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엔 힐링, 아이엔 추억을” 수원시향, 영유아 클래식 교육프로그램 ‘모차르트 이펙트’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클래식 연주 사이,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소리가 마치 화음처럼 시공간을 메웠다. 공연 중엔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불문율. 하지만 지난 20일 수원SK아트리움 오케스트라 연습실에선 소리를 내도 크게 울어도, 웃음소리를 내도 이 모든 것이 박수받는 공연이 열렸다. ‘8세 이상’이란 관람 연령에 제한을 받아 공연장을 방문하기 어려웠던 영유아와 부모를 위해 수원시립교향악단이 올해 첫선을 보인 영유아 음악 교육 프로그램 ‘모차르트 이펙트’다. 모차르트 음악은 규칙적인 리듬과 명료한 멜로디를 갖고 있어 영유아의 집중력 향상과 언어 발달, 감성 지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수원시향은 이러한 특성을 기반으로 영유아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팅팅팅~’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기 전, 오케스트라 연습실 한편에는 커다란 매트 위에 1~4세까지 어린이들이 악기를 만져보는 소리로 가득 찼다. 탬버린, 캐스터네츠 등 비교적 접하기 쉬운 악기부터 북의 일종인 탐탐, 윈드차임 등 이색 악기도 즐비했다.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봉 모양의 에그쉐이커를 흔들어 보거나 바이올린의 활을 잡고 마음껏 휘두르기도 했다. “어린이 여러분 이제 곧 모차르트와 콘스탄체가 등장할 시간이에요.” 엄마, 아빠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은 아이들은 모차르트와 그의 아내 콘스탄체가 등장하자 손을 흔들었다. 트럼펫, 호른, 튜바 등의 악기의 끝에는 귀여운 꽃이 달려 있었고 단원들은 화려한 금빛의 금관악기와 함께 밝은 미소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13일 열린 1주 차 프로그램에선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현악 8중주가 모차르트의 음악을 소개한 데 이어 2주 차인 20일에는 모차르트의 대표 오페라인 ‘마술피리’의 수록곡을 중심으로 목관 5중주와 금관 5중주가 연주됐다.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오페라 ‘마술피리’에 대해 이야기해 줄게.” “나는 내 음악을 통해 기쁨, 사랑을 전하고 싶었어.” 왕의 행진과 같은 웅장한 소리를 내는 트럼펫, 자연의 소리를 내는 호른까지. 단원들은 모차르트의 곡 연주에 이어 악기의 소리를 어린 관객들에게 하나씩 들려줬다. ‘마술피리’ 가운데 ‘나는 새잡이’에 대한 연주가 이어지자, 모차르트와 콘스탄체는 새를 잡는 듯 파랑, 분홍의 그물채를 들고 뛰어다니며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포르테’가 나오면 머리 위에서 인형을 크게 흔들고, ‘피아노’를 외치면 내 몸에 바짝 붙여주는 거예요.” 익숙한 ‘반짝반짝 작은 별’ 변주곡이 흘러나오고 모두 미리 받은 꽃 모양의 지휘봉을 꺼내 들었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함께 꽃을 흔들며 시간을 마무리했다. 문화센터 등을 제외하곤 영유아 음악 예술 공연을 찾기 어려웠던 까닭에 참석한 부모들은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날 22개월 된 아들 김동훈군을 데리고 참석한 이해인씨는 “육아를 시작하며 문화생활을 즐길 기회가 거의 없었고, 아이와 함께하는 비슷한 프로그램은 비싼 비용에 선뜻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극까지 곁들인 모차르트의 음악과 악기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돼 너무 좋았다”며 “아이에게는 좋은 경험이, 부모에겐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찾아온 정이든군(14개월)의 아버지 정명훈씨는 “아이가 악기를 직접 만져볼 기회가 흔치 않은데,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만져보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며 뿌듯했다”며 “이러한 프로그램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모차르트 이펙트’는 이달 1~4세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 데 이어 오는 7월에는 5~7세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열린다. 수원시향 관계자는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는 한편 육아에 지친 부모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하려 했다”며 “7월에는 보다 넓은 공간에서 많은 참석자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술전공 아동 도움되길” 의류 브랜드 ‘해칭룸’, 초록우산에 500만원 기부

의류 브랜드 ‘해칭룸’(HATCHINGROOM)이 경기지역의 예술 전공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따뜻한 나눔을 실천했다.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본부장 여인미)는 지난 20일 캐쥬얼 패션 브랜드 해칭룸의 김현지, 서균석 (주)아카이브코 대표에게 후원금 500만원을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후원금은 해칭룸이 아카이브마켓(판매되지 못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재판매) 수익금을 통해 마련한 것으로, 초록우산을 통해 패션을 비롯한 예술을 전공하는 취약계층 아동의 지원에 활용될 예정이다. 김현지 (주)아카이브코 대표는 “해칭룸이 소비자에게 받은 많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사회에 환원하고자 이번 기부를 결심했다”며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꿈을 포기하는 아동을 돕는 데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여인미 본부장은 “예술 분야에서 꿈을 키우는 아동들이 소외되지 않고 꿈을 펼치도록 후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21년 문을 연 해칭룸은 초기부터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 지난해 3월에는 서울숲 부근에 있던 매장을 확장해 플래그십스토어의 문을 여는 등 사세를 확장해 가고 있다.

작품은 같아도 완전히 다른 두 세계, 뮤지컬과 영화사이

하나의 원작이 무대와 영상 콘텐츠로 탄생하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시작점인 무대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의 관계는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라고 말한다. 배우 중심 vs 연출 중심의 예술 지난해 11월 뮤지컬 영화 ‘위키드’가 개봉했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고 국내의 크고 작은 이슈로 흥행은 주춤했지만 뮤지컬과 영화를 좋아하는 대중에게 사랑을 받으며 두 장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무대와 영상의 교류는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50년대에는 뮤지컬 작품이 무대를 거쳐 영화화되는 수순을 밟던, 뮤지컬 영화 전성시대였다. 당시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무대용 뮤지컬이 대중에게 큰 인기를 누리자 이를 영화화하는 데 적극 나선다. 대중에게 친숙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메리 포핀스’,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이 세계 문화시장에서 사랑받게 된 배경이다. 원종원 교수는 “무대는 하루에 한 번, 그것도 공연장을 직접 찾아오는 관객만 볼 수 있지만 영화로 기록하면 인건비 없이 세계 곳곳에서 동시상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며 “소위 돈벌이가 되는 문화산업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뮤지컬 영화의 느린 전개는 점차 대중의 입맛에 맞지 않았고 그로 인해 인기가 다소 주춤해진다. 그 해결책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며 ‘원스’, ‘라라랜드’ 등 원작 없이 영상을 위한 뮤지컬 영화가 등장했다. 또 공연을 그대로 재연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도와 볼거리, 영화만의 연출을 담은 ‘시카고’,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등 뮤지컬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 ‘백 투더 퓨처’, ‘킹콩’, ‘비틀주스’, ‘반지의 제왕’ 등 영화를 무대용 뮤지컬로 꾸미는 ‘무비컬’의 등장도 무대와 영상에 활력을 주는 요인이 된다. 원 교수는 “1950년대와 2000년대 제작되는 무대 원작이 있는 뮤지컬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대와 영상의 차별화를 극대화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무대를 본 사람도 영화의 파격이 궁금해 영화관을 찾고, 뮤지컬 영화를 본 사람은 원래 무대의 연출이 궁금해 공연장을 찾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 원 교수는 그 대표적인 예로 ‘시카고’를 꼽았다. “‘시카고’가 뮤지컬 영화로 제작됐을 때 많은 사람이 1만원이면 영화를 볼 수 있는데 누가 20만원을 내고 공연장을 찾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오히려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 모두 관객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개봉한 ‘위키드’도 마찬가지 경우입니다.” ‘영화’가 카메라의 샷을 통해 신(scene)과 시퀀스를 만들고 이야기를 구현하는 ‘연출 중심의 예술 장르’라면 ‘무대’는 열린 공간에서 배우의 동선과 움직임, 전체적인 구도의 전개를 통해 스토리를 완성해내는 ‘배우 중심의 예술 장르’다. 원 교수는 “이런 차이점이 같은 이야기라도 다른 감상을 느끼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라며 “뮤지컬 영화 ‘위키드’는 이런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원소스’의 유명세보다 ‘멀티유즈’의 아이디어가 우선 원 교수는 뮤지컬 원작을 영화화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다. 단, 앞서 말한 것과 같이 1950년대 식의 단순한 영화화·영상화로는 대중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고 봤다. 원 교수는 “어떻게 무대와 차별화되는 실험과 파격을 담아낼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같은 이야기의 무대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는 다른 이미지, 차별화된 묘미를 담아냈을 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는 서로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와 같은 관계”라며 “이것이 ‘원소스 멀티유즈(OSMU)’의 기본 방향성이자 오늘날 뮤지컬 영화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산업계에서 ‘OSMU’는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소설이 영화로, 영화가 뮤지컬로, 뮤지컬이 뮤지컬 영화가 되는 활용법은 하나의 콘텐츠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콘텐츠 시장의 핵심 프로젝트로 자리 잡고 있다. OSMU에 있어 선구적인 기업인 디즈니는 초창기부터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피노키오’ 등 자신들의 애니메이션에 뮤지컬 기법을 활용해 제작하는 방식을 즐겼다. 원 교수는 “디즈니 최초의 실사 영화였던 ‘메리 포핀스’도 무대 뮤지컬이 아닌 뮤지컬 영화가 시발점이었다”며 “디즈니는 콘텐츠의 다양한 변화를 통한 수요 창출에 일찌감치 관심이 많았던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막이 오른 뮤지컬 ‘알라딘’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무대용 뮤지컬로, 무대용 뮤지컬을 다시 실사 뮤지컬 영화로 만든 대표적인 OSMU 작품이다. 앞서 ‘라이언킹’이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무대용 뮤지컬이 됐다가 다시 실사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진 것과 엇비슷한 구조다. 원 교수는 “무대 예술은 영상이나 애니메이션만큼 빠르고 현란하게 구성하기 힘들다”며 “무대만의 특징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익숙하지만 새로운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캐릭터들을 무대에 어울리는 형식으로 변화시키거나 특수효과를 활용해 마술쇼를 보는 듯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것이 무대 예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는 것. 단순히 장르가 바뀌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장르에 걸맞게 새로운 볼거리, 즐길거리, 매력을 만드는 것이 OSMU의 포인트다. 그런 면에서 국내 창작 뮤지컬이었던 ‘김종욱 찾기’, ‘영웅’ 등의 영화화는 OSMU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원 교수는 “OSMU의 주요 전략은 원소스(One Source)의 유명세나 대중성에 기대는 것보다 멀티유즈(Multu Use)의 파격과 실험,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디어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콘텐츠들이 이런 부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충분히 매력을 발산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미술관 옆 도서관... '양평 도서관' 사색 즐기며 책도 읽자

양평군이 지난해 6월 20일 양평도서관 개관식을 갖고 정식으로 개관했다. 그간 양평군립도서관으로 사랑받아온 양평도서관이 더 넓은 부지에 최신 시설을 갖추고 양평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새로운 랜드마크 양평도서관은 지난해 6월 20일 개관했다. 지난 1993년 건립된 양평군립도서관은 양평군 최초의 공공도서관으로 독서문화 보급에 앞장서며 군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노후한 건물과 독서공간 및 편의시설이 부족해 이용객들의 불편이 누적됐고 이에 양평군립도서관과 어린이도서관을 신축 이전에 양평도서관으로 새롭게 건립했다. 도서관과 군립미술관, 평생학습센터, 문화원 등이 한 울타리에 건립됨에 따라 방문객들의 이용 편의성이 높다는 평을 듣고 있다. 양평도서관은 설립 당시부터 군의 거점도서관으로 군민이 책과 함께 성장하는 배움터이자 다양한 지식정보를 공유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총면적 7천320.9㎡,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된 양평도서관은 양평역과 비교적 가까워 대중교통으로도 방문이 용이한 편이다. 실내에서 남한강을 조망할 수 있게 설계돼 있고 양감섬과 물소리길 산책로 등 양평군 내 명소와도 가까워 새로운 랜드마크로 관심을 받고 있다. 1층은 어린이자료실, 유아자료실, 유아휴게실을 배치하고 어린이 전용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어 어린이를 배려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2, 3층은 구조적으로 연결돼 있어 열린 독서공간을 제공한다. 계단으로 꾸며진 ‘스텝마루’ 형태의 좌석 104석이 마련돼 있으며 언제든 계단에 걸터앉아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독서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다. 2층은 3개의 동아리실과 80석 규모의 다목적실이 조성돼 있으며 3~4층 및 옥상은 독서와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층별로 남한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덱(deck)을 꾸몄으며 개방감을 극대화해 딱딱한 분위기의 도서관이 아닌 독서와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도서관 외부의 야외 정원은 다양한 수목이 식재돼 있어 사계절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실내에서 정원을 바라보거나, 잠시 걸으며 사색을 즐길만한 작은 공원 역할을 톡톡히 해 도서관이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도서관 곳곳에 설치돼 있는 조명·음향 시설과 멀티미디어실, 370석의 극장 등은 양평도서관이 자연과 장서에만 의존하는 도서관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곳임을 확인하게 한다. 특히 최신 OTT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노트북을 대여하는 등 군민들이 좋아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책 읽는 도시 양평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양평도서관은 2025년을 시작하며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도서 문화를 체험하고 책 읽는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체험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 아이 천 권의 기적’ 사업을 운영한다. 어려서부터 독서 습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독서를 생활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인접한 양평군립미술관과의 연계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양평군립미술관과 함께하는 어린이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해 양평군 어린이들이 예술과 인문학적 소양을 쌓도록 돕는다. 한편 양평군은 ‘책 읽는 도시 양평’을 2025년 비전으로 품고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인 ‘양평 한 책’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과 양평군 관광자원을 연계한 독서 힐링 프로그램 ‘독서 웰니스’ 사업도 추진한다. 한편 도서관 로비 전면에 배치돼 있는 서가 ‘내책네책, 북적북적’엔 군민들이 기증한 도서 1만6천여권이 빼곡히 꽂혀있다. 지난해 3월 1일부터 4월 19일까지 각 마을별로 도서 기증을 받았고, 군민들은 두께 2.5cm×가로 16cm×세로 22.5cm의 규격에 맞는 도서를 기증해 도서관 서가를 꾸미는 데 일조했다. 약 1만6천권의 도서로 조성된 기증서가는 군민과 함께하는 도서관이라는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양평도서관은 ‘2028 대한민국 독서대전’ 유치에 도전하며 양평의 열약한 문화·관광 인프라를 극복하고 군의 자연과 다양한 문화자원을 연계한 양평군만의 차별화된 독서문화 행사 및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양평도서관 관계자는 “책을 읽고, 공연을 보고 듣고 느끼는 다양한 문화활동과 양평의 내일을 여는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면서 “지역사회발전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밀함의 예술, 완성에 끝이 없어”…불화장 전수자 ‘정수현’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③]

그림 안에 들어갈 인물을 배치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각각의 인물이 조화롭게 보이도록 얇은 붓으로 초안을 그린다. 한지 종이를 밀가루 풀을 써 벽면에 바르고, 그 위에 초지를 붙인 후 다시 천을 올린다. 종이가 마르며 희미하게 선이 드러나고, 다시 한번 선을 그린다. 채색을 올리고, 음영을 준다. 제일 마지막으로 눈, 코, 입 얼굴을 그리는 개안을 한다. 수개월에 거친 작품은 법당의 점안식을 거치며 비로소 깊은 호흡을 뱉어낸다. 현존하는 유일한 국가무형유산 불화장 보유자인 임석환(80) 장인의 손제자(제자의 제자) 격인 전수자 정수현씨(29)는 불교 미술의 전공자도, 불교 신자도 아니다. 얼굴만 봐선 심오한 종교의 세계와는 사뭇 다른 생기발랄함과 명랑함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는 불화장을 통해 나와 가족, 주변 사람들의 건강과 평안, 안녕을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에 깊이 매료됐다. 이에 안산에서 매일 새벽 6시 집을 나서 3시간 동안 각종 대중교통을 갈아타고 일산의 작업실로 향했다. 6개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 도장’을 찍으며 비로소 불화의 길을 걷게 됐다. 정씨는 임석환 장인에게 3년째 전수 교육을 받는 ‘전수생(전수자)’이다. 앞으로 1년가량 더 배움을 이어가 전수교육 과정을 수료하면 ‘이수자’ 시험(이수심사)을 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대학에서는 불교 미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그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워낙 전통 미술에 관심이 있었고, 처음에는 민화와 단청을 배우다 점차 깊게 배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교 미술과 불화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불화(佛畵)’란 불교의 종교적인 이념을 표현한 그림이다. 만들어진 형태에 따라 ‘벽화’나 ‘탱화’ 등으로, 용도에 따라서는 사원의 분위기를 높여주는 장엄용, 대중에게 불교의 교리를 쉽게 전달해 주기 위한 교화용, 의식에 사용하는 예배용 불화로 나뉜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그동안 불화 장인들은 단청장(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보유자에 의해 전승됐으나, 제작 목적이나 표현 방법의 차이 등 특성을 고려해 단일종목으로 분리되며 2006년 비로소 국가무형문화재로 단독 지정됐다. 20대 초중반의 나이, 종교와도 상관없는 불화를 배우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졸업 후 웹 디자인, 일러스트(삽화) 등의 분야로 들어선 친구들은 ‘불화’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모르거나 ‘무서운 그림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씨는 오로지 새로운 작품세계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기쁨만 있을 뿐이었다. “우리나라 문화재(국가유산)의 상당수는 불교와 관련된 것이 많아요. 글을 몰랐던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인 경전을 예술로 시각화했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작업 과정에서 제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불화’ 작업은 끊임없는 인내와 차분함, 참을성을 요구한다. 특히 ‘선’ 작업은 불화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승의 스승 때부터 내려오는 습화용 시왕초가 있습니다. 습화란 초(밑그림)를 옆에 놓고 눈으로 보고 옮겨 뜨는 것인데 처음 입문하면 수백에서 수천 장의 시왕초를 그려와야 합니다.” 불화는 보통 바닥에 두고 작업을 이어가는데 오로지 한 팔로만 온몸을 버텨야 하기에 작업이 쉽지 않다. 정씨도 처음에는 자세가 익숙하지 않아 바들바들 떨면서 선을 그렸다. 점차 필력이 길러지며 보다 매끄럽게 선을 그려가는 것을 보며 스스로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앞서 임 장인에게 전수 교육을 받은 이문희 단청장 이수자(서울시 제31호)에게 5년째 배움을 받고 있다. 이 이수자와 함께 수원사의 칠성탱화부터 군산의 동국사, 세종시의 광제사 등에서 작품활동을 펼쳤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그림을 다 걸고 점안식을 하는데, 신도분들이 기도하던 때였습니다.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허투루 그리면 안 되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의 꿈은 ‘불화의 세계화’다. “이달 20일부터 선생님과 함께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한국의 불화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2025 한국불교예술전’ 전시에 참여하는데, 이처럼 불교미술의 정수인 불화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도 많이 알려지길 바라며 적극적으로 활동할 생각입니다. 또, 전통 불화는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창작의 세계와는 또 다른 한편에서 전통의 가치를 이어가도록 노력할 거예요.” ●관련기사 : 광대 왔소, 줄을 서시오…줄타기 이수자 ‘한산하’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02580306 “열 네살에 매료된 양주별산대놀이, 이젠 운명”…이수자 ‘윤동준’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25580062

2025 굿뉴스코 페스티벌,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성료

전 세계에서 해외 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굿뉴스코 단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마련한 ‘2025 굿뉴스코 페스티벌’이 지난 19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에서 성료했다.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은 범세계적 대학생 해외 봉사 단체로 ‘내 젊음을 팔아 그들의 마음을 사고 싶다’ 라는 슬로건 아래 활동한다. 청소년 교육, 사회공헌, 국내 및 국제 교류, 문화 활동으로 국제적 감각을 갖춘 지도자를 양성하고, 지구촌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에 노력한다. 이들이 선보이는 굿뉴스코 페스티벌은 지난 1년간 59개국에서 해외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200여 명의 국내 대학생들이 현지에서 얻은 값진 경험과 감동을 시민들에게 나누는 장으로 마련됐다. 이날 공연 시작 전 로비에서는 오세아니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각국 문화 체험부스가 설치됐다. 또한 해외봉사 단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펼쳐져 시민들에게 색다른 이벤트를 선사했다. 행사는 밝고 환한 에너지를 자랑하는 굿뉴스밴드의 ‘젊은 그대’와 ‘세상을 밝히는 빛’을 주제로 한 라이쳐스스타즈가 화려한 막을 열었다. 이어 남태평양의 유쾌한 전통 댄스 ‘마네아베’, 뜨거운 열정을 웨이브로 표현한 중남미 댄스 ‘Libertad’, 화려한 색감과 리드미컬한 댄스 인도 ‘Nacho’, 부족 전사의 에너지를 담은 파워풀한 아프리카 댄스 ‘Kuchoma’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과 박수 갈채를 받았다. 특히 해외 봉사활동 과정을 통해 겪은 감동 실화를 담은 트루컬은 관객들에게 잔잔하면서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했다. 행사에는 박태순 안산시의회 시의장, 이기환 경기도의회 도의원 등 여러 내빈과 1천400여명의 안산 시민이 참석해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우수 해외봉사단원에겐 표창장이 수여돼 큰 박수를 받았다. 말라위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김하은 학생과 키리바시로 다녀온 이신영 학생은 안산시의회 의장상 표창을 수상했다.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인 박옥수 목사는 “이러한 마인드가 대학생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전파되어 더욱 밝고 복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2025 굿뉴스코 페스티벌’은 11일간 전국 11개 도시를 순회하고 26일에는 일본 오사카 국제교류센터에서 전체 일정을 마무리한다.

일제 침략 맞서, 경기 남부서 치열한 의병항쟁...'경기도 무병의병의 가치를 찾는 여정'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좋습니다.”(맥켄지의 ‘대한제국의 비극’ 중) 구한말 의병들은 일본군과 맞선 자신들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그들이 총을 들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우리는 이들에게서 어떤 정신적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무명의병의 정신적 가치를 발굴해 오늘날 통용될 의미를 찾는 두 번째 여정이 이어졌다. 경기문화재단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은 19일 재단 강의실에서 ‘강산의 의로운 장부들: 대한제국기 경기도 무명의병은 누구인가’ 두 번째 역사문화 강좌를 열고 ‘경기남부 의병항쟁’의 특징을 짚어보며 경기도 무명의병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도 무명의병 기념사업’ 중 하나로 마련된 이번 강의에선 성주현 1923 제노사이드연구소장이 ‘한말 경기 남부 의병항쟁의 전개와 특성’ 강의를 통해 의병의 개념과 한말 의병항쟁의 특성, ‘안성’을 중심으로 한 경기 남부 의병항쟁의 성격 등을 다뤘다. 이날 강의에서 성 소장은 경기 남부에서 의병활동이 활발했던 안성의 의병전쟁을 시기별로 짚었다. 안성에서는 1895년 의병을 일으켰던 곽한일, 1896년 활동한 김하락 등을 통해 1차 의병 전쟁이 벌어졌고 속리산 등에서 적극 항일 투쟁을 했던 박석여 의진이 안성으로 무대를 옮겨 2차 의병 전쟁이 벌어졌다. 특히 성 소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일제 침략에 대한 민중의 의사 표현이 강해지면서 1907~1910년 정미의병 시기에 벌어졌던 3차 의병전쟁이 가장 활발했던 점을 강조했다. 당시 안성 의병들은 친일 집단인 ‘일진회’ 회원을 처단하거나 일본 경찰 분파소나 우체국, 또 일본인의 집을 습격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갔다. 이에 당시 안성에서 활동했던 곽한일, 임옥녀 등 36명의 의병장은 이름을 남겨 현재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상태다. 그러나 의병장과 함께 활동한 수많은 의병은 이름을 남기지 못한 채 ‘강도’ 혹은 ‘폭도’로 치부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성 소장은 “수십명, 수백명이 같이 의병 활동을 했음에도 역사에 이름이 남아 있는 사람은 의병장 뿐”이라며 “무명의병 연구가 활발해져 이름없는 의병들을 발굴해 국가의 서훈을 받는 유공자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안성은 현재 ‘이달의 독립운동가’를 선정해 공적을 기리며 기념하고 있다”며 “독립운동가를 기억하고자 하는 안성의 사례를 모범삼아 많은 지자체에서 지역의 의병에 관심을 가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강의에선 안성의 대표적인 의병장 맹달섭, 정철화, 임옥여 선생의 구체적인 활동과 함께 위정척사론에서 비롯된 한말 의병의 개념, 한말 의병항쟁의 전개 과정 등 의병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이 시민들에게 전달됐다. 또 의병운동에 대한 시대별 인식, 사발통문·동학포고문 등으로 본 동학농민운동과 의병의 상관관계 등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성 소장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경기도에서 무명의병을 기리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며 “일제 침략에 맞서 싸우며 희생했던 선열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가치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훈 경기역사문화유산원장은 “의병 중에서도 ‘무명’에 방점을 찍어 그들이 왜 총을 들고 싸웠는지, 종교적 이유인지 애국심인지 개인의 양심이었는지 등에 대해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이번 강의를 비롯해 경기도 무명의병에 대한 여러 사업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무명의병의 생애와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살펴보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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