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엔딩' 아쉬움 날릴, 실내 이색 식물 [주말, 여기어때]

따뜻한 봄날이 찾아왔지만 벌써 끝나버린 ‘벚꽃엔딩’에 왠지 섭섭함이 밀려온다. 그렇다면 실내에서 이색 식물을 만나며 특별한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주말, 맑은 공기를 맡으며 봄 기운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 김포 ‘이원난농원’ 2대에 걸쳐 40년째 운영 중인 이원난농원은 대지 6천평, 온실 3천평 규모에, 총 2천5백종, 한해 25만벌 정도의 난을 재배하는 동양 최대의 난 농장이다. 동양란과 서양란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희귀 난을 관람할 수 있고 다양한 종류의 난이 있어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즐길 수 있다. 맑고 따스한 날엔 향긋한 꽃향기가 이곳을 가득 채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동시에 은은한 레몬향과 달콤한 코코넛 향 그리고 헤이즐넛 향이 코로 전해진다. 난초에서 피어난 꽃 하나하나가 뿜어내는 향기들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곳에선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다양하고 희귀한 난들을 관람할 수 있다. 꽃을 피우면 한 마리 비둘기가 내려앉은 듯한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내는 ‘비둘기 난초’, 최대 2.5t, 높이 약 3m까지 자라는 초대형 난인 ‘그라마토필름’, 향수통이라고 불릴 만큼 향이 강하게 난다는 ‘덴드로비움 아노스멈’을 만날 수 있다. 난초는 아니지만 거꾸로 매달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고사리과 ‘박쥐란’도 보이는데, 박쥐란은 45년을 이곳에서 자랐다. 한껏 즐기며 걷다 보면 비단잉어들이 헤엄치는 작은 연못이 눈에 띈다. 농원 측은 연못에 살고 있는 11마리의 비단잉어 이름을 난의 여왕인 카툴레야 이름으로 지었다고 설명한다. 각각 난의 꽃 사진이 있고, 그 꽃과 닮은 비단잉어를 찾아보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농원을 방문한 유지호씨(28)는 “많은 종류의 난을 구경할 수 있고 예쁘게 잘 꾸며놓은 것 같아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식물을 키우면서 바라보고 있는 것을 좋아해서 왔는데 이곳에 있다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치유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양 ‘선인장전시관’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호수공원에 있는 고양시 선인장전시관은 990㎡ 규모의 유리온실과 495㎡의 육묘장으로 750품종, 6천800본의 다육식물과 선인장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해외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유리온실 전시관의 동선이 5대양 6대주 구성에 맞춰 제작됐기 때문에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녹색의 풍경은 신비롭고 마음의 안정을 준다. 아주 작은 다육식물부터 유리온실의 천장을 뚫고 나갈 듯 자라난 연성각과 투쟁용 등과 같은 선인장이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다가스카르의 ‘운카리나데카리’라는 어린왕자의 바오밥 나무과 다육관엽이 반기는데,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 선인장이다. 이처럼 전시관에서는 전 세계에 서식하는 선인장의 다양한 형태와 색상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생지 환경에서는 18m 높이까지 자라며 신기하게도 가시 밑으로 한 쌍으로 잎이 나오는 남아프리카의 ‘카라루마 선인장’, 부를 가져다 준다는 ‘금호 선인장’, 40년을 자라 일생에 마지막 한번 꽃을 피운다는 ‘길상천 선인장’, 금색 빛이 도는 ‘금향환’ 등 희귀하고 다양한 선인장을 만난다. 전시관 바닥에 표시된 오세아니아길을 따라가다 보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투명한 유리 바닥으로 만들어진 배 조형물 아래는 선인장들이 모여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사진 찍기에도 좋다. 또, 전시관과 이어진 육묘장·다육 직판장이 있어 선인장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다양한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관람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를 끄는 요소 중 하나다.

‘수원, 시민, 예술문화’ 공감대 위한 문화초대석 4월 한 달간 ‘풍성’

“수원, 시민, 예술문화.”  ‘우리의 수원’을 만드는 세 가지 키워드라는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수원예총과 수원문화재단이 팔을 걷어붙였다. 수원예총과 수원문화재단이 함께하는 지역예술단체 협업사업 ‘2023 문화초대석’이 수원의 4월을 가득 채운다. 금요일과 토요일 등 주말을 맞이해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전문 예술인들이 수원 곳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대중들에 한 발짝 더 다가가 경계를 허물고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어 내고자 기획됐다. 8일 낮 12시와 오후 2시 팔달문화센터 야외공연장에서는 수원특례시 국악협회의 ‘도시에서 전통이 공존하는 방법’이 펼쳐진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인 수원에서 전통예술을 레트로라는 현 시대의 트렌드와 연결하는 국악인들의 고민이 반영된 무대를 만날 수 있다. 옛 것으로만 치부되는 전통음악이 현대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계기인 이번 공연은 흥으로 둘러 싸인 한바탕 놀이판을 만끽하며 일상의 고단함을 날려버릴 기회다. 오는 15일 낮 12시 팔달문화센터 공연장과 화성행궁광장 일대에선 특별한 사진투어 프로그램이 열린다. 수원특례시 사진협회의 ‘시민과 함께하는 사진투어’는 시민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를 통해 사진과 미술의 역사를 알아보고, 사진과 미술 간의 관계를 들여다보면서 사진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방법도 공유할 수 있다. 시민 각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도 좋고 수원미디어센터가 마련한 디지털카메라를 활용해 사진 실습을 해보는 자리도 마련돼 있다. 21일 낮 12시엔 행궁동 수원문학인의 집과 행리단길 일대에서 풍성한 행사가 열린다. 수원특례시 문인협회의 회원들이 시민들과 만나는 자리다. 남녀노소 누구나 우리 문학의 멋을 음미하면서 느낄 수 있는 시적 체험이 가능하다. 인문학을 매개로 하는 소통과 교류를 만끽하도록 구상한 ‘시(詩) 다양성 퍼포먼스’가 마련돼 있다. 시민들은 ‘길거리 백일장’, ‘서로서로 즉흥 시낭독 - 詩야 놀자’, ‘詩詩 때때 요모조모 – 시 족자 나눔 및 시 꽃 만들기’, ‘작가와의 만남’ 등 다채로운 순서를 만날 수 있다. 22일 오후 2시 시내 명소 중 하나인 창룡문에서는 수원특례시 무용협회의 ‘두근두근 강강술래’ 공연이 열린다. 시민들과 함께 하는 플래시몹 방식으로 진행될 이번 공연은 ‘짧고! 즐겁게! 우리!’라는 주제로 접근한 색다른 방식이 돋보인다. 전문 무용인들 역시 이곳을 찾는 이들이 모두 각자의 소중한 추억을 안고 떠날 수 있게 공연을 준비했다. 수원예총 관계자는 “이번 기획에 있어 코로나19처럼 우리 일상을 지치게 만드는 요소들을 잊어버릴 수 있게 초점을 맞췄다”면서 “수원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 2023 문화초대석이 수원의 예술문화 교류 확산에 있어 활기찬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예총 제21대 천진철 회장 취임 "미래의 비전 수립할 것"

(사)한국예총 경기도연합회(이하 경기예총)가 제21대 천진철 신임 회장 체제의 닻을 올렸다. 경기예총은 7일 오후 3시 경기문화재단 인계동사무소 다산홀에서 제20·21대 회장 이·취임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지난 2월9일 치러진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천진철 제21대 회장의 취임과 더불어 김용수 제 20대 회장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식장에는 이범헌 한국예총 회장, 석현 한국연예예술인협회 이사장, 이덕규 경기민예총 이사장, 강득구 국회의원, 김현수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 이필운 전 안양시장, 김녕길 안양농협 조합장 등을 비롯한 각계 내빈과 예술인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이·취임식에서는 김 전임 회장에 대한 감사패 및 꽃다발 전달식이 진행됐다. 이어 이범헌 회장이 천 신임 회장에게 인준장을 건넸으며, 김 전임 회장이 천 신임 회장에게 예총기를 인계했다. 천 신임 회장의 취임사 이후 내빈들의 격려사, 축하공연 등이 이어졌다. 김용수 전임 회장은 이임사에서 “4년 전 회장이 된 뒤 무사히 이임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며 “경기예술인들이 자부심 갖고 살 수 있도록, 그 어떤 제약도 없이 예술혼을 살릴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 부족한 사람을 도와주시고 힘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천 신임 회장은 인격으로 보나 그간 쌓아온 경력으로 보나 너무나도 훌륭하신 분이다. 협력과 화합으로 만들어 갈 경기예총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천진철 신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선배 회장님들의 헌신과 노력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회원들과의 소통을 위한 채널 마련, 업무활동에 대한 정보 공개확대 등 조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 신규사업을 유치해서 경쟁력을 강화해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미래의 비전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경기예총의 10개 단체와 31개 시·군 예총 내 예술인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영화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 타계… 그의 손길 묻은 작품들

지난달 28일 영화음악계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가 타계한 사실이 2일 국내에도 알려져 현재까지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그는 작곡가뿐만 아니라 프로듀서, 피아니스트, 배우 등 예술계 전반에서 영향력을 펼쳤는데 특히 영화음악계에 남긴 족적이 크다. ‘마지막 황제’(1987년)를 작업하면서 아시아인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던 그는 서구사회에서 오랜 기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오면서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만들며 전세계 대중들과 음악 애호가들을 사로잡았다. 떠나간 그를 추모하면서 그가 남긴 영화 속 음악을 살펴본다. 대중에게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사카모토는 팝과 클래식, 뉴웨이브, 일렉트로닉, 힙합, 보사노바 등 경계를 넘나들 뿐 아니라 동서양의 문화 간극도 허무는 다양한 음악적 시도로 매번 과감한 행보를 지속했다. 종횡무진하던 그였기에 그의 작업물들은 대중들의 머릿속에 늘 맴돌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 황제’의 OST였던 ‘Rain’,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년) 테마곡인 ‘Merry Christmas Mr. Lawrence’와 같은 곡들은 영화에 관심이 없더라도 도입부를 듣자마자 익숙하게 다가오는 트랙이다. 특히 ‘Merry Christmas Mr. Lawrence’는 국내에선 1996년 발매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의 삼중주 버전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영화 사운드 트랙으로 나왔던 버전은 일본의 전통악기가 자아내는 동양적인 무드로 둘러싸인 전자 음악이라는 점에서, 버전 별로 다른 매력을 비교해볼 수도 있다. 그는 오랜 기간 활동해오면서도 꾸준하게 존재감을 입증했다. 그가 작곡한 영화 ‘철도원’(1999년)의 주제곡은 일본 오리콘차트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2010년대에 들어와서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년)를 통해 비올라와 첼로 등 현악기의 조합으로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음악을 만들며 건재함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가 작업한 30여편의 장편 영화 속 음악들 가운데, 한국과 연이 닿았던 ‘남한산성’(2017년) 속 음악 역시 짚어볼 만하다. 대금과 피리, 아쟁 등 한국의 전통 악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당시 작업에서 사카모토는 영화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역사적 상황 속 슬픔과 자존심이 얽혀 있는 영화의 주요 정서를 세밀하게 잡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14-② 시대 초월한 ‘과나후아토 민속박물관

미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주말 시장에서 채소와 과일을 파는 가게에 들러 사과와 토마토, 그리고 당근과 오이를 샀다. 110페소에 제법 많은 양을 샀다. 우리나라 가격의 3분의 1 정도여서 물가가 싸다는 것을 체감한다. 호텔에 짐을 두고 가벼운 차림으로 과나후아토 역사 지구 도보여행에 나서 호텔 옆에 있는 민속박물관(Museo del Pueblo)으로 간다. 입구에서 시니어 티켓 두 장을 샀다. 밖에서 보기에는 규모가 크지 않으나, 안으로 들어서자 아기자기한 전시 공간이 1, 2층에 가지런히 배치돼 있다. 박물관은 1776년 추리구레스크 양식의 아름다운 전면이 있는 예배당과 마르케스 데 라이아즈 저택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중세 건축물로 건축가 펠리페 데 우레나가 지었다. 두 건축물은 서로 다른 용도로 오랫동안 사용되다가 1979년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박물관은 1, 2층으로 나눠져 있고, 1층 전시실에는 18세기와 19세기의 그림을 전시하는 5개의 방이 있다. 이곳에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메스티소 출신 화가로 특히 초상화를 잘 그린 에르메네질도 부스토스 갤러리가 있다. 그는 관통하는 심리적 힘을 원천으로 세월의 흐름과 시대를 초월하는 감정을 담고, 캐릭터의 몸은 필요한 만큼 크기로 축소하며, 손은 물건을 잡는 데 집중함으로써 또 다른 정체성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특징을 가졌다. 에르메네질도 부스토스는 정식으로 미술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작품은 파리, 런던, 멕시코시티, 도쿄, 스톡홀름 등 세계 여러 곳에서 발표됐다. 1층 전시실에는 이곳 과나후아토 출신 화가 호세 차베스 모라도의 갤러리가 있고, 그 외에도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잘 그렸던 리베라, 오로스코와 함께 벽화 예술의 선구자인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의 작품도 전시하고 있다. 박태수 수필가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목련꽃 필 때

모든 꽃이 일시에 피어났다. 요즘은 순서 없이 피어나 라일락도 벚꽃도 개나리와 진달래와 함께 온 세상을 물들인다. 주말에 잠깐 팔달산과 광교산 길의 벚꽃 구경을 했다. 그냥 지나가 버릴 것만 같아 부랴부랴 한꺼번에 올봄의 꽃들을 한가득 들여놓았다. 봄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목련꽃이다. 벌써 양달의 목련은 노추하게 꽃잎을 모두 떨궈 놓았다. 목련이 지면 왠지 봄이 저무는 것만 같다. 우아하고 풍만한 목련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생명체 중 하나라고 한다. 무려 1억4천만년 전 공룡시대 화석에서도 흔적을 남겼다고 한다. 목련은 백목련과 자목련이 있지만 나는 흐드러진 청순함의 백목련보다 좀 더 세련되고 우아해 보이는 자목련이 좋다. 나는 해마다 상습적으로 목련꽃을 스케치북에 담아 놓는다. 이유 없이 목적 없이 그냥 그리고 싶다. 그리고 봄날엔 늘 마종기 시인의 연가를 되뇌며 흩어지는 꽃잎 향기와 함께 봄을 떠났다. 전송하면서 살고 있네. 죽은 친구는 조용히 찾아와 봄날의 물속에서 귓속말로 속살거리지, 죽고 사는 것은 물소리 같다. 그럴까, 봄날도 벌써 어둡고 그 친구들 허전한 웃음꽃을 몰래 배우네. (연가9-1)

상담 수요 급증… 경기도내 청소년성문화센터 ‘속앓이’

청소년 성교육을 진행하는 경기도내 절반 가량의 청소년성문화센터들이 제대로 된 상담실과 전문 인력을 갖추지 못한 채 늘어나는 상담 수요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관의 설립 목적은 청소년 성교육 전담이지만, 미디어 노출 등의 영향으로 성과 관련된 고충과 고민을 갖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상담 역시 교육만큼 중요한 우선순위가 됐기 때문이다.  3일 여성가족부와 경기도내 청소년성문화센터 등에 따르면 청소년성문화센터(이하 센터)는 여성가족부의 ‘여성아동권익증진사업 운영 지침’에 따라 아동·청소년의 특성과 발달 단계에 맞는 전문화된 성교육을 통해 건강한 성 가치관 정립 지원을 추구하는 전문 교육 기관이다. 경기지역에는 안산 소재인 경기남부센터(고정형, 이동형)와 파주 소재인 경기북부센터(고정형, 이동형)를 비롯해 수원, 용인, 화성, 부천, 안양(이동형) 등 총 9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경기북부·화성·부천·안양센터는 청소년들이 방문 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상담실’이 확보돼 있다. 하지만 경기남부·수원·용인센터는 상담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기존의 공간 중 일부를 활용해 상담을 하는 수준이다. 특히 화성 센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담 전담 인력도 없어 기존의 교육 인력이 주로 주말에 찾는 아동 보호자와 내담자를 위해 상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에 센터 관계자들은 중앙 정부 차원에서 상담실 마련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센터가 애초 교육기관으로 지정돼 있지만 상담 업무가 주요하게 늘어나는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천센터 관계자는 “애초에 성교육과 상담을 따로 분리해서 볼 수 없고, 최근 학교나 경찰서 등을 통한 상담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해바라기센터,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나 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서 센터로 내담자를 인계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면서 “상담 대응이 원활해지도록 현실적인 환경 마련을 위해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상담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를 의식해 일선 센터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도 예산 반영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며 “상담 공간 확충을 위해선 건물 리모델링 등에 필요한 예산과 여건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完 우리에게 남은 과제들 [친일잔재, 부(負)의 유산으로 기록되다]

‘완성을 위한 미완성’.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지난달 3일 오후 1시 경기상상캠퍼스에서 진행한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 설치 사업 성과 공유회’에서 도출된 사업의 평가와 앞으로의 방향은 이렇게 종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제·친일잔재 청산을 위해 2019년부터 경기도와 도의회가 보여온 의지와 사업 추진을 높이 평가하며,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조사·연구 용역’ 2차 조사연구를 통한 친일잔재에 대한 더욱 치밀한 목록화 작업과 안내판 등 현재까지 설치된 결과물을 역사적으로 더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경기도와 도민의 친일잔재 청산 의지 수준 높아…이제 심도 있는 후속 조치 필요한 때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경기도 친일 청산의 의미와 방향-기억과 기념’을 주제로 한 기조발표에서 “친일청산은 반전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친일청산을 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역사적인 삶을 살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삶이 역사의 한 부분이기에 어떠한 과오가 있다면 역사 속에서 모든 게 기억되고 심판 받는다. 친일청산의 궁극적 방안은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반대와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화,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외치는 반전이 중요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경기도 친일잔재 청산 사업에 관한 과제와 앞으로의 방향 등이 논의됐다.  강진갑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은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조사·연구 용역 결과 보고서’ 보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보고서의 비판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 원장은 “현재 친일잔재 청산에 대해 공감대가 부족한 측면은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고, 현재 나온 내용에 대해 논리적으로 정리될 부분들도 있다”면서 “건축물에서는 ‘일제 잔재의 범위 설정에 따른 문제’와 ‘일제 잔재 중 시설물의 양면성’을 고려해 일제 잔재라는 측면과 산업화 때 우리에게 유용했던 수단이라는 두 가지 시선을 다 밝힐 필요가 있다. 일제 강점기 용어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도 다시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와 재단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도내 17곳에 설치한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의 다양한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동근 수원박물관 교육홍보팀장은 ‘친일안내판 추가 설치의 전망과 개선방향’에서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조사·연구 용역에서 1차 조사연구가 이뤄진 이후 나온 목록을 내부적, 학술적으로 정리하는 추가적인 용역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면서 “다만 안내판 설치 과정에서 해당 인물이 아직 논란이 많아 지자체의 동의를 얻기 어려웠음에도 17개나 설치한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경기도가 2019년 기획하고 현재 2023년 성과공유회까지 이어온 만큼, 경기도의 친일청산 의지가 대한민국을 바로 잡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친일잔재 청산의 타 지역 사례와 시사점’에서 “2019년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자체가 나서서 일제잔재 청산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경기도가 앞서나가고 있다. 조사 연구 결과는 경기도를 제외하곤 아직 아무 곳에서도 올려놓고 있지 않고 비공개를 하고 있다”며 “이 지점에서 경기도가 사회적 논의를 함께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아쉬운 점은 사업이 개별 부서에 산발적으로 분야마다 부서가 흩어져 있어 집중이 안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 안내판 활성화 위해 ‘친일로드’ 등 다크투어리즘, AI 활용 등 고민해야  특히 전문가들은 현재의 연구 성과들을 토대로 지속적인 콘텐츠 제작과 확산, 이를 통한 사회적 환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화와 교육계 연계 등을 통해 2, 3차 사업이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인물에 대한 공과 과가 인식되고, 이런 논의가 확산되면 자연스럽게 친일잔재 청산의 범위가 넓어질 것이란 얘기다. 스토리텔링과 아카이브 구축 등 ‘친일로드’ 구축해 역사 콘텐츠, 교육 콘텐츠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동근 팀장은 “안내판 설치 사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스토리텔링과 아카이브 구축 등으로 ‘친일로드’ 구축해 이러한 의미를 확산하고 이를 통해 도민들의 역사 의식을 고취시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유튜브 영상 제작이나 QR코드 활용 등 현재까지 잘 구축된 안내판을 더 활성화 할 수 있는 지점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는 ▲지자체 차원의 항일과 친일교육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청회 진행 ▲친일잔재 목록의 전문적인 2차 추가 조사를 주장했다. 박환 교수 역시 현재 설치된 안내판에 대해 ▲현재 아날로그 형태인 안내판에 대한 시대 변화 반영 필요 ▲문구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친일 범주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환 교수는 “친일행적에 대한 끊임없는 자료 발굴이 이뤄져야만 한다. 친일과 관련된 기초적인 작업으로 친일청산의 자료 발굴은 청산의 또 다른 첫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프랑스에서는 독립 운동가들의 피해, 가족의 고통에 관심을 갖는다. 제일 중요한 건 객관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친일 조사가 일회성으로 끝날 경우 친일이라 하기 어려운데 친일이라 규정 짓는 사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객관적이고 지속적인 연구, 이를 위해 경기도민들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때에 따라 극단적으로 마녀사냥식의 친일 규정, 경기도민 갈등 조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문가들은 경기도가 지난 2019년부터 진행해 온 친일잔재 청산 사업이 도민의 공감대를 얻고, 교육 등에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사업의 확산을 위한 도와 재단의 의지를 입을 모아 당부했다.  이학성 경기문화재단 정책사업팀장은 “앞으로 친일잔재를 발굴해 후세에 역사를 제대로 교육하고 친일잔재 청산의 계기가 확산되도록 유관기관과 협력하고 노력하겠다. 친일잔재 청산을 위한 다양한 사업과 활동에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는 2020년 4월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조사·연구 용역’을 시행하고 그 성과물을 아카이브 포털서비스를 통해 도민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경기도의회 역시 2021년 5월 ‘경기도 일제 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일제잔재 청산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일제·친일잔재 청산을 위해 힘쏟았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총 29개 지방자치단체와 광역교육청에서 일제·친일잔재 청산 관련 조례를 제정한 가운데 조례 제정 이후부터 현재까지 일제잔재 청산 사업을 지속한 지방자치단체는 경기도가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뷰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역사 사실 점검 인프라 구축 ‘친일청산’ 공감대 확산 노력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조사·연구 용역’에 참여하며 경기도의 일제잔재 청산 의지와 함께 해 왔다. 그는 “친일잔재 청산은 구성원들이 한 시대를 기억하는 공통의 기억에 대한 부분”이라며 “적은 예산이라도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 이러한 의지를 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Q. 안내판 설치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A. 친일잔재 상징물의 소유자는 대부분 공공기관이었다. 해당 면사무소와 시, 학교 등에 안내판을 설치하겠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회신 온 곳은 2년 동안 손에 꼽혔다. ‘홍난파 홍역’을 20년간 치르면서 친일에 대한 논의나 인물의 역사적 과오 등을 점검하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던 수원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은 이러한 논의의 공감대가 부족했다.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시간이 꽤 걸렸다. Q. 경기도 친일잔재 청산 사업을 함께 하며 연구를 수행해왔다. 경기도의 친일잔재 청산을 평가한다면. A. 친일잔재 청산에 필요한 추진력은 단체장의 의지와 지역민의 지지, 중앙정부의 지지, 사회적 배경이 필요하다. 경기도가 처음 친일잔재 청산을 시작했던 2019년에 다 맞아 떨어졌다. 의지도 강했다. 안내판 설치 사업 역시 2021년 진행되는 일몰 사업이었지만 이경혜 경기도의원이 의미있는 사업인 만큼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께서도 모두 힘써주셔 한 차례 더 사업이 이어졌고 성과공유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지금은 여러모로 상황이 쉽지 않다. 예산이 줄어들어도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Q.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나. A. 사실 많은 분들이 안내판의 존재 유무에 대해 잘 모른다. 확산하고 홍보하려면 또 다른 길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친일잔재 청산은 이대로 끝나선 안 된다. 이번에 진행한 용역은 2019년 6개월 동안 9천만원의 예산으로 31개 시군을 조사한 거다. 저예산으로 꽤 두꺼운 자료로 나왔지만 빈틈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더 조사하면 우리가 이 친일잔재를 어떻게 활용할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다다를 수 있다. 또 친일잔재의 상당수는 비석이다. 비석의 해석이 되지 않았는데 탁본하고 아카이빙해서 자료로 남겨야 한다. 2차 사업이 필요하다. Q. 친일잔재 청산이 지금도 필요한 이유는. A. 공동체에 대한 보존, 사회통합 때문이다. 한 사회가 유지되려면 공통의 기억이 있어야 한다. 친일파에 대한 기억이 다르다면 사회 통합 역시 안 된다.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이러한 공감대를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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