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수요 급증… 경기도내 청소년성문화센터 ‘속앓이’

청소년 성교육을 진행하는 경기도내 절반 가량의 청소년성문화센터들이 제대로 된 상담실과 전문 인력을 갖추지 못한 채 늘어나는 상담 수요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관의 설립 목적은 청소년 성교육 전담이지만, 미디어 노출 등의 영향으로 성과 관련된 고충과 고민을 갖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상담 역시 교육만큼 중요한 우선순위가 됐기 때문이다.  3일 여성가족부와 경기도내 청소년성문화센터 등에 따르면 청소년성문화센터(이하 센터)는 여성가족부의 ‘여성아동권익증진사업 운영 지침’에 따라 아동·청소년의 특성과 발달 단계에 맞는 전문화된 성교육을 통해 건강한 성 가치관 정립 지원을 추구하는 전문 교육 기관이다. 경기지역에는 안산 소재인 경기남부센터(고정형, 이동형)와 파주 소재인 경기북부센터(고정형, 이동형)를 비롯해 수원, 용인, 화성, 부천, 안양(이동형) 등 총 9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경기북부·화성·부천·안양센터는 청소년들이 방문 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상담실’이 확보돼 있다. 하지만 경기남부·수원·용인센터는 상담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기존의 공간 중 일부를 활용해 상담을 하는 수준이다. 특히 화성 센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담 전담 인력도 없어 기존의 교육 인력이 주로 주말에 찾는 아동 보호자와 내담자를 위해 상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에 센터 관계자들은 중앙 정부 차원에서 상담실 마련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센터가 애초 교육기관으로 지정돼 있지만 상담 업무가 주요하게 늘어나는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천센터 관계자는 “애초에 성교육과 상담을 따로 분리해서 볼 수 없고, 최근 학교나 경찰서 등을 통한 상담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해바라기센터,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나 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서 센터로 내담자를 인계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면서 “상담 대응이 원활해지도록 현실적인 환경 마련을 위해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상담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를 의식해 일선 센터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도 예산 반영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며 “상담 공간 확충을 위해선 건물 리모델링 등에 필요한 예산과 여건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完 우리에게 남은 과제들 [친일잔재, 부(負)의 유산으로 기록되다]

‘완성을 위한 미완성’.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지난달 3일 오후 1시 경기상상캠퍼스에서 진행한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 설치 사업 성과 공유회’에서 도출된 사업의 평가와 앞으로의 방향은 이렇게 종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제·친일잔재 청산을 위해 2019년부터 경기도와 도의회가 보여온 의지와 사업 추진을 높이 평가하며,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조사·연구 용역’ 2차 조사연구를 통한 친일잔재에 대한 더욱 치밀한 목록화 작업과 안내판 등 현재까지 설치된 결과물을 역사적으로 더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경기도와 도민의 친일잔재 청산 의지 수준 높아…이제 심도 있는 후속 조치 필요한 때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경기도 친일 청산의 의미와 방향-기억과 기념’을 주제로 한 기조발표에서 “친일청산은 반전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친일청산을 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역사적인 삶을 살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삶이 역사의 한 부분이기에 어떠한 과오가 있다면 역사 속에서 모든 게 기억되고 심판 받는다. 친일청산의 궁극적 방안은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반대와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화,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외치는 반전이 중요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경기도 친일잔재 청산 사업에 관한 과제와 앞으로의 방향 등이 논의됐다.  강진갑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은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조사·연구 용역 결과 보고서’ 보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보고서의 비판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 원장은 “현재 친일잔재 청산에 대해 공감대가 부족한 측면은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고, 현재 나온 내용에 대해 논리적으로 정리될 부분들도 있다”면서 “건축물에서는 ‘일제 잔재의 범위 설정에 따른 문제’와 ‘일제 잔재 중 시설물의 양면성’을 고려해 일제 잔재라는 측면과 산업화 때 우리에게 유용했던 수단이라는 두 가지 시선을 다 밝힐 필요가 있다. 일제 강점기 용어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도 다시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와 재단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도내 17곳에 설치한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의 다양한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동근 수원박물관 교육홍보팀장은 ‘친일안내판 추가 설치의 전망과 개선방향’에서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조사·연구 용역에서 1차 조사연구가 이뤄진 이후 나온 목록을 내부적, 학술적으로 정리하는 추가적인 용역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면서 “다만 안내판 설치 과정에서 해당 인물이 아직 논란이 많아 지자체의 동의를 얻기 어려웠음에도 17개나 설치한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경기도가 2019년 기획하고 현재 2023년 성과공유회까지 이어온 만큼, 경기도의 친일청산 의지가 대한민국을 바로 잡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친일잔재 청산의 타 지역 사례와 시사점’에서 “2019년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자체가 나서서 일제잔재 청산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경기도가 앞서나가고 있다. 조사 연구 결과는 경기도를 제외하곤 아직 아무 곳에서도 올려놓고 있지 않고 비공개를 하고 있다”며 “이 지점에서 경기도가 사회적 논의를 함께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아쉬운 점은 사업이 개별 부서에 산발적으로 분야마다 부서가 흩어져 있어 집중이 안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 안내판 활성화 위해 ‘친일로드’ 등 다크투어리즘, AI 활용 등 고민해야  특히 전문가들은 현재의 연구 성과들을 토대로 지속적인 콘텐츠 제작과 확산, 이를 통한 사회적 환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화와 교육계 연계 등을 통해 2, 3차 사업이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인물에 대한 공과 과가 인식되고, 이런 논의가 확산되면 자연스럽게 친일잔재 청산의 범위가 넓어질 것이란 얘기다. 스토리텔링과 아카이브 구축 등 ‘친일로드’ 구축해 역사 콘텐츠, 교육 콘텐츠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동근 팀장은 “안내판 설치 사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스토리텔링과 아카이브 구축 등으로 ‘친일로드’ 구축해 이러한 의미를 확산하고 이를 통해 도민들의 역사 의식을 고취시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유튜브 영상 제작이나 QR코드 활용 등 현재까지 잘 구축된 안내판을 더 활성화 할 수 있는 지점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는 ▲지자체 차원의 항일과 친일교육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청회 진행 ▲친일잔재 목록의 전문적인 2차 추가 조사를 주장했다. 박환 교수 역시 현재 설치된 안내판에 대해 ▲현재 아날로그 형태인 안내판에 대한 시대 변화 반영 필요 ▲문구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친일 범주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환 교수는 “친일행적에 대한 끊임없는 자료 발굴이 이뤄져야만 한다. 친일과 관련된 기초적인 작업으로 친일청산의 자료 발굴은 청산의 또 다른 첫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프랑스에서는 독립 운동가들의 피해, 가족의 고통에 관심을 갖는다. 제일 중요한 건 객관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친일 조사가 일회성으로 끝날 경우 친일이라 하기 어려운데 친일이라 규정 짓는 사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객관적이고 지속적인 연구, 이를 위해 경기도민들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때에 따라 극단적으로 마녀사냥식의 친일 규정, 경기도민 갈등 조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문가들은 경기도가 지난 2019년부터 진행해 온 친일잔재 청산 사업이 도민의 공감대를 얻고, 교육 등에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사업의 확산을 위한 도와 재단의 의지를 입을 모아 당부했다.  이학성 경기문화재단 정책사업팀장은 “앞으로 친일잔재를 발굴해 후세에 역사를 제대로 교육하고 친일잔재 청산의 계기가 확산되도록 유관기관과 협력하고 노력하겠다. 친일잔재 청산을 위한 다양한 사업과 활동에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는 2020년 4월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조사·연구 용역’을 시행하고 그 성과물을 아카이브 포털서비스를 통해 도민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경기도의회 역시 2021년 5월 ‘경기도 일제 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일제잔재 청산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일제·친일잔재 청산을 위해 힘쏟았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총 29개 지방자치단체와 광역교육청에서 일제·친일잔재 청산 관련 조례를 제정한 가운데 조례 제정 이후부터 현재까지 일제잔재 청산 사업을 지속한 지방자치단체는 경기도가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뷰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역사 사실 점검 인프라 구축 ‘친일청산’ 공감대 확산 노력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조사·연구 용역’에 참여하며 경기도의 일제잔재 청산 의지와 함께 해 왔다. 그는 “친일잔재 청산은 구성원들이 한 시대를 기억하는 공통의 기억에 대한 부분”이라며 “적은 예산이라도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 이러한 의지를 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Q. 안내판 설치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A. 친일잔재 상징물의 소유자는 대부분 공공기관이었다. 해당 면사무소와 시, 학교 등에 안내판을 설치하겠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회신 온 곳은 2년 동안 손에 꼽혔다. ‘홍난파 홍역’을 20년간 치르면서 친일에 대한 논의나 인물의 역사적 과오 등을 점검하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던 수원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은 이러한 논의의 공감대가 부족했다.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시간이 꽤 걸렸다. Q. 경기도 친일잔재 청산 사업을 함께 하며 연구를 수행해왔다. 경기도의 친일잔재 청산을 평가한다면. A. 친일잔재 청산에 필요한 추진력은 단체장의 의지와 지역민의 지지, 중앙정부의 지지, 사회적 배경이 필요하다. 경기도가 처음 친일잔재 청산을 시작했던 2019년에 다 맞아 떨어졌다. 의지도 강했다. 안내판 설치 사업 역시 2021년 진행되는 일몰 사업이었지만 이경혜 경기도의원이 의미있는 사업인 만큼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께서도 모두 힘써주셔 한 차례 더 사업이 이어졌고 성과공유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지금은 여러모로 상황이 쉽지 않다. 예산이 줄어들어도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Q.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나. A. 사실 많은 분들이 안내판의 존재 유무에 대해 잘 모른다. 확산하고 홍보하려면 또 다른 길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친일잔재 청산은 이대로 끝나선 안 된다. 이번에 진행한 용역은 2019년 6개월 동안 9천만원의 예산으로 31개 시군을 조사한 거다. 저예산으로 꽤 두꺼운 자료로 나왔지만 빈틈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더 조사하면 우리가 이 친일잔재를 어떻게 활용할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다다를 수 있다. 또 친일잔재의 상당수는 비석이다. 비석의 해석이 되지 않았는데 탁본하고 아카이빙해서 자료로 남겨야 한다. 2차 사업이 필요하다. Q. 친일잔재 청산이 지금도 필요한 이유는. A. 공동체에 대한 보존, 사회통합 때문이다. 한 사회가 유지되려면 공통의 기억이 있어야 한다. 친일파에 대한 기억이 다르다면 사회 통합 역시 안 된다.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이러한 공감대를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국영 20주기'…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특별한 추모 물결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 사람을 향한 추모의 물결이 이어진다. 배우이자 가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국영은 홍콩을 넘어 전 세계에 영향력을 떨치며 많은 이들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장국영의 기일인 4월1일을 맞아 홍콩,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선 장국영을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을 담아 각종 전시회, 영화 기획전, 음악회 등이 열려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올해 20주기를 맞이한 만큼, 경기도내 곳곳에서도 그를 기억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29일 고양시 덕양구 삼송역에서 나와 10분가량 떨어진 카페로 들어서자 왼쪽 벽면에 ‘Leslie’(장국영의 영어 이름)가 큼지막이 적혀 있었고, 이내 애달픈 목소리의 ‘홍(紅)’이 귀를 감쌌다.  안쪽에는 주인장이 오랜 기간 모은 포스터, LP, 사진이 빼곡히 들어찬 특별한 방도 보였다. 카페 내부에선 그의 20주기에 맞춰 장국영의 한 직장인 팬이 애정을 담아 그린 우드버닝 아트 40여점도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는 4월 말까지다. 장국영의 온기와 숨결이 맴도는 이곳 ‘카페레슬리’의 주인장 최유영 사장(41)은 ‘국영 오빠’만을 위한 공간을 2019년부터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최 사장은 장국영을 처음 만난 중학생 시절을 회상했다. “1994년, 제가 14살 때였죠. 친구들이 한창 H.O.T.와 젝스키스를 좋아했던 시절, 저는 25살 차이 나는 장국영을 열렬히 좋아하게 됐어요.” 최 사장은 그의 출연작 중에 ‘금지옥엽’(1994년)을 제일 좋아한다. 중학생 때 비디오를 빌려서 이틀 동안 10번 이상을 돌려 봤을 정도다. 이어 그는 “1998년 ‘금지옥엽2’ 시사회장에서 오빠를 실물로 봤을 때 정말 펑펑 울었다. 그 이후 꼭 홍콩 콘서트장에도 가려고 했다”며 “그런데 제가 23살 때 그가 세상을 떠났다. 콘서트를 직접 볼 기회가 사라진 게 아쉬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최 사장은 매년 이 시기가 되면 그의 콘서트 영상, 영화를 자주 찾아보면서 마음을 달랜다. 그는 “그의 죽음 이후 처음 몇 해는 너무 감정이 정리가 안됐다. 지금은 20년이나 지나서 그런지 몰라도 약간은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당일날이 되면 마음이 우울하고 안타깝고 아릿하다”고 고백했다. 사실 최 사장은 영업 초기에 팬들이 국내외를 안 가리고 여기저기서 찾아올 거라 예상했는데, 오픈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전국을 강타해 난감해졌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매일 찾아주는 단골들 덕분에 잘 버틸 수 있었다. 그는 “지난해부터는 홍콩, 대만, 태국,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도 이곳을 많이 찾아주신다. 팬들을 위해 만들었으니 더 많은 분들과 장국영을 향한 마음을 교류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콩은 말할 것도 없지만, 타국인 한국에서까지 그를 함께 기념하고 의미를 부여해주는 사람들이 저 말고도 많다는 데 대해 참 고마운 마음이에요.” 경기도 주요 극장가에선 30일 ‘해피투게더’(1997년), 기일 당일인 1일 ‘패왕별희’(1993년) 등 그의 출연작이 잇따라 재개봉 행렬을 이어가며 추모 열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30일 낮 12시께 메가박스 수원남문점에서는 장국영을 뒤늦게 알게 된 20대 학생부터 그의 죽음 사실을 접했던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극장 관계자는 “오늘 개봉하는 ‘해피투게더’를 50석 가량의 소규모 관에 배정했는데, 평일 10시15분 회차가 순식간에 매진됐다.  이럴 줄 알았다면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상영관에서 틀었어야 했다. 장국영의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날 매표소 앞에서 ‘해피투게더’ 입장 순서를 기다리던 문소연씨(가명·22)는 장국영의 팬인 어머니의 영향 덕에 어렸을 때부터 장국영, 양조위, 여명 등 홍콩 배우들이 익숙했다고 설명했다. 문 씨는 “장국영은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남겼고, 배우이자 가수 또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영향력을 떨쳤던 한 시대의 아이콘 아닌가”라며 “갑작스러운 죽음에 얽힌 슬픔과 연결되는 영화들 말고도 좋은 작품들이 많다. 유쾌한 ‘가유희사’(1992년)나 ‘동성서취’(1993년)도 극장에서 자주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한의사회 등 "국토교통부 자동차보험 개악 철폐하라!" 궐기대회 나서

대한한의사협회 전국 시도지부장 협의회(회장 이병직 경상남도한의사회장)가 국토교통부의 자동차보험 개정 움직임에 맞서 삭발을 감행하는 등 강력한 투쟁에 나섰다.  경기도한의사회 등 대한한의사협회 산하 16개 시도시부 400여명의 한의사들은 29일 오전 11시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국토부의 자동차보험 개악 철폐를 위한 궐기대회’를 전개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교통사고 환자의 첩약 1회 최대 처방 일수를 현행 10일에서 5일로 축소하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30일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분쟁심의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의계는 논의의 당사자인 한의계와는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었던 일방적인 통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궐기대회에서 이들은 국토교통부가 한의계와 교통사고 환자를 외면하고 자동차보험에서 중요한 치료법 중 하나인 첩약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국토교통부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한의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개악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교통사고 환자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 축소 획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사고 피해 환자들은 보험 약관상 환자 본인 증상과 체질에 적합하게 처방한 첩약으로 치료 받고, 사고 이전 상태로 회복해야 한다고 돼 있다”면서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한방진료비 상승의 원인이 한의사의 과잉진료 탓이라는 억지 주장과 함께, 이를 해결한다는 미명 아래 환자들이 받는 치료 행위와 일수를 제한하려는 졸속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병직 대한한의사협회 전국 시도지부장 협의회장은 “한의사는 소신껏 진료하고, 환자는 충분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 무시되고 있는 현실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면서 “한의사의 진료권을 수호하고 국민의 온당한 치료받을 권리를 지킨다는 의료인으로서의 숭고한 책무를 완수해 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국토교통부의 음모를 저지할 것이며, 이를 위해 끝까지 싸우자”고 강조했다.   이날 궐기대회에선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장 등 16개 시도지부장들이 삭발 투쟁에 나서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장은 “첩약이 한방 자동차보험 진료비가 증가된 원인이 아니라, 한의 진료를 선택하고 치료받는 환자가 증가해 진료비가 증가한 것”이라며 “이미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보험약관으로 인해 자동자보험 환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 진행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건강권 우선이 아닌, 손해보험사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은 공직자의 기본을 망각한 처사"라며 “작년에도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사보험사들의 이익에 국토부가 동조해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동네 깃든 사연 예술로 풀며... 끈끈한 정 잇다 [동행공간, 문화도시 수원이 보인다]

원도심의 끈끈함이 서려 있는 행궁동 일대는 한 번 빠져들면 쉽사리 떠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곳이다.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이 자리잡은 행궁동엔 신풍동, 매향동 등 12개의 법정동 주민들이 함께 살아간다. 행리단길 등의 인기로 이 지역의 유입 인구가 많아지면서 지역의 정체성이 새롭게 재편됐지만, 오랜 기간 마을과 호흡해온 사람들이 마음에 맞는 이들과 구축해온 커뮤니티 역시 행궁동을 지탱해 오고 있다. 사람이 소통하는 곳에는 언제나 문화와 예술이 피어나기 마련인데, 특히 행궁 권역에선 관광 명소와 일상 공간 사이에 빈틈이 발견된다. 느슨하게 벌어진 틈새로 동네 곳곳이 품어온 시간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번에 만나볼 동행공간은 행궁동 주민들을 하나로 모으는 복합문화공간인 근데미술관이다. ④ 근데미술관 매향동의 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근데미술관. 2층에 올라 문을 열면 한 작가의 평범한 개인 작업실처럼 보이기도 하고, 군데군데 걸려 있는 그림과 각종 예술 작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평상시 이곳에서 반려동물들과 시간을 보내고, 작업에 대해 생각하며 오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송은지 작가(42)는 펜드로잉 작업을 중심으로 작가 활동을 이어온 데 이어 동네 공동체 문화를 꾸려나가는 문화 기획자의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 얽힌 이름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생각보다 단순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여기가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으니 미술관인 거 같기는 한데, 그런데 마냥 미술관처럼은 안 보이고 근데 또 작업실이나 모임공간으로도 쓰이는 것 같기도 한...그런 꼬리를 무는 생각 끝에 나온 이름이죠.” 원래 근데미술관은 신풍동에 있었지만 지난해 1월 매향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작가들의 굿즈도 팔고, 작품도 전시하고 작업실이자 모임 공간으로 입소문이 났던 신풍동 시절과 지금은 사뭇 달라진 공기와 상황이 그의 앞에 놓여 있다. 이사 이후 정신 없이 짐을 정리하고, 재정비하는 기간이 이어졌다. 매향동 근데미술관은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앞으로 나아갈 채비를 마쳤다. 송 작가는 신풍동에 ‘두석이네 미술관’이라는 전시 공간을 얻어 그의 철학이 두 거점 공간을 통해 확장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오는 4월1일부터 한 달간 동료인 김가리, 임은빈 작가와 함께 ‘워밍업; (둥근모서리)’라는 전시를 통해 주민들과 만나게 된다. 전시가 시작되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이 덧칠되면서 근데미술관과 두석이네 미술관을 오가는 형형색색의 색채가 입혀질 예정이다. 근데미술관의 역사는 곧 송 작가의 행보와 맞닿아 있다. 동네 주민을 만나고, 동네에 깃든 사연을 예술로 풀어내는 작업들에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동참했다. 송 작가는 2020년 수원 공공미술프로젝트 ‘사람이 있다 미술로 잇다’에서 행궁 권역을 맡아 기획자로서 동료 예술가들과 작업을 했다. 당시 거점 공간인 근데미술관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갔고, 활동을 준비할 수 있었다. 작가들이 시민들과 만나 만들어낸 창작 프로젝트, 동네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 발간 등 마을 공동체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들이 그를 중심으로 피어났다. 지난해 10월에 진행됐던 ‘행궁동 마을시장: 행궁동 주민 공동체 문화를 위한 커뮤니티 마켓’은 ‘마을, 행궁동, 일상문화’라는 키워드로 각자의 일상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다. 평상시 생활 속에서 느꼈던 주차문제, 쓰레기나 담배꽁초 무단 투기 등의 고민과 애로 사항을 동네 주민들이 자주 가는 땅콩카페에서 털어놓는 소중한 마을 문화 형성의 장이었다. 이처럼 행궁동 주민이라면 느낄 수밖에 없는 젠트피리케이션 문제를 비롯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사회적 사각지대 등 언제나 송 작가의 관심사는 일상에서 출발해 함께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확장된다. 언제나 그의 눈에 띄었던 건, 세련된 화이트큐브가 아니라 낡고 버려진 유휴공간이나 동네 사람들이 소박하게 모여드는 허름한 장소들이었다. 그런 마음이 쓸모 없고 버려진 소재들, 제로웨이스트 같은 친환경 이슈와 연결된다. 흔히 꺼내기 힘든 화두를 다루는 작업 역시 송 작가에겐 동네 주민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된다. 송 작가의 곁을 지켜줬던 사람들을 포함해 그의 삶에 불쑥 들어와 한 두 번씩 얼굴을 비치면서 가까워졌던 동네 주민들은 지금까지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특히 송 작가가 20대 후반에 알게 된 노영란 작가(55)는 가족처럼 편안한 사이여서 시간 날 때마다 얼굴을 보고 있다. 노 작가는 “자주 보는 멤버 6~7명이 있다. 근데미술관에서 서로 즐겁게 대화도 하고 밤에는 술 한잔을 기울이며, 놀이터처럼 편안하게 시간을 보낸 적이 많다”고 말했다. 송 작가는 “만약 이들과 쌓아놓은 관계가 없었다면 근데미술관이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편하게 생각하는 이들을 애정으로 가꿔낸 공간에서 계속 마주할 수 있다는 기쁨이 근데미술관을 운영해올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근데미술관 송은지 작가 “주민들과 나누는 공동체 의식… 진솔한 내면 공유” Q. ‘함께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A. 20대에는 개인전이나 그룹전 등 전시 활동에도 참여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시만 위해 작업 활동에 몰두하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공동체 속에서 소통하는 작업을 기획하고 실천에 옮겨 현장의 공기를 만끽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가만히 엉덩이를 붙여 작업에 몰두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진솔한 내면을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곤 한다. 마음이 맞는 동료 작가들과 전시를 할 때는 너무 즐겁다. 글을 쓰는 이,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이들과 함께 매체를 넘나드는 전시를 선보였던 적도 많다. 다양한 분야에서 테마를 공유를 할 수 있다면 다양한 매체, 표현 방식을 함께 품은 기획이 가능해진다. Q. 행궁동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A. 여기서 이 공간을 꾸려갈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주민들과 나누는 공동체 의식 덕분이다. 행궁 일대에 깃든 느릿한 시간의 미학, 이곳만이 가지는 이웃과의 관계가 있기에 공간을 운영하는 게 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건 공동체다. 공동체 문화가 없다면 저도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수원역이나 인계동 일대에 작업실이 있었다면 현재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공간을 운영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끼리의 끈끈한 정을 이어주는 이런 공간이기 때문에 결국 여기에 사람이 모여들게 되고 여기를 떠날 수 없는 이들이 생기고 사람과 사람이 계속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선순환 구조가 생겨나는 게 아닐까.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수원매교동-서흥여인숙

수원시 매교동에 있는 서흥 여인숙이다. 여관보다 한 단계 낮은 게 여인숙이었다. 모텔이나 호텔보다도 그야말로 여행자가 피곤한 짐을 풀고 하룻밤 묵어 가는 순수 숙소의 개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술만 판다면 옛날의 주막과 비슷한 영역 같은. ‘월세방 있음’ ‘특실완비’라는 간판과 알림 스티커가 더덕더덕 붙어 있는 모습이 사뭇 정겹다. 40년 전 교동으로 처음 이주했을 때부터 봐 왔던 것 같다. 행랑채 안쪽으로 들어가니 하회마을이나 무섬의 고택에서나 볼 수 있는 ㅁ자형 구조의 방이 다닥다닥 마주하고 있었다. 이곳의 특실은 어떠할지 궁금했다. 의외로 방은 남아 있지 않다고 했는데 주로 중국인 노동자들이 월세살이를 하기 때문이었다. 방문 앞에 신발들이 나란히 놓여 있는 이 서정적인 풍경을 오늘은 수강생 한이수씨가 그렸다. 정면 구도로 회화적이면서도 어반스케치적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 그녀는 미대를 가지는 못했지만 학창 시절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을 많이 받아 왔다고 한다. 필력과 색채 운용이 보통이 아니다. 늦지 않은 발걸음은 그녀가 즐겁고 행복하게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그 옛날 청춘의 색을, 하얀 도화지 위에 한가득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조대왕 신도시 건설 유적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빨간불’

경기도가 추진 중인 조선 정조 신도시 관련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빨간불이 켜졌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내 4단계 심의 중 첫 번째 관문인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산하의 잠정목록 심사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산하 세계유산분과는 이달 초 회의를 열어 ‘18세기 정조대왕 신도시 건설 유적군’의 잠정목록 선정 여부를 심의했으나 참석 위원 8명의 만장일치로 부결했다.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세계유산에 등재할 가치가 있는 유산을 모은 예비 목록이다. 잠정목록 단계 이후 우선등재목록-등재신청후보-등재신청대상 등 4단계 국내 심의를 거친 후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할 수 있다. 잠정목록에서 탈락한 ‘18세기 정조대왕 신도시 건설 유적군’은 기존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수원 화성, 화성 융릉과 건릉을 비롯해 수원 화성행궁, 수원 화령전, 지지대비, 오산 독산성과 세마대지, 만석거, 수원 축만제, 수원향교, 오산 궐리사 등 10곳을 아우른다.  경기도 측은 해당 유적군이 정조가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의 보편적 가치인 효(孝), 애민 등의 가치를 실천하고자 건설한 신도시 유적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도는 “유적군은 효, 애민, 교화 등의 보편적 가치가 정조 재위 당시 상공업 발달, 실학사상 등과 융합돼 단기간에 강한 목적성을 갖고 구현된 계획도시의 유형적 증거물”이라고 등재 신청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위원회는 서류 심사와 현지 조사를 통해 보편적 가치 충족 여부와 등재 범위, 유산의 보존·관리 현황, 향후 보존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을 평가한 결과, 잠정목록 등재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위원회 측은 “정조의 효, 애민, 교화가 인류 문명사에서 어떤 시대적·지역적 가치를 가졌는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며 “보편적 가치를 실현한 특별한 사례로 설명하는 것은 자의적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미 세계유산에 등재된 수원화성과 융건릉이 잠정 목록에 포함되기에는 보편적인 가치와 연계점을 새롭게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등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관계자는 “미흡한 지점이나 지적 사항에 대해선 향후 문화유산이 소재한 각 시·군 및 관계 기관과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사연 가득한 ‘나무고아원’ 숲 거닐며 찾는 ‘마음의 안정’ [주말, 여기 어때]

포근한 날씨가 집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게 만든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주말, 가족이나 연인 혹은 나 홀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산책하기 적합한 장소가 있다. 아픈 사연이 있는 나무들이 하나둘씩 모여 숲을 이뤄 힐링의 장소를 만들었다. 지나온 한 주를 위로하고 마음을 달래 줄 하남 나무고아원이다.  나무고아원은 도시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버려지고 상처 입은 나무들에게 생긴 터전이다. 1999년 버즘나무는 열매 꽃가루가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민원 대상이 됐다. 이후 시가지에서 교체될 위기에 놓였다가 2000년 4월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옮겨놓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조성됐다. 이후 한강 변 도로개설 공사로 베여나갈 운명이었던 소나무 159그루와 상처 입은 은행나무 300여그루, 느티나무 1천그루, 메타세콰이어 1천700그루, 홍단풍 450그루 등 수도권 경기지역에서 헌수 받은 수목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외로이 서 있던 나무들이 모여 만든 거대한 숲. 약 8만9천㎡의 면적을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소나무, 버드나무, 모과나무 등 46종의 나무 2만3천294그루와 초화류 8종 등 수많은 식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무고아원 내 일부를 유아숲체험원으로 조성해 나무로 만든 다양한 놀이터(나무, 밧줄, 소리, 창작, 숲속 놀이터)와 체험장(세발자전거, 미로 체험장)은 환경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흙길을 따라 입구로 들어서면 어디선가 새들이 지저귀며 노래를 불러준다. 숲으로 향하는 길 양옆으로 봄의 생동감을 불어 넣는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길 정면에는 버드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굳건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까이 다가서자 상처를 감싼 인공수피가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무고아원이 조성됐을 때 가장 먼저 들어와 치료받은 약 40년 된 버드나무는 현재 건강을 회복해 깊게 뿌리를 내렸다. 버드나무를 지나 걸음을 옮기다 보면 다양한 종의 나무들이 곳곳에 서 있다. 일찍 노란 꽃을 피운 산수유나무는 봄이 왔다는 신호를 보낸다. 푸른 소나무와 산수유나무의 노란 꽃은 마치 수채화를 그린 듯 잘 어우러진 모습이다. 나무 사이사이에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각종 체험장과 잠시 앉을 나무 의자들이 잘 마련돼 있다. 체험활동을 하러 온 아이들은 그루터기 나무로 만든 징검다리와 긴 통나무로 만든 외나무다리를 건너며 신난 모습이 보여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곳에 얽힌 사연을 알고 있다면, 해맑은 아이들과 나무들이 대면하고 접촉하는 순간마다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구불구불 나 있는 길을 따라 한 바퀴를 거닐다 보면 눈에 담기는 풍광은 그저 소박하고 평온하다. 나무 그네에는 노부부가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연인이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걷는다. 남편과 산책을 나온 심영옥씨(49)는 “버려진 나무들이 한 곳에 모여 숲을 이뤘다는 걸 오기 전엔 몰랐다”라며 “나무들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가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 같다. 이런 소중한 나무들이 보호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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