란 현실을 반영해 오직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설립, 운영되고 있는 민간 전문기관이다. 기관 운영은 1인 기업화 방식으로 전국에 지부를 두고 현장 위주의 실질적 생명존중 자살예방 활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생명지킴이로서 청소년에 대한 자살예방 교육은 물론 군인이나 노인의 심리적 문제(대인기피증, 공포증, 우울증) 상담 및 학부모, 교사의 생명존중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남지부는 앞으로 가정불화와 성적, 진로 등 여러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우미 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자살예방 교육을 위한 실력 있는 생명존중 강사를 양성,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일에 적극 앞장설 계획이다. 교육은 생명존중 자살예방교육을 위한 전문자격과정으로 ‘생명존중전문강사’ 민간자격증 취득과정이 진행된다. 이는 교육부가 승인하는 자격증으로 학력이나 경력 제한 없이 사회복지사 또는 보건의료계 종사자 등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이 가능하다. 자격증 취득자는 초·중·고 청소년 및 군장병,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을 위한 생명지킴이(Gate keeper) 양성교육이 가능하다. 유 지부장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계기가 있다. 주위에서 우울증과 자살 등으로 극도의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봤기 때문이다. 남의 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이후 이들에 대한 상담이나 교육이 절실함을 확인했다. 자살예방은 교육당국이나 행정기관 등과 정보 등을 주고받으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민간기관이다 보니 한계가 많다. 하남시 및 교육지원청과 연계하는 제도권으로의 진입이 필요한 이유다. 유 지부장은 “지부 활동은 단순히 내담자의 고민을 덜어주고 해결 방안을 찾는 것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며 “삶의 의미를 갖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많은 사람이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