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속촌 봄축제 ‘족보가 사라진 조선, 신분을 증명하라!’…29일 개최

한국민속촌이 오는 29일부터 6월8일까지 ‘웰컴투조선: 너나, 나나 양반’ 봄 시즌 축제를 개최한다. 24일 한국민속촌에 따르면 이번 축제는 조선시대 신분제와 족보위조를 흥미롭게 재해석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이 직접 스토리에 참여해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올해 축제의 중심 이야기는 마을 곳곳에서 연이어 발생한 ‘족보 실종 사건’에서 출발한다. 족보가 사라지자, 마을은 혼란에 빠지고, 누구나 자신이 양반이라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관람객들은 시대를 초월해 조선시대에 떨어진 듯한 현실감을 만끽하며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 양반임을 증명할 것인지, 위조 족보를 통해 양반이 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축제기간 동안 매일 오후 1시 민속마을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 ‘이 양반이 그 양반?’은 신분도, 사랑도, 족보도 뒤바뀌는 한판 애기씨의 진짜 사랑을 찾는 이야기를 다룬다. 웃음 가득한 조선판 맞선 대소동을 유쾌하게 풀어내 주목된다. 관람객 참여형 콘텐츠로는 양반 신분을 건 4 vs 4 매치 ‘신분세탁소’, 족보 도둑을 피해 책 속에 숨겨둔 명문가의 족보를 찾아야 하는 미션형 게임 ‘겉다속족’ 등이 기다리고 있다. 매년 봄마다 인기를 끌었던 ‘엽전환전소’도 진행된다. 한국민속촌 내 엽전환전소에서 엽전을 환전하고 상점에서 물건과 먹거리를 구매하는 등 엽전을 사용해 조선시대 정서에 몰입하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한다. 체험프로그램 4종도 다채롭게 마련됐다. 조선시대 신분증인 호패에 자개를 사용해 나만의 커스텀 호패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자개 호패 만들기’, 조선 양반들의 전통 기와집을 미니어처 등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와집 등 만들기’, 갓과 갓끈을 장식해 키링으로 만들어 보는 ‘갓 키링 만들기’, 조선시대 효문화를 경험하고 직접 편지를 작성하는 ‘문안 편지 쓰기’ 등 다채롭게 구성됐다. 이 외에도 아름다운 풍경과 봄꽃과 한옥의 미가 조화를 이룬 ‘담꽃 포토존’, 양반의 상징인 능소화가 가득 핀 담장을 배경으로 운치 있는 조선의 감성을 담아낸 ‘능소화 아래 포토존’ 등에서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양반 핫플로 재해석한 ‘cafe 수묵’은 한국민속촌 내 ‘민향’ 에서 운영된다. 수묵화처럼 정갈한 분위기의 메뉴와 함께, 한옥의 고즈넉한 공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감성 카페로, 관람객들에게 조선의 멋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쉼터가 될 전망이다. 다음달 19일부터는 야간개장이 시작돼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조명 아래 고즈넉한 한옥 야경과 함께 색다른 봄밤의 정취를 만끽할 기회다. 한국민속촌 관계자는 “과거의 전통을 단순 계승하고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생활 속에서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며 “이번 봄축제를 비롯해 계절마다 새롭고 이색적인 축제를 선보이고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소통하면서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한국민속촌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축제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한국민속촌 누리집을 확인하면 된다

커피 한 잔에 예술 ‘한 스푼’…수원시립미술관 ‘시장 커피’ 프로젝트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상점들 가운데 어딘가 낯선 가게 하나가 문을 활짝 열고 있다. ‘COFFEE 핸드드립 진짜로 O원’이란 문구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니, 향긋한 커피와 함께 사방에 걸린 손바닥만 한 종이의 글과 그림이 손님을 맞이한다. 인근 수선집의 미싱기 돌아가는 소리, 이불집에서 흘러나오는 TV 소리, 두붓집의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와 커피 내려오는 소리가 한 데 섞인다. 이곳엔 사연이 담긴 글과 그림이 빼곡하다. 9번 출구에서 바나나 노점상을 운영하는 어느 노 주인이 그린 작품 ‘바나나’, 아흔이 넘은 머리 희끗한 아빠가 자신과 마주 앉은 70대 딸을 그려낸 작품 ‘나를 보고 있는 사람’부터 노 상인이 어린 소녀 감성을 한껏 담아내 아름다운 눈망울의 공주를 그린 ‘어느 날에’ 등. 그림만 봐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작품들은 평범한 이들의 마음 한편에 자리한 청춘을 끌어냈다. 지난달 27일 수원 역전시장 상가에 문을 연 이 작은 카페는 두 달간 시장 안에 미술관을, 사람들의 일상에 예술을 심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10주년 특별전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의 참여 작가인 천근성 작가가 일상 공간에서 사람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을 담은 신작 ‘시장 커피(Bazaar Coffee)’(2025)와 연계해 운영 중인 프로젝트다. 이곳을 방문한 상인과 방문객은 커피값 대신 자신이 가진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지급하면 된다. 가방 안의 김밥을 교환할 수도, 그림을 그릴 수도, 시를 쓸 수도 혹은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줘도 된다. 천 작가(41)는 “시장 상인들은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명절이 되든 휴일이 되는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미술관이, 예술이 낯설고 멀게 느껴질 존재들에 대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카페가 문을 연 지 약 한 달이 지난 이곳은 상인과 손님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 됐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상인들이 찾아와 말을 보태고, 살림을 더하며 장소를 채워갔다. “카페라는 구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상인들 덕분입니다. 혼자 이곳을 분주히 오가고 있으니, 상인들이 한두 분 말을 걸며 ‘커피 한 잔 줄까?’ 하시더라고요. 시장의 문화였습니다. 어느 가게를 가도 누가 손님인지, 주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둘러앉아 같이 커피를 마시고 정을 나누는 모습 말입니다.” 믹스커피가 익숙하던 그들에게 작가는 서툴지만, 정성을 다해 원두를 내려 대접했고, 손님들은 수다를 떨거나 혹은 조용히 사색에 잠겨 자기 작품을 만들어간다. 그중 한 명이 ‘시장 커피’의 1호 고객이자 단골인 고정애 사장(78)이다. 이곳에서 15년간 각종 장사를 하며 아들, 딸을 키워낸 고씨다. 자신의 아들뻘인 청년이 처음 시장을 기웃거리자 고씨를 비롯한 이곳 상인들은 오며 가며 말을 건넸다. 때로 ‘오지랖’, ‘간섭’이란 말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낭만’이며 ‘정’이었다. 고씨 역시 자신의 가게에서 커튼을 가져와 ‘시장 커피’ 카페 한 면을 채워줬다. 고씨는 이곳에서 ‘역전시장 피카소’로 불린다. 뭘 그려야 할지 몰라 쑥스러웠던 그는 이제는 전날 미리 휴대전화에 그리고 싶은 사진을 챙겨와 자연스럽게 자리를 앉는다. 이곳에선 평범한 이들이 작품의 주인공이 되기도, 작가가 돼 꿈을 펼치기도 한다.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유명 패션’은 특히 단골 작품 소재다. 역전시장서 11년째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유영순 사장(72)은 “내 그림을 그리고, 또 그곳에 걸린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며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 채워진 글과 그림은 다음 달 15일 열릴 수원시립미술관 10주년 특별전에 전시된다. “상인분들의 작품이 걸렸으니 꼭 한번 미술관에 방문해 그곳에 걸린 자기 작품을 감상하시라는 미션을 드렸습니다. 예술의 문이 조금 더 넓어져 많은 분에게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프로젝트는 이달 27일까지(월요일 휴무) 수원 역전시장 내 상가 112호에서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누구나 방문 가능하다.

한국도자재단, 31일까지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 매칭 공예교육’ 강사 모집

한국도자재단이 오는 31일까지 ‘2025년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 상반기 매칭 공예교육’ 강사를 모집한다. 한국도자재단은 강사가 설계한 양질의 공예교육을 통해 도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공예가의 일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기획했다. 모집 분야는 원데이클래스(1회) 5개 강좌, 투데이클래스(2회) 5개 강좌 등 총 10개 강좌로 도자, 목공, 유리, 금속, 디지털 등 공예 전 분야에 걸쳐 모집한다. 지원 자격은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 교육강사 인력풀’ 등록 강사다. 오는 11월30일까지 센터 누리집에서 상시 모집 중이며, 공예 관련 학사 이상 전공자로 경력 3년 이상 보유자 또는 공예 분야 8년 이상 경력자면 등록할 수 있다. 강좌는 오는 5월1일부터 센터 누리집에서 진행하는 수강생 모집을 통해 모집 분야별로 선착순 10명을 모집하며, 완료된 강좌부터 선정·개설한다. 최종 선정된 강사에게는 교육 운영 간 시간당 8만원의 강사 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최문환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사업을 통해 공예가와 도민이 만날 수 있는 장을 확대하고 공예문화 가치를 확산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도민의 문화 향유권 확대와 공예가들의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식재료에 불교 정신 담아낸 ‘사찰음식’ 국가무형유산 지정 예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불교 정신을 담아낸 한국의 절밥이 국가유산이 된다. 23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사찰음식’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국가무형유산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무형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이 확정된다. 사찰음식은 경전에 나타난 부처님의 가르침과 불교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스며든 지혜를 바탕으로 사찰에서 전승해 온 음식으로, 승려들이 일상에서 먹는 수행식과 발우공양 등을 포괄한다. 사찰마다 다양한 음식이 전해져 오는데 육류와 생선, 오신채(五辛菜·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등 자극적인 5가지 채소)를 쓰지 않고 채식이 중심이다. ‘살아있는 것을 죽이지 않는다'는 불교의 불살생 원칙과 생명 존중, 절제의 철학적 가치를 음식으로 구현해 고유한 음식 문화가 형성돼 있다. 발효식품을 중심으로 한 조리 방식,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식재료를 활용한 점 등은 다른 나라 사찰음식과 차별되는 독특한 점으로 꼽힌다. 특히 오늘날에는 채소 위주의 간소한 재료로 조화를 이루는 사찰 음식이 세계 곳곳에서 관심을 끌면서 유명 셰프들도 주목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전통적인 조리법을 유지하면서도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는 등 그 영역을 확장해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사찰마다 여러 조리법이 이어져 오고, 승려를 중심으로 사찰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집단 전승체계를 이루는 점을 고려해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CONNECT BTS부터 베니스비엔날레까지”…이대형 에이치존 대표 [문화인]

때로 백 마디 말보다 3분 남짓한 노래 하나가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지금의 전 세계는 갈수록 ‘다양성’은 사라지고, ‘연대’의 가치는 희미해져 가고 있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연결돼 있음을 이야기하는 이가 있다. 이대형 에이치존 대표 겸 큐레이터(51)는 “전 세계가 처한 공통의 위기는 연대하고, 집단지성을 발휘할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며 “여기에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 다양한 사람과 생각을 연결 짓는 문화예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 거리의 언어 케이팝에 세계 연결… “예술, 시대와 국경 뛰어넘어 사람과 생각 연결하고 공감 능력 일깨워” 몇 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글로벌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아시안 헤이트(아시아인 혐오)’를 비롯해 ‘혐오’와 ‘증오’의 물결이 지배했던 2020년, 글로벌 전시 프로젝트 ‘CONNECT BTS’는 사라져가는 연대의 가치를 회복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CONNECT BTS’는 뉴욕, 런던,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울 등 세계 5개 도시를 연결해 BTS(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추구하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재해석하고, 전 세계 예술가들이 이를 현대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 세상에 알리는 프로젝트이다. 대중 언어와 순수예술의 전무후무한 만남에 뉴욕타임즈, 가디언지, BBC 등 해외 언론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당시 BTS는 ‘거리의 언어’로 치유와 연대, 자기 긍정과 소통, 다양성, 변두리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전 세계 다양한 계층과 언어, 종교를 뛰어넘어 그들의 음악을 듣는 수많은 이들을 하나로 연결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조각가 안토니 곰리, 설치미술가 토마스 사라세노 등 22인의 저명한 각국의 작가와 큐레이터가 뜻을 모았다. 음악에 담긴 다양성과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고전 철학, 인문학에 녹여낸 ‘연대’의 가치는 국내외 예술가들에 의해 재탄생하며 미국, 영국, 독일, 아르헨티나, 한국에서 전시가 이어졌다. 해당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이대형 대표는 이를 통해 예술이 가진 선한 영향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베를린에서 열린 전시에서는 한 흑인 소녀가 미술관 관장에게 감사하다며 꽃다발을 들고 왔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의 전통 음악과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줘 감사하다는 것이었죠. 그런가 하면 영국에선 한 소녀가 수첩을 들고, BTS의 이야기를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하게 메모하고 공부하는 것을 보며 인종도, 교육 환경도, 언어도 다 다르지만, 이들이 친숙한 일상의 언어를 바탕으로 하나 되며 다양성의 철학을 흡수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2025년 현재에도 혐오의 물결은 여전하다. 오히려 더욱 강화됐다. 그가 추구하는 인류애적 가치가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이처럼 이대형 대표는 큐레이터로서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와 가치를 던지는 일을 한다. ■ 2017 베니스비엔날레서 현지 문화 보호하는 기부 펼쳐… “문화예술은 공동의 것” 이 대표는 큐레이토리얼 회사인 에이치존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는 자신의 회사에 대해 “예술이 실제의 삶과는 거리가 있기에 그 간극을 메워가며 지금의 시대 혹은 작가, 미술계, 기업, 정부 등에 ‘마땅히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것이 무엇인지’, ‘결핍돼 있지만 추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바로 그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제시하는 일을 한다”고 설명한다. 큐레이토리얼이란 단순한 작품 배열이 아닌, 문화예술을 통한 특정한 메시지나 문제의식 혹은 철학의 실천 또는 이를 담아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 대표가 예술이 가진 선한 영향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게 된 배경엔 미술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시절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관의 예술감독이 되는 것은 올림픽의 국가대표 감독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2017년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며 그곳에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사회적인 기대치와 스스로의 욕심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베니스에 도착해 다양한 문화재를 보니 모든 것을 잊고 그저 감동하게 됐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예술’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이기려 하는 게 아닌,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선한 영향력으로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본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결국 그러한 진정성은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5개 국가가 뽑은 베스트 전시라는 좋은 결과도 가져왔다. “비엔날레에서 한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전시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바꿔보자는 것이었죠.” 당시 그는 한국관의 신문을 만들어 판매하고, “당신의 자본으로 인류애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다양한 나라의 관람객들에게 받은 돈을 바탕으로 베니스의 물 자원에 관한 환경보호 단체에 기부하게 된다. “베니스 당국과 환경단체 등에서 ‘왜 그런 행동을 했냐’고 물었습니다. 반대로 당신들이 한국의 경복궁에 오면 똑같은 경건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문화와 예술은 모든 인류가 감상할 수 있는 공동의 자산이고, 이를 지키는 것 역시 공동의 몫이라는 것이었죠.” 동양의 케이팝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글로벌 전시를 이끄는 데 색안경을 끼던 현지인들과 해외 언론을 감탄하게 만든 것도, 미술을 주인공으로 한 올림픽에서 ‘경쟁’을 펼치러 온 타국의 예술감독을 추켜세운 것도 결국 그가 추구하고자 한 따뜻한 메시지의 진정성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그는 6년 넘게 현대자동차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며 세계적인 미술관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과의 파트너십을 이끌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2024 파리 올림픽을 맞이해 현지에서 열린 한국 미디어아트 전시 '디코딩 코리아'를 기획했다. ■ 국내 미술계 “협업 통해 시너지 효과 발휘할 수 있어”…“오리지널 매력 담긴 ‘독창성’ 추구해야” 세계 곳곳의 미술관, 기업, 아티스트, 국가 등 굵직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이끌어 온 이 대표이지만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땅 한국과 경기도를 비롯한 국내 미술계의 발전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달 말에 그는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연계 인문학 강좌에 참여해 수원 지역의 작가와 관객들에게 ‘AI와 현대미술’을 주제로 기술 발전의 흐름 속에 인간과 예술, 미술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경기도와 수원에 대해 수준급의 전시 인력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도내 미술관의 인력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서 도나 시를 위한 공공의 프로그램이 마련되기를 제안합니다. 공공 미술이 될 수도, 페스티벌이 될 수도 있고 형태는 다양할 것입니다. 중요한 건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독창성)를 만드는 것입니다.” 시대의 맥락 속에 더 깊은 울림을 주는 방향을 이끌어가자는 이야기다. ■ “큐레이터, 시대가 추구해야 할 가치 던지는 역할”… “위태로울지라도 경계선에 서, 안과 밖 들여다봐야” 그에게 큐레이터의 역할에 관해 묻자, ‘생각의 지도를 확장하는 이’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래전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몰랐을 때 바다 너머는 낭떠러지가 아닐까라고 착각했습니다. 그 너머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죠. 예술은 사람들의 사고를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그것을 일러주는 것이 큐레이터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연한 사고를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들려준 나이테에 관한 비유를 들려줬다. “해가 갈수록 나무의 나이테가 하나둘 넓어지는 것처럼 생각이라는 것도 나이 듦에 따라 머릿속에 하나씩 나이테처럼 자라나게 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지금의 네가 어디에 서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나무의 안쪽 가운데는 딱딱하지만, 나무의 경계선, 외곽은 계속 성장해야 하니 무르고 부드럽습니다. 할아버지는 제게 나무의 가운데 서 있을 것인지, 경계선에 서 있을지를 물었습니다.” 나무의 안쪽 한가운데 서 있으면 사람들은 안전하고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더 자라날 수는 없고, 그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너머를 그려볼 수 없다. 반면 경계선은 위태롭지만, 끊임없이 자라나며 안과 밖 세상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 “당신의 생각이 경계선에 설 수 있어야 세상 중심의 서는 것입니다. 생각의 지도, 지평선의 가운데가 아닌 경계선에서 그 너머를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양주시립 미술창작스튜디오 제10기 입주작가 5인 최종 선정

양주시립 미술창작스튜디오 제10기 입주작가 5인이 최종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작가는 김민지(설치), 범진용(회화), 신용재(회화), 전가빈(조각), 홍수현(회화) 등 5명이다. 지난해 입주한 제9기 작가 5명(김도희, 박경종, 서인혜, 정기훈, 최형준)과 함께 창작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이번 입주작가 공모에는 전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예술가 100여 명이 지원했으며 이들은 오는 30일까지 입주를 완료할 예정이다. 양주시립 미술창작스튜디오는 앞서 지난 2014년부터 작업공간이 필요한 예술가들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해 왔다. 또한 지역 주민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예술가와 시민이 소통하는 복합 창작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까지 1기부터 9기까지 총 65명의 작가가 이곳을 거쳐 갔다. 입주 작가들은 3월부터 입주작가 소개 체크인전을 시작으로 오픈 스튜디오, 릴레이 개인전, 단체전, 기관 아동 연계 프로그램 등 시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활성화 하고, 시민과의 예술적 교류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계영 양주시립미술관장은 “지역 예술인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스튜디오의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역신문 발전 포럼’ 출범…"지역신문 활성화 지원 모색해 위기 극복"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일 서울 정동 미디어교육원에서 ‘지역신문 발전 포럼’을 개최하고 지역신문의 미래와 지원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및 언론학계, 지역신문 언론인들이 함께하는 지역신문 발전 포럼은 변화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부합하는 지역신문 지원 모델을 재정립하고, 지역신문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통해 지원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자 이날 출범했다. 포럼엔 김동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장을 좌장으로 김성해 대구대 교수, 김균수 전남대 교수, 박진우 건국대 교수 등 언론학계 전문가들과 최종식 경기일보 기획이사, 유병욱 강원일보 서울본부장, 오원집 원주투데이 대표, 손균근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이사장 등 지역신문 관계자, 이용성·윤재준· 정후식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등이 참여했다. 첫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지역신문 지원제도 현황과 필요성을 점검했다. 포럼은 매달 한 차례 지역신문 발전과 관련된 주요 이슈에 대해 발제와 토론을 이어간다. 향후 ▲해외 성공사례 등 지역신문 지원모델 검토 ▲지역신문발전기금 성과 평가 ▲지역신문발전 3개년 지원계획 분석 ▲지역신문 저널리즘 현황과 필요성 ▲지역신문 경영·사업 분야 현황과 필요성 ▲지역신문 지원제도 개선방안 등의 주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 도출된 내용은 향후 지역언론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립에 활용할 계획이다. 오는 6월엔 지역신문사를 방문하는 등 지역신문사의 현장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인터뷰도 진행해 포럼 논의에 담을 방침이다. 김효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이번 포럼은 지역신문 지원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역신문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논의의 장이 될 것”이라며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세기 무명의병, 21세기 어디에 둘 것인가?’…경기역사문화유산원 인문대담 ‘바깥 포럼 1895’

무명의병들의 ’의로운 연대’를 현대사회에선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함께 찾고 경기도 무명의병의 가치를 철학적으로 조명하는 인문대담 ‘바깥포럼 1895’가 성료했다. 경기문화재단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은 지난 19일 오전 10시 경기문화재단 아트홀에서 ‘20세기 무명의병 21세기에 어디에 둘 것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포럼엔 MC유성(유홍일 작가)의 사회로 김광식 서울대 학부대학 교수와 한상원 충북대 철학과 교수가 대담자로 나섰고, 역사·문학·예술·철학에 관심있는 도민 90여명이 참석했다. ‘바깥포럼 1895’는 지난해 제정된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에 관한 조례’로 인한 경기도 무명의병 기념사업 중 학술활동의 하나로 마련됐다. 20세기 민족정신, 순국선열의 정신을 계승하는 동시에 21세기 경기도 무명의병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기 위해 기획됐다. 포럼은 ▲21세기 무명의병의 인문학적 의미 ▲무명의병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띤 이유 ▲목숨을 건 의로운 행위는 어리석은가 ▲의로운 저항-21세기 무명의병은 누구인가? 등의 주제로 이어졌다. 김광식 교수는 21세기 무명의병의 인문학적 의미를 ‘의로움’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무명의병을 ‘애국’의 관점에서 많이 생각한다. 그러나 ‘애국’과 ‘나라사랑’은 그 자체로만 보면 의로운 일은 아니다”라며 “땅을 빼앗아서 큰 제국을 건설하는 일본 제국주의자들도 나라 사랑, 애국을 했지만 보편적인 의로운 일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 지구적, 보편적으로 옳은 일을 했다는 의미에서 ‘의로움’이라고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경기도 무명의병 행위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무명의병이 살고자 했던 삶과 뜻, 그 몫을 이어받아 오늘날 의미있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그들을 제대로 기념하는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포럼에선 현대사회의 ‘돌봄’의 가치를 통해 무명의병의 ‘의로운 연대’를 이어가는 방향이 제시됐다. 한 교수는 “미국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우리가 서로 약하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돌봄의 가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며 “나이가 들면 누구나 취약한 존재가 되기 때문에 취약한 존재들끼리 서로 연대하며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서로 연결된 존재라는 점을 인식하고,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는 평등의 정신으로 무명의병의 가치를 담은 ‘의로운 연대’를 이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지훈 경기역사문화유산원장은 “이번 포럼은 무명의병의 가치를 ‘널리 알려야 하는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역사적이고 문화적으로 의미있는 활동으로 인정받는 ‘경기도 무명의병’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전화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용인문화원·용인YMCA, 지역 문화 활성화 업무협약 체결

용인문화원과 용인YMCA가 지역 청소년들의 문화 정보 교류와 문화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18일 용인문화원에 따르면 이번 협약은 지역 사회의 문화적 기반을 강화하고, 청소년들이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용인문화원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용인문화원 최영철 원장·김지혜 사무국장, 용인YMCA 김명돌 이사장·최민열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협력 의지를 다졌다. 이날 양 기관은 ▲애향심 고취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공동 개발 ▲용인의 역사 문화 유적 탐방 프로그램 운영 ▲다양한 지역 사회 구성원을 위한 문화 활동 지원 ▲지역 문화 네트워크 강화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이번 협약을 통해 지역 청소년들이 보다 폭넓은 문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문화 교류의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양 기관은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긴밀한 협조 체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최영철 용인문화원장은 “용인YMCA와 용인문화원의 MOU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이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 더 나은 지역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