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獨 전차군단 나와라’

“더도, 덜도 말고 2승만 더 하면 된다. 1차 목표물 독일 전차를 격파하라”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포르투갈,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까지 꺾고 새로운 축구강국으로 떠 오른 한국이 월드컵 정상 정복에 2승 앞으로 다가섰다. 22일 열린 8강전에서 연장접전까지 0대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다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을 5-3으로 누른 한국은 앞으로 준결승과 결승, 2경기에서만 더 승리한다면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최대의 기적을 창조하며 ‘코리아 신화’를 만들 수 있다. 홈 그라운드의 이점과 ‘붉은 악마’ 등 전 국민의 열렬한 응원에 힘 입은 이변의 수준을 넘어 진정한 실력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월드컵 첫승, 첫 16강 진출, 첫 8강 진출에 이어 첫 4강의 위업을 달성한 한국의 태극전사들이 월드컵 정상 정복을 위해 통과해야 할 첫 관문은 오는 25일 오후 8시30분부터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질 ‘전차 군단’ 독일과의 준결승이다. ‘전차 군단’을 붕괴시켜야 유럽과 남미가 나눠 가졌던 월드컵 우승을 노릴 수있는 결승 티켓을 얻을 수 있다. 월드컵 우승 3회에 힘과 조직력을 갖춘 축구 강호 독일을 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의 포르투갈과 6위의 이탈리아, 8위의 스페인을 꺾었다면 11위인 독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있다. 대회 시작전까지만 해도 ‘녹슨 전차’로 평가 절하됐던 독일은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만만치 않은 화력으로 우승 후보의 저력을 보여줬지만 약점은 있다. 8강전에서 독일을 괴롭혔던 미국처럼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역습을 편다면 ‘전차 군단’의 수비진을 헤집고 결승 진출을 보장받는 골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 한국이 독일을 넘어 오는 30일 오후 8시 요코하마종합경기장에서 열릴 결승에 오르면 월드컵 최다 우승 기록(4회)을 지닌 브라질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 객관적인 전력과 월드컵 경력에서 브라질에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신경쓸 필요는 없다. 한국이나 브라질 모두 긴장되기는 마찬가지고 전력과 경험에서 뒤져도 태극전사들에게는 그동안 보여줬던 투지와 정신력 뿐만 아니라 4천700만 붉은 악마의 응원이있기 때문이다. 준결승에서 독일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한국 축구의 실력을 다시 확인시킬 기회는 있다. 결승에 앞서 오는 29일 오후 8시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3·4위 결정전에서 승리한다면 우승이나 준우승보다는 못하겠지만 ‘세계축구 4강’이라는 확고한 자리를 지킬 수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히딩크, 한국축구 새역사 쓰다

1년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세계 40위인 한국축구를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올려놓은 거스 히딩크 감독(55)은 지난 4일 한국의 조별예선리그 첫 경기이후 매 경기때마다 한국축구의 새역사를 쓰며 월드컵 4강까지 이뤄냈다. 네덜란드 명문 PSV아인트호벤을 이끌며 3년 연속(86∼88년) 우승했고, 88년에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을 정상에 등극시킨 히딩크 감독. 91년부터 93년까지는 스페인 프리메가 리가 발렌시아의 사령탑을 지냈고 98년 프리메가리가 최고의 명문인 레알 마드리드를 맡아 도요다컵 우승을 차지했다. 95년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히딩크는 96년 팀을 유럽선수권 8강에 올려 놓은 뒤 98년에는 프랑스월드컵 4강이라는 성적표를 썼다. 그러나 히딩크 생애에서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네덜란드를 월드컵 4강에 올렸을 때보다도 전·승후반 90분 연장 30분을 득점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한국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것으로 뇌리속에 남을 전망이다. 2000년 12월18일 한국 대표팀 감독 계약을 맺은 히딩크는 500여일만에 한국축구를 세계축구의 중심으로 이끌어내며 48년 한국민의 숙원인 ‘월드컵 1승’과 ‘16강진출’에 이어 꿈에 그리던 8강에 진출시켰다. 그리고 6월22일. 히딩크 사단은 누구도 믿지 못할 월드컵 4강의 신화가 창조됐다. 히딩크는 선수로 활동할 당시에는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67년 프랑스 1부리그 리옹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히딩크는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70∼71년), 데그라파샤프(71∼77년)를 거쳐 미국 프로팀인 워싱턴 디플로매츠와 NEC니메가 등을 떠돌다 다시 데그라파샤프(81∼82년)로 복귀,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을 4강으로 이끈 뒤 “4강에 오른 것은 엄청난 성과다. 50대50으로 대등한 게임을 펼쳤다.”고 말했다. 또 “스페인보다 휴식시간이 적었는데 우리가 이겼다는 것은 선수들이 그만큼 노력했다.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며 “앞으로 잃을 것이 없는만큼 독일과 맞설 4강전도 지금까지 해 온대로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한국-스페인 8강전 한국축구 ’유럽징크스’는 없다

“더이상 ‘유럽징크스’는 없다. 유럽팀인 스페인, 독일을 딛고 결승까지 간다.” 한국축구가 FIFA 랭킹 6위인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를 꺾고 대망의 8강 진출에 성공을 거두며 유럽축구에 대한 자신감을 입증했다. 이처럼 한국이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유럽축구에 강한 면모를 보임에 따라 앞으로 8강전 상대인 FIFA 랭킹 8위인 스페인전과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4강 상대로 예상되는 독일전에서도 예상밖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축구는 지난 해 8월까지만 해도 극심한 ‘유럽징크스’에 시달려오며 이번 대회에서의 본선 첫 16강 진출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했었다. 한국은 지난해 1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지난 달 26일 가졌던 프랑스와의 평가전까지 32차례의 A매치 중 2001년 8월 체코전까지 유럽팀과 4차례 맞붙어 모두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특히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0대5로 참패를 당한데 이어 같은해 8월 체코와의 A매치서도 0대5로 대패해 세계축구의 중심무대인 유럽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 해 11월 98 프랑스월드컵 3위팀인 크로아티아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1승1무를 기록, ‘탈 유럽징크스’를 예고한 한국은 올해 3월 핀란드와의 친선경기서 2대0으로 완승을 거뒀고, 지난달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프랑스 등 강호들과 맞붙어1승1무1패로 완전히 자신감을 회복했다. 지난 달 16일 스코틀랜드와의 경기에서는 골세례를 퍼부으며 4대1로 대승을 거뒀고, 5일뒤에는 ‘축구종가’이자 이번 대회 우승후보 중 하나인 잉글랜드와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유럽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은 한국은 5월 26을 수원에서 열렸던 FIFA 랭킹 1위인 98 프랑스월드컵 우승팀 프랑스와 맞붙어 박지성, 설기현이 한골씩을 기록하며 비록 2대3으로 역전패했지만 결코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한국은 D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폴란드를 2대0으로 완파한데 이어 최종전에서는 세계랭킹 5위인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1대0으로 누르고 16강에 진출, 강호 이탈리아마저 2대1로 꺾고 8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유럽징크스’에서 완전히 벗어나며 ‘유럽팀 킬러’로 변모한 한국대표팀의 무서운 기세에 스페인과 독일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스타들의 고별장

축구선수에게 있어 월드컵은 두 말할 나위없는 최고의 무대다.따라서 월드컵은 아직 명성을 얻지 못한 이들에게는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겠지만 동시에 이미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이보다 적당한 은퇴 무대도 없을 것이다. 16강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도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 스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먼저 세계의 축구팬들은 프랑스 대표팀의 천재 미드필더 지네딘 지단(30)을 다시는 월드컵에서 볼 수 없을 전망이다. 98년대회에서 프랑스를 우승까지 이끌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결승 토너먼트 진출에도 실패한 지단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었다”며 2006년 독일월드컵에는 출전하지 않을 계획임을 내비쳤다. 지단과 함께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자리를 놓고 경합해 온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29)도 라이벌의 뒤를 따를 참이다. 미국과 한국에 잇따라 덜미를 잡히며 참담한 성적표를 손에 든 피구는 대회 개막 이전에 “나는 은퇴가 두렵지 않으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축구를 떠날 것”이라고 말해 이번이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임을 암시했었다. 아르헨티나의 골게터 가브리엘 바티스투타(33)도 아쉬움으로 대표팀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경우. 월드컵 통산 10골을 넣은 바티스투타는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최종전 무승부로 조별 리그 탈락이 확정된 뒤 “다른 형식으로 (은퇴)하고 싶었지만, 오늘 경기가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또한 스웨덴의 공격수 헨리크 라르손(31)도 전날 열린 16강전에서 세네갈에 석패한 뒤 “다음 월드컵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길다”며 “더 이상 대표팀에서 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파라과이의 괴짜 골키퍼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37)도 축구장을 떠나 정계에 입문할 예정이다. 물론 이들 외에도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서른줄에 접어든 수많은 스타들의 모습을 4년 뒤 독일에서는 볼 수 없을 전망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한국축구 16강 진출 의미

“한국이 세계 축구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이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포르투갈을 1대0으로 꺾고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뤄내는 순간 세계 축구전문가들이 쏟아낸 평가다.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 엄밀히 말해 결승토너먼트 진입은 32개 본선 진출팀 가운데 16개 팀을 가려내는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어서 얼핏 보면 극히 미약한 성과에 불과하다. 그러나 조별리그는 대륙별로 주어진 본선 티켓을 차지한 각 대륙의 강팀들이 뒤섞여 경쟁하기 때문에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를 통과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특히 본선 참가국 수가 16개에서 24개로 늘어난 82스페인대회 이후 98프랑스월드컵까지 5개 대회에서 첫 라운드를 통과한 팀 수는 35개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세계 축구의 양대 축인 유럽과 남미가 싹쓸이하다시피 했었다. 더욱이 역대 대회를 통틀어 아시아팀이 2라운드에 진출한 경우는 북한(66 잉글랜드대회)과 사우디아라비아(94 미국대회) 밖에 없었다는 사실 역시 한국이 공동개최국 일본과 함께 통과한 이번 대회의 성과가 얼마나 값진 것인 지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 결국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이뤄낸 사상 첫 16강 진출은 한국 축구가 아시아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 세계축구의 중심 쪽으로 본격적인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54년 2패, 86년 1무2패, 90년 3패, 94년 2무1패, 98년 1무2패 등 결승토너먼트 진출은 커녕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한국축구의 초라했던 역대 성적표를 감안할때 한국축구사에 큰 획을 그은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축구가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앞으로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 또 오랜 숙원을 현실화한 태극전사들의 유럽 빅리그 진출도 잇따르고 관중없이 치르던 프로축구도 활성화되는 등 앞으로 한국축구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한.일, 亞축구 신기원 이룩

‘가깝고도 먼 이웃’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축구의 신기원을 열었다.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한국은 14일 포르투갈의 마지막 D조 예선 최종전에서 박지성의 천금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 조 1위로 사상 첫 16강의 단맛을 맛봤고 이에 앞서 일본도 튀니지를 2대0으로 제압해 H조 수위를 지켰다. 이로써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 축구사상 처음으로 두 나라가 동시에 16강이 겨루는 2회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비록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처녀 출전한 중국이 이번 대회에서 단 한골도 넣지 못한채 패퇴했지만 한·일 두나라가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곧추세운 셈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공교롭게도 나란히 2승1무, 승점 7을 기록했다. 한국이 터트린 골은 4개, 빼앗긴 골은 1개였고 일본은 5득점, 2실점을 기록해 통계면에서도 유럽과 남미의 축구 강호에 맞먹는 실력을 과시했다. 더욱이 상대국이 ‘유로 2000’ 4강에 진출했던 명실상부한 우승후보 포르투갈과 시드니올림픽 4위팀 미국, 유럽 전통의 강호 벨기에, 지역예선을 1위로 통과한 러시아 등 하나같이 쟁쟁한 멤버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나라의 결실은 소중하기만 하다. 불과 4년전 98프랑스월드컵에서 동반 진출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고개숙여 그라운드를 떠나던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된 결과.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94년 월드컵때 66년(잉글랜드대회) 북한에 이 아시아축구사상 28년만에 2회전 진출에 성공, 중동이 맹주로서 성가를 높였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1차전 독일에 0대8, 카메룬에 0대1, 아일랜드에 0대3으로 무너져 자존심을 구길대로 구겼다. 또 13억 축구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처녀 출전한 중국도 단 한골도 못넣고 9골을 브라질, 터키, 코스타리카에 헌납,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의 탈락 아픔은 한국과 일본의 16강전 진출로 희석됐다. 30억 아시아인의 자존심과 응원을 가슴에 품고 한국과 일본, 두나라의 축구전사들이 결승토너먼트에서 땀과 피를 그라운드에 쏟아부을 순간만 남았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축구강호들 ’2002 악몽’

프랑스에 이어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아르헨티나가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 재앙이 그치지 않고 있다. 역대 어느 대회보다 이번 대회는 강호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12일 벌어진 F조 최종전에서 힘과 높이를 앞세운 견고한 스웨덴의 수비벽을 뚫지 못하고 고전하다 1대1로 간신히 비겨 승점 4로 스웨덴·잉글랜드(이상 승점 5)에 이어 조 3위에 머물며 탈락했다. 통산 14차례 본선에 오른 아르헨티나가 1라운드에서 떨어진 것은 34년, 58년, 62년 3차례로 이번 탈락은 4번째이자 62년 대회이후 30년만이다. 더욱이 FIFA 랭킹 1위인 프랑스와 공동 2위인 아르헨티나에 이은 우승후보들의 탈락 쇼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G조에 속한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는 에콰도르를 2대0으로 꺾어 산뜻하게 출발했으나 크로아티아에게 1대2로 패하며 승점 3으로 크로아티아에 다득점에서 앞서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조 1위를 노리는 멕시코(승점 6)와 최종전을 남겨놓은 반면 크로아티아는 이미 탈락이 확정된 에콰도르와 맞붙게 돼 13일 멕시코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16강에 오를 수 있다. 또 다른 우승후보인 D조의 포르투갈 역시 벼랑에 몰려있다. 1차전서 미국에 2대3으로 패해 이변의 희생양이 됐던 포르투갈은 2차전에서 폴란드를 4대0으로 대파해 승점 3으로 한국·미국(승점 4)에 이어 조 3위. 포르투갈은 14일 한국전에서 이겨야 하지만 한국이 홈 잇점을 안고있고, 온 국민의 성원을 업고 있는데다 사상첫 월드컵 1승으로 기세가 올라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예상치 못했던 패배속에 조급해진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리그 최종전에서 총력을 쏟고도 무너진 것에서 보듯 공은 둥글고 객관적 실력이 반드시 승부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회 개막전 우승후보로 꼽혔던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브라질, 포르투갈, 잉글랜드 가운데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이미 탈락했고 이탈리아, 포르투갈도 바람앞에 있는 등불의 처지여서 브라질만이 유일하게 순항을 하고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새천년 축구의 핵 미드필드

새 천년 첫 ‘꿈의 구연’인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를 통해 확인된 세계 축구의 전술적 특징중 가장 두드러진 측면은 허리인 미드필드에서의 치열한 공방전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의 일원인 프랭크 퍼리나 호주 대표팀 감독은 11일 서울 국제미디어센터(IMC-1)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조별리그 2차전까지 관전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분석했다. 퍼리나 감독은 “지금까지의 경기를 보면 세계 축구의 전술적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며 “게다가 팀마다 기량 차이가 갈수록 좁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있었다”고 말했다. 퍼리나 감독이 꼽은 전술적 특징은 ▲미드필드에서의 치열한 공방 ▲공수 양면에 걸친 강한 압박 ▲스피드를 앞세운 측면 공격 ▲역습을 통한 득점 등이다. 특히 미드필드에서의 치열한 공방과 관련해 퍼리나 감독은 “미드필드는 공격의 시발점이기 때문에 미드필드를 장악하는 팀은 공격 전환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퍼리나 감독은 이번 대회 스타 플레이어로 “개막전 골을 넣은 세네갈의 파프 부바 디오프, 미국의 랜던 도노번과 다마커스 비즐리 등이 기술연구그룹 멤버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밝혔다. 퍼리나 감독은 또 ‘이변이 속출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결과(최종스코어 지칭)로 따지면 이변으로 보일 수 있는 경기가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강팀과 약팀을 구분할 수 있는 전력의 차는 매우 좁기 때문에 이변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12명으로 구성된 기술연구그룹은 매경기 2명씩 투입, 해당 경기에 대한 세밀한 보고서를 제출하게 되며 대회가 끝난 뒤 2개월 이내에 종합보고서를 작성하는 책임을 맡는다. 기술연구그룹의 종합보고서는 4년간의 세계 축구 조류를 형성하는 ‘교과서’ 역할을 하게 된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한국축구, 아시아 자존심 살렸다’

‘한국이 아시아축구의 자존심을 살렸다’ 4일 한국대표팀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D조 예선 첫 경기에서 황선홍과 유상철의 연속골로 동유럽의 강호 폴란드를 2대0으로 완파하고 본선 출전 48년만에 감격의 첫 승을 거두자 세계 언론들이 일제히 아시아축구의 자존심을 살렸다고 보도했다.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미국의 뉴스전문채널 ‘폭스스포츠’의 해설자 재미 트레커는 “한국이 본선무대 첫승을 기록함으로써 아시아축구의 새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트레커는 또 한국의 승리는 느슨해진 월드컵 분위기에 ‘시원한 쥬스’가 되고있다며 미국의 16강 진출이 어려워진 반면 한국은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팀이 됐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CBS 방송도 폴란드전 승리를 ‘감동적인 월드컵 첫 승리’로 CNN은 ‘한국축구 어른으로 성장’, NSNBC 방송은 ‘한국, 안도와 만족감 쏟아져’의 제목으로 한국의 역사적인 첫 승을 보도했다. LA 타임스와 USA 투데이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한국의 첫 승을 신속하게 보도하며 미국의 16강 진출이 험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공동 개최국인 일본의 주요 언론들도 ‘한국 반세기의 비원, J리그 콤비가 호쾌한 2발을 날리다’(요미우리), ‘월드컵 골, 한희(韓喜)’(아사히), ‘한국 강호 무릎 꿇리다’(마이니치), ‘한국 역사적 1승’(산케이) 등 한국팀의 승전보가 스포츠면을 크게 장식했다. 교도(共同)통신은 ‘한국축구가 공수의 균형이 잡힌 훌륭한 축구로 변신했다’고 평가했다. 또 콜롬비아의 엘 티엠포는 ‘한국이 드디어 월드컵 축구역사에 올랐다’고 평가했고, 멕시코 아즈테카TV는 ‘4년만에 달라진 한국팀의 기량과 투지가 놀랍다’로 호평했으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언론도 ‘일본은 비겼는데 한국은 승리했다’(브라질 오 글로보), ‘한국이 드디어 역사를 일궈냈다’(아르헨 클라린)고 전했다. 이밖에 홍콩의 일간 명보(明報)와 대중지인 둥방(東方), 중국의 인터넷신문 대양망(大洋網) 등 중화권 주요 언론들도 한국축구가 아시아의 체면을 세웠다고 일제히 알렸다. 베트남의 국영 제3TV도 ‘사우디, 중국이 패한 분풀이를 한국이 대신 해줘 아시아의 체면을 살렸다’고 방송하는 등 한국의 월드컵 첫 승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태극전사 한국축구역사 새로썼다

한국축구가 반세기만에 월드컵 ‘첫승 갈증’을 해갈해 100년 축구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까지 통산 6번째, 5회연속 본선무대에 오른 한국의 월드컵역사는 결코 밝지 못했다. 54년 스위스 대회때 처음으로 본선무대를 밟은 이후 지난 프랑스월드컵까지 5개 대회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통산전적 4무10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었다. 한국전쟁의 포연이 채 가시지 않았던 54년은 한국이 월드컵 본선무대를 처음 밟으며 축구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해로 기록되고 있으나 그만큼 부끄러운 기록도 많았다. 한국은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일본을 1승1무로 제치고 본선티켓을 손에 넣었지만 열악한 교통수단 때문에 경기당일 새벽에야 개최국인 스위스에 가까스로 도착, 최악의 상태에서 헝가리에 0대9, 터키에 0대7로 대패했다. 스위스 대회이후 32년만인 86년 멕시코대회에서 다시 본선에 오른 한국은 차범근을 앞세워 ‘본선 1승’의 꿈을 실현하려 했으나 1차전부터 ‘축구신동’ 마라도나가 버티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만나면서 1승이 단지 꿈으로만 끝나게 됐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1무2패를 기록했으나 박창선이 본선 1호골을 터뜨리며 불가리아와 1대1로 비기는 성과를 올렸다. 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 한국은 지역예선 무패의 자신감으로 덤볐지만 이번에는 벨기에, 스페인, 우루과이에 차례로 패하면서 3전 전패로 쓸쓸히 퇴장해야 했다. 4년 뒤 한국은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첫승과 16강의 희망을 되찾았다. 최종예선에서 극적으로 일본을 따돌리며 본선무대에 오른 한국은 비록 1승과 16강 진출꿈이 다시 좌절됐지만 어느 때보다도 인상적인 경기를 펼쳐 16강에 가정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첫 상대인 스페인을 맞아 후반 초반에 2골을 허용하며 그대로 무너지는 듯 했으나 종료 5분을 남기고 홍명보와 서정원의 연속골로 2골을 만회,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독일전에서는 전반에 3골을 먼저 내주며 야유를 받았으나 후반 투혼을 발휘하며 2대3으로 경기를 마무리짓고 16강 희망을 살려나갔지만 볼리비아와 득점없이 비기면서 2무1패로 다음 대회를 기약해야 했다. 지난 98년 프랑스 대회에서 한국은 다시 한번 첫승과 16강 진출의 야망을 품었지만 이번에는 감독이 중도에 물러나는 최악의 홍역을 치렀다.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서 하석주가 사상 처음으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곧바로 퇴장당하면서 상승 분위기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어 1대3으로 패한 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네덜란드에 0대5로 참패, 감독 경질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다달았다. 이후 한국은 마지막 벨기에전에서 투혼을 발휘했으나 1대1 무승부를 기록하고 또다시 16강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월드컵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