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마지막 무대 ’그는 진정한 축구영웅’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홍명보(33·포항)가 개인 통산 4번째 월드컵 무대에서 축구인생의 최고 영광을 안았다. 4강 신화를 일구는 동안 ‘유럽킬러’로 불리게 된 한국대표팀의 리더로 전세계언론의 극찬을 받았던 홍명보가 2일 아디다스와 FIFA가 발표한 최우수선수 투표에서 18%의 지지를 받아 올리버 칸(독일), 호나우두(브라질)에이어 브론즈볼 수상자로 선정된 것. 유럽 강호들의 매서운 공격을 무력화시킨 한국의 수비를 이끌어 지난 1일 FIFA 기술연구그룹으로부터 2002월드컵 올스타로 선정됐던 홍명보에게 브론즈볼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아시아를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의 수비수로 평가받아온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전세계 언론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었기 때문. 1일 로이터통신과 일본의 유력 스포츠 일간지인 스포츠닛폰, 파이낸셜 타임스 등에 잇따라 대회 ‘베스트11’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은 홍명보는 한국선수로는 가장 많은 A매치 131회 출전과 4차례의 월드컵 무대 경험 등 이번 대회에서 축구인생의 많은 기록들을 남겼다. 그러나 홍명보 스스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성과는 만 33살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이번 대회 한국팀의 7경기에 쉼 없이 출전, 23명의 태극전사 중 4번째로 많은 596분을 뛰며 일궈낸 4강 신화. 홍명보에게 안겨진 브론즈볼은 나이를 잊은 채 고군분투한 그에게 세계인이 보낸 선물임이 분명하다.

외국 클럽감독 맡아도 한국 축구발전 도울터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외국 클럽팀 감독을 맡지만 기술고문 등의 형식으로 한국 축구발전을 계속 돕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히딩크 감독은 “매일 그라운드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하기에 각종 리그가 잇달아 열리는 유럽 클럽팀이 내게 도전의 대상이다”며 “더구나 대표팀에는 당장 직접적인 도전이 없지 않은가”라고 말해 한국을 떠날 뜻을 굳혔음을 시사했다. 특히 히딩크 감독은 PSV에인트호벤 행이 확정됐다는 BBC방송의 보도와 관련, “너무 이른 보도였다”며 “에인트호벤은 월드컵 이전에 내게 제의를 해왔으며 이제 논의를 해야 될 상황이다. 국내에서 축하행사를 마친 뒤 다음 주에 네덜란드로 떠날것”이라고 밝혀 협상 진행상황만 내비쳤다. 이어서 히딩크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라며 “2004년 올림픽과 2006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대표팀이 재정비될 터인데 제안을 받는다면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또 “현재 외국클럽들과 논의를 하면서 내가 제기하는 이슈의 하나가 한국축구를 도울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라고 답해 외국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동시에 기술자문 등의 형식으로 한국팀을 간접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연합

지구촌 곳곳서 축구감동 ’쭈∼욱’

월드컵은 끝났지만 축구는 계속된다.한 달간 지구촌을 후끈 달궜던 한·일월드컵의 열기가 각국 리그나 지역별 대회로 고스란히 옮겨붙어 또 다른 감동의 드라마를 선사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당장 7일 K-리그가 재개된다. 오는 11월까지 135경기를 소화할 정규리그에는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골키퍼 이운재(수원)와 히딩크호의 ‘황태자’ 송종국(부산) 등 해외파를 제외한 대표선수 전원이 출격한다. 한국축구 중흥의 과제를 어깨에 짊어진 이들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98프랑스월드컵 때 이후 제2의 축구붐을 일으키는 데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세계축구계도 곧바로 4년 뒤 독일월드컵을 향해 다시 운동화 끈을 졸라맨다. 한·일월드컵을 빛낸 스타들이 대부분 뛰고 있는 유럽 리그는 올가을 2002∼2003시즌 정규리그 개막에 대비해 7월 중순 소속팀 합숙훈련을 소집해 전열을 재정비할 예정이다. 8월에는 네덜란드와 독일 분데스리가, 일본 J리그 후반기 리그가 시작되고 곧이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에A 등 유럽 3대 빅리그가 열려 축구 열기를 지피게 된다. 또 앞서 이달 17일에는 유럽최강의 클럽을 가리는 2002∼2003 챔피언스리그 예선이 시작되고, 남미클럽선수권대회인 리베르타도레스컵 결승은 하순에 치러진다. 남미클럽 챔피언은 오는 12월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도요타컵대회에서 유럽최강 레알 마드리드와 세계클럽 왕좌를 놓고 격돌하게 된다. 대륙 및 연령별 선수권 등 다양한 국제대회도 예정돼 있다. ‘미니월드컵’으로 불리는 유럽선수권 그룹 예선이 50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9월에 꿈의 구연에 들어간다. 유럽선수권 예선은 10개조로 나뉘어 리그를 벌여 2004년 포르투갈 본선대회에 참가할 15개국을 가린다. 또 아시아에서는 10월 아시아청소년선수권이 카타르에서 열리고 내년 3월에는 세계청소년선수권이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열려 차세대 태극전사들의 선전 여부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2000년 시드니대회부터 연령제한이 완화돼 월드컵과 맞먹는 수준으로 격상된 올림픽 지역예선도 내년 4월 스타트를 끊어 지구촌 곳곳을 축구열기로 달굴 전망이다./연합

2002월드컵 결산/효율적 공격축구(2)

②효율적 공격축구 한일월드컵을 2년도 채 남겨 놓지 않았던 2000년 12월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팀을 이끌 사령탑으로 결정됐을 때 많은 축구팬들은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그것은 히딩크 감독이 토털사커의 원조 네덜란드대표팀 감독이었다는 점에서 화끈한 공격축구를 한국에 심어 줄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히딩크가 지휘봉을 잡은 2001년 한해 동안 한국대표팀의 경기에서 화려한 골세리머니를 그리 자주 볼 수는 없었다. 지난해 한해동안 한국의 전적은 8승5무5패. 이중 3골 이상의 소나기골이 터졌던 경기는 2월 두바이4개국대회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4대1 승리 뿐이었고 2골을 넘는 스코어는 한 번도 없었다. 여기다 대륙간컵 프랑스전과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잇따라 0대5의 참패를 당하며 수비 불안마저 노출, 대표팀은 과연 히딩크 부임 이후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거센 비난에 부딪쳐야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2002년 3월. 유럽전지훈련을 마치고 난 대표팀에서 마침내 히딩크 축구의 색깔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히딩크는 문전에서 의미없는 슈팅만 날리는 실속없는 축구보다는 미드필더를 장악하며 완벽한 득점찬스를 만드는 효율적인 축구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 이를 위해 히딩크는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가 각각 맡은 바의 임무만을 수행하던 기존 한국축구 스타일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누구나가 공격수이자 수비수라는 개념을 선수들에게 확실히 심어 주었다. 올 3월 이후 평가전에서는 골문 앞에 버티고만 있던 공격수는 사라졌다. 공격수도 상대가 볼을 잡으면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괴롭혀야 했고 미드필드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완전한 찬스를 만드는 모습이 점점 늘어났다. 최용수, 이동국 등이 선발로 나서지 못하거나 탈락한 반면 올림픽대표팀 수비수였던 박지성은 강철같은 체력과 수비능력으로 오른쪽 날개를 꿰차 포르투갈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의 16강진출을 이끈 주역이 됐다. 히딩크의 경제적인 축구는 이번 월드컵의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은 6경기에서 6골을 기록, 함께 4강에 올랐던 브라질(15골), 독일(14골), 터키(7골)에 비해 골수에서 가장 떨어진다. 하지만 한국은 슈팅수에서 69회로, 가장 적은 슈팅을 날리면서도 34회의 유효슈팅을 기록하는 정교함을 보였다. 화려함은 없지만 실속있는 공격축구가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룬 비결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남미.유럽축구 ’자존심’ 사상 첫 충돌

월드컵의 ‘터줏대감’ 브라질과 ‘전차군단’ 독일이 마침내 결승에서 격돌한다.2002 한·일월드컵은 한 달여의 대장정 끝에 남미와 유럽을 대표하는 브라질과 독일이 결승에 올라 30일 일본 요코하마월드컵경기장에서 21세기 첫 FIFA컵을 차지하기 위한 최후의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과 ‘전차군단’ 독일은 월드컵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통의 강호들이다. 통산 최다인 4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과 그 뒤를 쫓는 3회 우승의 독일은 이번 대회까지 결승전에 오른 횟수도 7차례로 공동 1위다. 또한 독일은 82년 스페인, 86년 멕시코, 90년 이탈리아대회에서 거푸 결승에 올랐고 브라질은 94년 미국, 98년 프랑스에 이번 한일월드컵까지 3회 연속 결승진출로 타이를 이뤘다. 그러나 브라질과 독일은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직접 부딪힐 기회는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74년 서독월드컵에서 브라질과 당시 동독이 단 한번 대결한 적이 있을 뿐이다. 2차대전 이후 열린 월드컵에서 브라질과 독일은 78년 아르헨티나 대회를 제외하고는 둘중 한팀이 한번도 거르지앉고 결승에 올랐지만 공교롭게도 양팀이 결승에서 맞붙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에 따라 최초로 성사된 브라질과 독일의 결승 대결은 월드컵사에 각종 새로운 이정표를 남길 전망이다. 최강 전력으로 평가되는 브라질이 다시 정상에 오르면 통산 5회 우승으로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기지만 예상을 뒤엎고 독일이 FIFA컵을 차지하면 브라질과 최다우승 타이가 된다. 게다가 남미와 유럽이 각각 8회 우승으로 호각세를 유지중인 월드컵의 판도 역시 한쪽으로 기울어질 전망이다. 역대 월드컵은 브라질이 정상에 올랐던 58년 스웨덴대회를 제외하면 개최 대륙에서 매번 우승컵의 주인공이 탄생했지만 사상 처음 열린 아시아대회에서 남미와 유럽 중 어느 대륙이 FIFA컵을 안고 귀국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월드컵 특별취재반

2002 월드컵 결산/변화된 한국축구

○…월드컵 첫승과 16강을 목표로 지난해 이방인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한 한국 축구는 숱한 시련과 역경을 딛고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종전 5차례의 월드컵 본선에서 이루지 못한 숙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한 한국 축구의 변화된 모습을 3차례에 걸쳐 점검해본다.<편집자 주> ①압박축구 ‘4강 신화를 이룬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운 압박축구’ 18개월동안 거스 히딩크 감독의 손을 거친 한국축구는 공격진영, 수비진영을 가리지 않고 상대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수비는 수비진영에서 수비수들이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며 월드컵 4강 신화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공격진영 오른쪽에서 볼을 빼앗기면 측면공격수와 오른쪽 미드필더, 중앙미드필더 등 3명이 모여들어 상대를 압박하고 중앙으로 연결됐을 경우에는 다시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 그리고 측면공격수 1명이 그물망처럼 조여 들어간다. 아크 정면을 상대 플레이메이커가 치고 들어오면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여기에다 측면 미드필더가 가세해 상대 공격의 템포를 끊어 놓는다. 위치가 어디인지를 불문하고 볼을 가진 상대 선수를 포위하면서 원활한 공격을 막는 작업, 다시 말해 ‘압박’이 이제는 보편화됐다. 히딩크 감독이 부임했을 때만 해도 태극전사들의 움직임은 이렇지 않았다. 공격수들은 공격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 하프라인 아래로 잘 내려오지 않았고 오버래핑까지 곁들여지는 상대 공격을 막아야 하는 수비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토털사커’를 신봉하는 히딩크 감독은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의 역할간 ‘벽’을 없애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히딩크 감독은 압박축구의 기본인 체력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체력전담 트레이너를 별도로 두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중간에 나자빠지는 선수도 있었지만 히딩크감독의 파워프로그램은 그칠 줄 몰랐고, 이로 인해 월드컵 본선 개막 1개월전에는 태극전사들의 체력은 유럽의 어느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한국축구는 이제 세계최고 수준의 체력에 이르렀고 특유의 스피드를 접합시켜 강한 압박이 습관화됐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월드컵 4강신화를 이뤄 한국과 압박축구는 궁합이 맞다는 것도 증명됐다. 이 스타일을 어떻게 유지해 나가느냐는 이제 국내 축구인들의 몫으로 남았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신화는 살아 숨쉰다/’한국축구 계속 맡아주오’

‘남을까, 떠날까?’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했던 한국이 독일에 패해 결승행이 무산됨에 따라 거스 히딩크 감독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세계적 명장다운 지도력으로 한국에 월드컵축구대회 첫 승과 16강의 짜릿한 선물을 안긴 데 이어 아무도 예상치 않은 8강, 4강의 신화까지 창조, 영웅이 된 게 사실이다. 그의 지도철학은 정치, 경제 등 다방면에서 응용되면서 이른바 ‘히딩크 신드롬’을 낳았고 국민 대다수는 히딩크 감독이 가깝게는 부산아시안게임, 멀게는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계속 잡아 줄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휘어잡는 히딩크 감독의 진가를 새삼 확인한 세계 유수 클럽도 물밑에서 영입 작업을 펴고 있는 등 그가 계속 대표팀을 맡을지 아니면 손을 놓을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떠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다소 유력한 상황이다. 히딩크 감독의 잔류 여건은 이미 형성돼 있다. 귀화까지 추진하자는 글이 각 인터넷사이트마다 폭주하는 등 애정을 보내고 있고 정부에서도 히딩크 감독이 국위를 선양해준 점을 감안, 명예국적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도 대회 개막전 “히딩크 감독이 16강을 이루면 계속 맡아달라고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밝히는 등 축구협회 차원에서도 그를 붙잡아두기 위한 묘책을 찾고 있다. 그러나 정작 히딩크 감독 본인은 확답을 주지않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노하우를 충분히 전달, 한국축구의 수준을 세계강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끌어올렸고 목표도 초과달성하는 등 ‘할일은 다했다’는 판단을 했을가능성도 없지 않다. 스페인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가 손짓을 하고 있다는 설이 제기된 데 이어 조국 네덜란드의 PSV 에인트호벤이 영입을 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이러한 추정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히딩크 감독은 지난 21일 “대회 개막전에 접촉을 해온 사람이 있으나 ‘월드컵에 전념하고 싶다’고만 했다”며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고 있음을 시인했고 자신 또한 빅리그 감독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런저런 정황을 종합하면 히딩크 감독은 생애 최고의 나날들을 보낸 한국과의 인연을 정리하고 더 큰 물로 떠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히딩크 감독은 자신을 강력히 원하는 한국에 계속 남을지 아니면 새로운 곳에서 검증된 지도자 자질을 또 한번 발휘할 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질것으로 관측된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히딩크 감독이 오랫동안 국민의 마음속에 영웅으로 자리잡을 것은 분명하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한국축구, 신화는 계속된다

‘폭주기관차’ 한국축구가 무한질주를 계속하고있다.이번 월드컵에서 펠레가 꼽은 우승후보 중 하나인 포르투갈을 누르고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한국은 16강전에서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데 이어 8강전에서 ‘무적 함대’ 스페인을 침몰시키며 도저히 믿기 힘든 4강 신화를 창조했다. 약관의 청년들이 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강에 진출,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적이 있지만 어찌 이번의 쾌거에 견줄 수 있을까. 이런 가파른 상승세라면 결승 진출은 물론 땀과 눈물, 그리고 환희의 상징인 ‘월드컵’도 국민 품에 안겨줄 태세다. 5월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보면 한국은 40위에 불과하지만 한국에 패한 팀들은 포르투갈이 5위인 것을 비롯 이탈리아가 6위, 스페인은 8위다. 지금까지 아시아의 맹주 정도로만 인식됐을 뿐 세계와의 높은 벽에 가로 막혔던 한국 축구가 ‘톱 10’ 중 3팀을 보기좋게 격파하고 이제는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8강진출로 세계정상권 진입에 신호탄을 쐈던 한국축구는 이제 강호로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뛰어난 스피드를 앞세운 미드필드의 강한 압박,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를 가리지 않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 전역을 휘젓는 놀라운 체력 등 전력과 경기 내용면에서도 어느 팀에 뒤지지 않는다. 참가팀이 16개국을 넘지 않은 1930년 초대 우루과이대회부터 78년 아르헨티나대회까지를 제쳐놓고 24개팀이 참가한 82년 스페인대회부터 이번 한일월드컵까지 4강에 한번이라도 들었던 팀은 204개 FIFA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해 불과 13개국에 불과하다. 따라서 13개국에 이름을 올린 한국이 새로운 축구강국으로 탄생했다는 데 논란의 여지는 없다. 또한 이번 4강 쾌거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축구의 역사도 다시 썼다는 의미도 지난다. 82년 대회 이후 4강은 축구의 양대산맥을 이뤘던 유럽과 남미가 독식했으나 한국으로 대변되는 아시아도 새 천년 첫 대회에서 당당히 4강진출국에 등재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진행형이다. 한국은 25일 오후 8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또 하나의 신화 창조에 도전한다. 늠름한 태극전사들은 월드컵 우승 3회의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전차군단’독일과 결승을 다툰다. 태극전사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옛 영광을 재현하려는 독일도 집으로 돌려보내고 현해탄을 건너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본선 무대 6번의 도전 끝에 첫승을 일군데 이어 쾌속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대한의 아들들이 98년과 이번 대회에서 조국 네덜란드와 ‘제2의 고향’ 한국을 연이어 4강에 올려놓은 세계적 명장 히딩크 감독과 함께 다시 한번 기적을 연출할 지 관심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