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향한 러브레터이자 삶에 대한 회고록…스티븐 스필버그의 ‘파벨만스’ [미리 만나는 이 영화]

‘할리우드의 살아 숨 쉬는 역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34번째 장편 ‘파벨만스’가 오는 22일 극장가를 찾는다. ‘파벨만스’는 한 소년과 가족의 일상이 담긴 성장 드라마다. 극장에서 본 영화와 사랑에 빠져 버린 아이가 카메라를 들고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의 몇몇 순간을 담아낸다. 그렇게 아이가 나이를 먹고, 어른으로 자라는 과정이 녹아들었다. 왜 스필버그는 영화를 사랑하게 됐나, 왜 그는 영화를 놓을 수 없었을까. 회고록이자 러브레터, 성장담이면서 일기장인 ‘파벨만스’의 곳곳에는 감독의 진실 어린 생각이 배어 있다. 관객들은 영화와 한평생을 함께해온 노장의 감독이 어떻게 영화와 만났고, 현실과 영화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파벨만스’를 통해 들여다 볼 기회를 얻는다.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을 불러내는 ‘파벨만스’는 기억을 재현했다기보다는 기억 그 자체에 가까워지려고 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감독이 지난 2020년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팬데믹을 겪으면서 겪었던 감정들이 시나리오에 투영돼 있어 진솔한 내면의 고백과 맞닿아 있는 작품이다. 그의 여정엔 각본가 토니 커쉬너가 함께 했다. 그는 스필버그 감독과 ‘뮌헨’(2005년), ‘링컨’(2012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1년)에 이어 네 번째 협업을 통해 환상의 호흡을 빚어냈다. 한편, ‘파벨만스’는 12일(현지시간)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오리지널 각본상, 오리지널 스코어상, 프로덕션 디자인상 후보에 올라 기대를 모았으나 수상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셔 관객과 평단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자유로운 공간' 속 '삶의 이야기꽃' 활짝 [동행공간, 문화도시 수원이 보인다]

문화도시 수원에서 ‘동행공간’을 찾아나서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혼자가 아닌, 함께할 때 빛나는 순간들을 위해 지금도 시내 곳곳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들이 엔데믹 시대를 맞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찾아가 볼 공간은 수원특례시 영통구 망포동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잡은 ‘서른책방’이다. ②서른책방 커피 머신이 원두를 분쇄하는 소음,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의 애달픈 트럼펫 선율,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 일정한 리듬으로 울려 퍼지는 노트북 타자 소리.... 다양한 사람들이 지닌 삶의 흔적이 스며드는 이곳을 처음 찾는 이들은 다소 어수선한 느낌에 붕 뜬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눈치보지 않고 자유롭게 소통하고, 서로의 생각과 의사를 사려 깊게 존중하는 분위기가 서른책방을 지탱하는 핵심이다. 서른책방의 주인장인 서장원 책방지기(32)는 원래 서울에 거주하며 직장을 다녔다. 지친 일상의 위안이 되는 힐링 스폿을 찾아다니는 게 그의 취미였다. 서울엔 유명한 책방과 핫플레이스가 많았지만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거나 시간을 보내기엔 어려운 경우가 있고, 인근 수도권에 관심을 가지면서 수원에 있던 이곳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트렌디하고 힙한 매력보다는 한 줌의 낭만이 서려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책방이 주는 여유에 매료된 그는 전임 사장에게 2019년 10월께 가게를 넘겨받아 손님에서 주인장이 됐다. 그가 이곳을 운영한 지도 어느덧 4년째인 만큼 그의 취향과 감성이 제법 묻어날 법도 하지만 재밌게도 서 책방지기는 이 공간이 자신만의 감성으로 물들기를 원하지 않는다. 서른책방은 방문객 각자가 지닌 색이 뒤섞이고 더해지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를 긍정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이 남기고 간 사진과 그림,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만든 포스터나 에코백, 추억이 깃든 잡동사니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물건들이 책방 곳곳에 스며들었다. 서 책방지기는 책을 큐레이션할 때도 특별한 기준이나 섹션에 얽매이지 않는다. 단골들의 취향을 고려하면서 책장을 정리하는 그는 책방이자 카페인 이곳의 여유 공간을 활용해 작가들과 협업 전시를 펼치기도 한다. 그는 “책방을 거쳐가는 손길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좋다”며 “창가 쪽 자리에 걸려 있는 외투가 오늘은 하얀색 점퍼지만 내일은 검은색 코트일 수도 있지 않나. 사소하지만 매일 이곳은 달라지고 또 달라진다. 언제나 예상치 못한 새로움과 생동감으로 가득 채워지는 셈”이라고 웃어 보였다. 그의 철학이 반영된 독서·필사 모임, 소설시·그림책·나만의 책 만들기·공예 클래스 등의 다채로운 연결망 속에서 사람들이 각자 교류의 의미를 되짚어 보며 공간에 녹아든다. 특히 지난해 8월 임발 작가(소설가)와 김승일 시인이 함께했던 ‘소설시 클래스’는 소설과 시를 융합한 이색 프로그램이다. 김 시인이 책방 측에 “이곳은 언제나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라며 “소설과 융합한다면 이색적인 시도이자 도전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고, 서 대표 역시 강의를 이끄는 주체나 배우러 온 시민들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우당탕 시작된 클래스를 무사히 마쳤고, 참여했던 이들의 이름으로 11월에 출판물도 발간하는 뜻깊은 성과도 냈다. 글을 써 왔든 써오지 않았든 누군가는 작가가 됐고,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이 생겼다. 각자 인생 스토리의 여백을 채워나가는 데 서른책방이 중요한 거점이 된 셈이다. 지난달 28일 오후엔 방문객 7명을 데리고 박소담 작가(32·여)가 그림책 클래스를 진행했다. 박 작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을 찾는데, 그는 서른책방이 삶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한다. 그는 “작품 활동을 이어가다 슬럼프에 직면했을 때가 있었다. 그 때 여기서 클래스를 진행하며 사람들과 만나다보니 위안과 치유를 얻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했겠지만, 소통하다보니 달라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 작가는 이곳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책장에 꽂힌 그의 책, 여기저기 걸려 있는 그의 그림들에선 공간과 사람을 잇는 소통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망포동에 사는 오세인씨(34·여)는 서른책방의 주인이 바뀌기 전 오픈 당시부터 이곳을 찾았던 단골 중의 단골이다. 바쁠 때는 자주 찾지 못하지만 SNS로 팔로우를 해놓고 틈틈이 소식을 확인한다. 오 씨는 “서른책방의 묘미는 자주 오는 사람들이 또 찾게 되는 데 있다”며 “무언가 열중해서 시간을 보내기에 참 좋다. 각자의 삶의 방식을 긍정하는 느낌이 드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서장원 책방지기 “딱딱한 서점 이미지 탈피... 가치 존중 있는 화합의 장” Q. 서른책방을 운영하는 철학이 궁금하다. A. ‘화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단지 내 이야기로만 채울 수 없는 곳이기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고자 한다. 언제든 찾아와 사색에 잠겨도 좋고, 밀린 과제와 업무를 처리하기도 하고, 책을 집어들고 잠깐 읽어도 좋다. 그저 각자 지향하는 가치와 목적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품을 수 있는 공간이다. 또 많은 이들과 격식없이 소통하기 위해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오늘 도넛을 만들고 싶다면 판매할 메뉴는 도넛이 된다. 매일 선곡하고, 메뉴를 고르고, 책을 큐레이팅하고, 인테리어를 신경쓰는 데 있어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는다. Q.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있다. 올해의 계획이 있다면. A. 코로나19의 긴 터널은 마음을 단단하게 먹는 계기였다. 내부 취식 금지, 모임 제한 등의 악재를 딛고 꾸준히 방문하는 고마운 단골들을 보면서 버텼다. 집 앞의 프랜차이즈 카페를 마다하고 먼 거리를 달려온 손님부터 서울에서 먼 거리를 달려 찾아오는 손님들까지. 이 공간의 핵심이 ‘사람들’에 있기 때문에 특히 이들에게 더 고맙다. 공간과 사람을 잇는 데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올 한 해는 책방 운영의 내실을 다지고 손님들께 진심을 다하겠다.

노작홍사용문학관 2023 노작문예강좌, 5월까지 매주 화요일 만나요

노작홍사용문학관(관장 손택수)이 2023 노작문예강좌의 첫 출발로 ‘동시접속’을 선보인다. 노작문예강좌는 등단하지 않은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창작프로그램으로 총 10강을 진행한다. 14일 첫 강좌가 시작돼 5월16일까지 매주 화요일 강좌가 열린다. 올해는 시, 소설, 희곡뿐만 아니라 동시, 동화, 시조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범위를 넓혔다.  먼저 동시와 시가 강좌의 첫 문을 연다.  동시는 ‘첫 시의 이름으로 만나는 동시’를 주제로 문학평론가 김유진 시인이 맡아 강좌를 선보인다.   강좌에선 오늘날의 동시와 동시 비평을 읽고, ‘첫 시’로서의 동시 장르를 이해하고 창작한다. 김유진 시인은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2009)과 평론 부문(2012)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동시집 ‘나는 보라’, ‘뽀뽀의 힘’ 등이 있으며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2018)과 창원아동문학상(2022)을 수상했다. 시 창작 강좌 ‘영원한 순간의 시쓰기’는 소설가이기도 한 김이듬 시인이 나선다. 김이듬 시인은 시집 ‘별 모양의 얼룩’, ‘말할 수 없는 애인’ 등을 펴냈으며 김달진창원문학상(2011), 전미번역상(2022),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2020), 양성평등문화인상(2021) 등을 받았다. 창작이론과 시 합평을 병행하면서 수강생 서로의 시적 개성과 잠재성을 발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4월에는 노작문예강좌로 각각 희곡(김주연 연극평론가)과 소설(김유담 소설가) 강좌가 마련되며 5월 초에는 시조(정수자 시인), 동화(박효미 작가)강좌가 문을 연다.  자세한 내용은 노작홍사용문학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 세계유산 등재추진단’ 사무실 개소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특별 전담팀이 ‘등재 추진단’으로 개편되고 독립 사무실을 열었다. 세계문화 유산 등재를 위한 네 기관의 협력이 더욱 탄력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와 고양특례시, 서울특별시와 함께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 세계유산 등재 추진단’ 사무실을 열고 지난 8일 개소식을 열었다.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 세계유산 등재’는 유산별로 기관이 따로 추진해 오던 것을 지난 2021년 ‘통합등재추진 실무협의회’를 거쳐 지난해 ‘통합등재 TF팀’ 운영으로 구체화 됐다. 이어 12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돼 세계유산 등재에 탄력을 받고 있다.  이지훈 경기문화재연구원장은 “여러 기관이 함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대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은 물론 유산에 대한 보존관리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기준에 부합하는 유산의 보존관리체계의 마련이야 말로 진정한 세계유산을 준비해가는 과정”이라며 “현재 대한민국의 15개 세계유산에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이 세계유산 추가 등재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 150만원 지급, '예술인 기회소득'…김동연·경기도 예술인 허심탄회 토론

경기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연 150만원의 ‘예술인 기회소득’이 올 상반기 도입될지 주목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9일 오후 2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경기 예술인 소통 토론회에서 도내 예술인들을 만나 “예술인 기회소득을 연 150만 원씩 올 상반기 내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추진의사를 밝혔다. ‘예술인 기회소득’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핵심 공약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해당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일정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로 정의된다. 예술인 기회소득의 방향 등을 논의하고자 마련된 이 자리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임광현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 조미자 위원, 예술단체와 예술인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아 진행됐다. 이날 김 지사와 참석자들은 지난해 12월 예술인 사전 간담회에서 논의된 사항인 기회소득 지급 대상으로서의 ‘예술인’의 정의와 증명 방법, 적절한 소득 기준, 적절한 지원금액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했다. 김동연 지사는 토론회에서 “더 많은 기회, 고른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하는 데 시장에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분이 시장에서 보상을 받을 만큼 발전할 수 있도록 소득을 만들어 주자 한 것이 기회소득”이라며 기회소득 첫 대상으로 문화 예술인을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예술인들은 경기도의 기회소득 도입이 큰 힘이 될 것이며 지역사회의 문화예술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기회소득 지급 대상자 기준이 될 예술활동 증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방안과 아이디어도 공유됐다. 시각예술 활동을 하는 한 참석자는 “독일은 예술가들이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며 소득이 생기면 세금을 내야 한다. 예술 활동 증명도 병행해서 하되 사업자등록을 예술가 개개인이 내게 되면 서로 간에 공연이나 작품 거래가 이뤄질 때 개인 사업자 번호가 나라에 등록되면서 투명하게 진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경기도의 자체적인 예술인 증명 절차를 거치는 것도 좋은 방안인 듯 하다. 보다 낮은 조건의 장벽으로 활동 증명을 할 수 있는 경기도 증명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면서 “이것이 데이터베이스가 돼 사업이나 공연 등을 할 때도 활용한다면 경기도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간 내면 집중해온 세계 각국 거장들의 신작…‘어떤 영웅’, ‘이니셰린의 밴시’

세계 각국에서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이들의 신작이 잇따라 극장가를 찾는다. 이란을 대표하는 감독인 아쉬가르 파라디의 ‘어떤 영웅’과 21세기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극작가 겸 감독 마틴 맥도나의 ‘이니셰린의 밴시’를 오는 15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2021년, 2022년 각종 영화제를 통해서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 ‘어떤 영웅’ 2021년 칸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에 공개돼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어떤 영웅’이 2년 만에 한국에서 개봉한다. 아쉬가르 파라디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직면하는 딜레마와 갈등 상황을 촘촘하게 쌓아 놓은 뒤 이리저리 뒤섞다가 해체하는 작업을 반복해왔다. 그의 대표작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년), ‘세일즈맨’(2016년) 등에서는 그냥 지나칠 법한 일상의 빈틈이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파라디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서 답을 내놓지 않는 편이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언제나 막막하고 불편하며, 난감한 교착 상태에 빠진다. 어떤 선택이 옳은 건지 분명히 하지도 않고, 특정 판단을 긍정하거나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카메라로 찍어내면서 인간의 내면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편, 오는 15일 개봉하는 ‘어떤 영웅’은 현재 아이디어 도용 시비에 휘말려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영화로 남게 될 지 이목이 집중된다. ■ ‘이니셰린의 밴시’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부산 국제영화제 등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내전이 진행되는 1920년대 아일랜드의 이니셰린 섬. 누구보다도 친하게 지냈던 두 남자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한 사람의 절교 선언으로 인해 평화롭고 조용했던 마을에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친구를 놓을 수 없는 남자, 어떻게 해서든 친구를 떼어놓으려는 남자가 뒤엉키면서 갈등 상황이 복잡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언제나 이성과 논리로 무장한 채 이해할 수는 없는 법이다. 영화는 미끄러지거나 뒤틀리고 어긋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과 감정, 생각들에 관해 정교한 이야기를 구축해놓았다. 마틴 맥도나 감독은 이미 인간의 다채로운 내면을 들췄던 전작 ‘킬러들의 도시’(2008년), ‘세븐 싸이코패스’(2012년),  ‘쓰리 빌보드’(2017년)를 통해 타고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런 면모가 이번 영화에서도 여실히 발휘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이번 작품이 어떤 관계에 놓여 있을지 비교해보는 일도 영화에 대한 감상의 폭을 넓혀준다. 출연진을 살펴봐도 기대감을 한껏 높인다. ‘킬러들의 도시’에서 합을 맞췄던 감독의 페르소나인 콜린 패럴과 브렌던 글리슨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두 배우 모두 감독의 디렉팅 아래에서 팔색조 같은 매력을 보여주기에 연기 앙상블 역시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수원 책고집, 18일 영화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초청GV 열어

영화 ‘다음 소회’의 정주리 감독이 수원 인문독서공동체 책고집(수원시 팔달구 신풍로 74)에서 관객과 만난다.  책고집은 오는 18일 오후 6시 열리는 하우스 강연에 최근 가장 큰 화제를 몰고 있는 ‘다음 소희’의 정주리 감독을 초청한다. 하우스강연은 무료이며 문의 및 참여 신청은 책고집 사무국으로 전화하거나 책고집 공식밴드로 하면 된다.  올 2월 개봉한 정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다음 소희’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몰고 다녔다. 제75회 칸영화제에 출품해 한국 영화 최초로 국제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전격 공개된 뒤 평단과 관객의 지속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사회에서 그동안 외면했던 문제를 다루는 만큼 정치권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회에서는 ‘다음 소희는 없어야 한다’는 취지의 입법을 추진 중이고,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앞다퉈  ‘다음 소희’에 관한 감상평 등을 SNS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정주리 감독은 2014년 장편영화 ‘도희야’로 데뷔해 이듬해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 감독상과 들꽃영화제에서 시나리오상을 받는 등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다.

“여성폭력 피해자 적극적 대응할 정책 필요”…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토론회 개최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8일 오전 10시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토론회를 개최했다. ‘일상을 바꾸는 노력, 경기도 여성폭력 실태 및 향후과제’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정윤경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의원, 이은정 경기여성네트워크 대표, 한민경 경찰대 교수, 변현주 여성긴급전화1366 경기센터장, 한영애 경기도여성폭력방지시설협의회 공동대표, 정혜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장, 백미연 경기도디지털성범죄원스톱지원센터장 등이 열띤 토론을 이어나갔다.  이날 재단은 지난해 9월1일부터 10월24일까지 경기도민 만19세 이상 75세 이하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기도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성적피해 경험 중 평생을 살아오면서 성희롱 피해 비율은 남성이 15.6%, 여성이 44.9%로 여성이 훨씬 더 많이 경험했다. 권역별로는 경기 남부 거주 여성의 경우 평생 동안 40.2%, 경기 북부는 58.1%가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성추행(미수)을 경험한 비율은 남성이 7.3%, 여성 31.9%로 여성이 훨씬 높았다. 여성폭력 사건을 경험한 후 대응 방법으로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라는 의견이 29.9%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자리를 피하거나 도망갔다’ (26.3%) 등 순이었다.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라고 응답한 134명을 대상으로 이유를 알아본 결과, ‘대응해도 별다른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가 30.6%로 상대적으로 가장 많았고, ‘주변에 피해 사실이 알려질까봐’(29.9%),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20.1%)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정혜원 도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장은 “여성폭력 사건을 경험한 피해자의 대응은 전반적으로 소극적인 대응이 주를 이뤘다. 여성 대상 폭력의 유형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을 통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에 대응하고 이를 통해 반복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홍보정책이 요구된다”며 이어 “북부지역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 유형과 피해 양상에 대한 세부적 분석이 요구되고, 경기도 특성에 맞춘 지역 맞춤형 여성폭력방지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민경 경찰대 교수는 “경기도 내에서 남부보다 북부에서 발생한 성폭력이 더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향후 경기도의 여성폭력 대응은 전국보다 경기도, 경기 남부보다 경기 북부의 성폭력 발생 수준이 높은 이유를 파악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 모색과 동시에 피해자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②현장의 기록들- 수원 [친일잔재, 부(負)의 유산으로 기록되다]

②현장의 기록들- 수원 : 역사의 진실과 마주하다 수원 곳곳을 거닐다 보면 친일 잔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시민들이 오가는 공원에서, 혹은 우리에게 익숙한 상징적인 장소에서, 길가 등 일상에서 친일 잔재의 흔적은 마치 기념비처럼 스며들었다. 기념비인가 치욕스러운 일제의 산물인가. 명확히 알기 어려웠던 상징물들은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2021년과 2022년 설치한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으로 역사적 사실의 옷을 입고 시민들을 마주하게 됐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역사적 사실을 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역사적 사실이 기록된 친일잔재의 상징물들을 찾아가봤다. 첫 번째 지역은 안내판이 9곳 설치된 수원이다. ■ 조선의 식량을 수탈하기 위한 흔적들 일제는 조선의 쌀과 식량 생산량을 증대시켜 수탈하려 했다. 그 행위는 현재 수원시 권선구 소재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인근에서 찾을 수 있다. 이곳에는 혼다 코스케 권업모범장장 흉상 좌대, 권업모범장 경계석, 잠업시험소·여자잠업강습소 표지석 등 친일잔재 상징물이 남아있다. 일제는 일본 농업 체계를 조선에 강제로 이식했다. 더 많은 쌀을 생산해 일본으로 수탈하기 위해서다. 권업모범장은 이러한 조선의 쌀 수탈을 위한 일본의 두뇌 역할을 한 곳이다.  ‘권업모범장 경계석’은 수원 권업모범장의 영역을 표시하는 경계석 중 하나로 1910년에서 1929년 사이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혼다 코스케는 이러한 권업모범장의 수장을 맡은 인물. 흉상은 도쿄미술학교 아사쿠라 후미오 교수가 제작했으나, 현재 흉상은 사라지고 좌대만 남았다. 좌대 앞면에는 ‘혼다 코스케 선생’을 일본어로, 뒷면에는 건립 내력이 ‘해강 김규진’의 글씨로 새겨져 있다. 김도형 문화재 전문위원은 “1910~1920년대까지 일본식 우량 품종이라 명명한 것을 한국에 가져와 강제 보급하면서 우리의 전통적인 재래품종을 강제로 뽑아버리기도 했다. 일본식 품종은 많은 비료, 인력을 필요로 하고 우리 환경과 풍토에는 맞지 않았다”면서 “3·1운동 때 농민들이 반발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전통적인 품종을 짓밟은 데 대한 분노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일본 품종이 우리나라 환경에 맞지 않아 생산량이 오히려 떨어지자 조선총독부는 산미증식 계획을 시행했다. 1920~1925년 일본식 쌀 품종을 보급하는 1차 정책에서, 1926~1931년 저수지를 만드는 수리조합운동으로 나아갔다. 김 위원은 “애초 우리나라는 쌀뿐만 아니라 보리 등 곡식을 골고루 생산했지만, 지금 쌀이 미작 중심이 된 것은 이러한 일제시대의 쌀 중심 농법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징물은 현재 서둔동 ‘수원농림학교 터’와 영통구 수원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세워진 ‘수룡수리조합기념비’와 ‘치산치수지비’에서 찾을 수 있다. ‘수원 농림학교 터’는 농업교육을 통해 일제의 농어기술 체계를 조선에 이식하는 농업 기술자를 양성하던 곳이다. ‘수룡수리조합기념비’는 당시 용인군 수지면 하리에 축조한 여천(원천)저수지와 신대저수지 두 곳의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수룡수리조합은 당시 경기도의 대표적인 수리사업으로 대지주들이 수익을 독점해 중소지주와 소작농의 몰락을 앞당겼다.  ‘치산치수지비’는 수원 지역 치산치수사업의 완료를 계기로 1941년 10월 수원군 일왕면장 이석래가 주도해 건립한 일제 기념물. 이러한 수탈물들은 철도를 타고 흘러흘러 일본에 다다랐다. 그중 대표적인 통로가 ‘수인선 철도’다. 경기도 해안 지방에서 만들어진 소금과 경기 동부 지방에서 생산되는 곡물까지 인천항으로 실어 일본으로 반출하는 역할을 했다.  일제의 쌀 수탈과 관련된 상징물들은 오랜 세월 마치 기념비처럼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최근 ‘친일잔재 상징물 기념 안내판’이 설치되면서 상징물의 탄생 배경과 시대적 상황이 시민들에게도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 친일 인물 과오 명확하게 수원특례시청 맞은편 수원 올림픽공원 주차장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에는 ‘홍난파 동상’과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일제강점기에 널리 애창됐던 가곡 ‘봉선화’와 동요 ‘고향의 봄’의 작곡가인 홍난파. 일제강점기 음악계에 큰 업적을 남긴 그는 친일 행적으로 그 명과 암이 뚜렷하게 갈리는 인물이다. 동상은 1989년 10월14일 제38차 JC 전국회원대회를 기념해 한국청년회의소가 건립했다. 하지만 이후 관리가 되지 않았고 친일 논란이 불거지면서 철거 등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최근 역사적 사실을 담은 안내판이 세워지면서 친일잔재 상징물로 남게 됐다.  수원 팔달구 팔달산에도 홍난파 노래비가 세워 있다. 노래비는 난파 홍영후가 태어난 지 70년이 되던 해를 기념해 1968년 건립됐다.  홍난파는 1998년 국가보훈처의 ‘이달의 독립운동가’에 선정됐으나 학계에서 친일 행적을 알리면서 최초로 서훈이 취소된 인물이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홍난파 노래비 앞에 친일잔재임을 알리는 상징물을 세우자고 여러 차례 주장했는데 민간에서 이를 설치하면 철거와 설치가 반복됐을 것이다. 하나의 역사적 문제를 놓고 사회적 갈등이 이어졌을 것”이라며 “경기도가 관에서 안내판으로 친일잔재임을 명확히 명시한 것으로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난파기념사업회와 민족문제연구소가 오랜 기간 논쟁을 이어오며 협의한 부분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오현규 난파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논쟁은 정확한 사실 기재와 그 사람의 모든 과오를 밝혀 역사에 맡기는 게 맞다”라고 판단해 ‘새로 쓴 난파 홍영후 연보’를 새로 만드는 등 무조건적인 찬양이나 비판보다는 인물의 ‘과오’를 명확히 알리는데 힘썼다.  이러한 경기도에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이 설치된 것은 총 17곳이다. 이 중 수원에 설치된 상징물 안내판만 절반 이상인 9곳에 달한다.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사회적 공감대를 꼽는다.  이동근 수원박물관 교육홍보팀장은 “수원은 2017년부터 3.1운동 100주년 사업을 준비하며 이와 관련된 일들을 시민과 함께 하겠다고 밝히고, 성금 모금 등을 진행했다. 그 과정 속에서 어느 정도의 문제의식과 공감대가 형성된 측면이 있다”면서 “친일잔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의식 확산, 공감대 형성을 통한 시민·사회적 합의가 잘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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