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상 음대교수들 모여 ‘틀’을 깨다… 김현미 ‘2025 평택 실내악 축제’ 예술감독 [문화인]

“실내악은 지휘자 없이 선율을 통해 이뤄지는 음악의 대화입니다. 국내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레퍼토리 발굴과 클래식의 정통, 고전에서 벗어나는 재밌는 실험을 많이 준비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와 연주자들이 펼칠 앙상블과 예술의 대화에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대, 연세대, 인디애나(미국)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음악대학의 교수 및 세계적인 명성의 연주자 40명이 13일부터 열리는 ‘2025 평택 실내악 축제(PCMF)’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클래식의 ‘고수’이자 ‘교수’들은 ‘정통’ 대신 ‘모험’을 택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는 물론 마림바, 오르간 등 실내악의 틀을 깨는 악기를 편성하고 베토벤과 모차르트 등 고전 음악가뿐만 아니라 핀란드의 머스토넨 등 지금 우리와 현시대를 살아가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 중심엔 축제를 기획하고 이끌어가는 김현미 예술감독 겸 한예종 교수가 있다. “클래식은 오랜 시간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 특별한 예술입니다. 고전 프로그램에 안주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곡을 찾아 늘 헤맸고, 보석 같이 숨겨진 곡들은 저에게도 관객에게도 또 다른 지평을 열어줄 것입니다.” 김현미 예술감독은 뛰어난 연주가이자 교육자로 한국 클래식계를 이끌어가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대통령상, 대원음악상 수상 등 국내 대표 바이올리니스트인 그는 워싱턴 국제 콩쿨, 메네스 콘체르토 오디션, 동아 콩쿠르 등 수상 및 1998년 평양의 윤이상 음악제 등 국내외 유수 음악제에서 각종 초청 공연 및 순회 연주를 펼쳤다. 1991년엔 현악4중주단 Quartet 21을 창단하고 현재는 한예종 음악원 교수 겸 문화예술교육센터장, 코리아나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 음악감독이자 젊은 음악가를 위한 실내악 단체 ‘Ad Musica’를 결성하며 후임 양성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가 ‘2025 평택 실내악 축제’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평택이라는 도시가 갖는 특별함 때문이다. “평택은 자라나는 ‘젊은 청년’과 같은 도시예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 산업을 이끌어가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단지 등 여러 세대의 다양한 문화가 섞여 독특한 색을 뿜어냅니다. 이러한 도시에서 예술을 통해 새로움을 선보인다면 지역에도, 예술계에도 ‘윈윈’이지 않을까요.” 13일부터 4회에 걸쳐 펼쳐지는 이번 음악회는 한 마디로 클래식 공연의 ‘축제화’이자 틀을 깨고 장벽을 허무는 실험이다. 그의 시도는 프로그램 구성에서 엿보인다. ‘열정의 서곡’을 주제로 한 첫날(13일)엔 라벨, 드보르작의 유럽 낭만주의와 인상주의를 아우르며, ‘풍요의 여정’을 주제로 한 둘째 날(14일)엔 피아졸라의 탱고와 파야의 스페인 민속 음악 등 리듬과 색채가 풍부한 남미·지중해의 풍요로움이 감성을 더한다. ‘선율의 마법’이 주제인 셋째 날(20일)엔 고집스런 이미지로 각인된 베토벤이 ‘의무적으로 안경을 써야 하는 두 사람을 위한 2중주’란 유머러스한 부제를 갖고 자기 친구를 위해 작곡한 곡 등이 펼쳐지고, 마지막 ‘축제의 메아리’(21일)엔 아방가르드 음악을 적극 수용하고 재즈를 예술 음악에 대입한 1세대 유럽의 작곡가 슐호프부터 스벤센의 8중주 등 대규모 앙상블로 재치 있는 무대가 대미를 장식한다. 4일간의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해 김 감독은 몇 달을 고심했다. 특히 국내 초연의 머스토넨 곡은 의미가 남다르다. 김 감독과의 깊이 있는 교감을 바탕으로 그의 곡이 펼쳐지는 둘째 날 현장엔 머스토넨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는 이벤트가 현재 조율 중이다. 이번 축제의 또 다른 특별함은 바로 ‘관객과의 지속적인 교감’이다. 김현미 감독에 이경선(인디애나 음대 종신교수), 김다미(서울대), 김상진(연세대), 이한나(텐진 줄리어드), 주연선 (중앙대) 등 교수 및 첼로 이강호(한국예술음악학교 음악원장), 피아노 오윤주(성신여대 음대 학장), 더블베이스 박상현(과천시립교향악단 수석) 등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40명의 연주가는 클래식을 대중에게 더 쉽게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김 감독은 각각 프로그램의 깊이 있는 내용과 연주 설명 등을 평택문화재단 채널 등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영상을 만들었다. 관객과 지속적으로 교감하며 클래식을 대중 앞에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과 연주자가 있어도 관객이 호응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실내악이, 클래식이 진정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분이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 13일 창립 20주년 기념 정책세미나 개최

경기도 여성·가족정책 연구의 20년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열린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오는 13일 오후 2시 재단 223호(경기도인재개발원 신관)에서 ‘창립 20주년 기념 정책 세미나 겸 제3차 경기 GPS(Gender Policy Seminar)’를 개최한다. ‘경기도 여성가족정책 연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도전’을 주제로 한 이날 세미나는 김혜순 재단 대표이사의 환영사 및 ‘정책연구 20년의 발자취’를 담은 발표로 개막한다. 주제 발표에는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나서 ‘성평등정책과 경기도 및 지역 연구 기관의 역할과 과제’를 나눌 예정이다. 이어지는 토론은 정형옥 재단 정책연구실장이 좌장을 맡아 네 가지 분야를 논한다. ▲안태윤 지속가능경영재단 전문위원(성평등 정책) ▲고지영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가족 정책) ▲노성향 대구대 아동가정복지학과 교수(아동청소년 정책) ▲정기선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다문화·사회통합 정책)이 분야별 연구에 관한 논의한다. 분야별 토론에 이어 김영혜 재단 선임연구위원이 종합 토론자로 참여한다. 토론 후에는 20년간 경기도여성가족 재단에 몸담았던 연구자 등 임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는 ‘소통의 장’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김혜순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재단 창립 20주년을 맞아 경기도 여성 가족 분야의 다양한 정책연구를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로비서 만나는 ‘만화, 시대와 민주주의를 그리다’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주요 사건들을 ‘만화’로 풀어낸 전시가 열린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는 9일부터 17일까지 경기도의회 1층 로비에서 ‘만화, 시대와 민주주의를 그리다’ 전시를 개최한다. 제주4·3사건 77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는 1948년 제주4·3사건부터 지난해 12·3 계엄 선포까지 있었던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주요 사건을 만화라는 대중적인 장르로 풀어내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나누고자 마련됐다. 전시는 사건의 배경부터 의미, 시민의 역할 등 모든 세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국시사만화협회 소속 작가 20여명이 참여해 제주4·3사건과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항쟁, 12·3 계엄 이후를 섹션 별로 구성해 총 4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유동수(경기일보 화백), 권범철(한겨레신문 화백), 김상민·김용민·성덕환(경향신문 화백), 김호룡(캘리그라피스트), 김휘승(시사만화가), 천명기(웹툰작가), 하재욱(일러스트 작가) 등이 개성있고 의미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개막식은 10일 오후 2시에 열리며,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진경 도의회 의장, 정윤경 도의회 부의장, 참여 작가와 도의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부대행사로는 개막일 오후 2시 이후부터 시민 대상 캐리커처 이벤트가 진행된다. 전시 기간 중 민주주의 메시지 보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벤트, 온라인 전시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백경진 제주4·3범국민위원회 이사장은 “지난해 ‘만화, 4·3과 시대를 그리다’ 전시에 이어 ‘만화, 시대와 민주주의를 그리다’ 전시를 통해 제주4·3사건과 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알릴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준 경기도의회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경기도민이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색창연한 경기도 ‘천년고찰’에서 치유와 사색의 깊이를 느끼다 [경기도 가볼만한 곳]

1천년이라는 시간은 인간의 삶에 있어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운 깊이다. 강산이 수없이 바뀌는 동안 사람들의 발자취를 간직한 채 꿋꿋이 제자리를 지켜온 절집이 있다. 우리는 이을 ‘천년고찰(千年古刹)’이라 부른다. 천년고찰은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이 아니다. 살아 있는 정신의 보고이며 자연과 인간, 신앙과 철학이 만나 이룬 조용한 우주다. 거센 풍파 속에서도 긴 세월을 묵묵히 버텨온 천년고찰. 기도와 사색, 침묵과 치유의 공간인 천년고찰에서 버거운 짐들을 잠시 내려놓는 것은 어떨까. ■ 탁 트인 전망에 시름도 탁 풀리는 ‘남양주 수종사’ 운길산 중턱 해발 약 350m 지점에 자리하고 있는 수종사는 언덕길이 제법 가팔라 차량 없이 올라가는 건 버거울 수 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가면 일주문 앞에 주차장이 있고 수종사는 이곳에서도 10분 남짓 더 걸어야 한다. 일주문을 지나면 맞은편에 미륵불이 우뚝 솟아 여행자를 맞이해 주는 느낌이다. 굽은 길을 마저 올라 불이문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비로소 수종사 경내에 다다른다. 경내에 들어서면 산을 오른 수고로움을 한번에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기와를 올린 낮은 담장 너머에 북한강 풍경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북한강 우측 끝으로 시선을 돌리면 남한강과 만나는 두물머리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수도권에서 이 정도 전경이면 가히 으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인기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남녀 주인공의 첫 만남 배경이 되기도 했다. 경내 중심에는 큰 법당인 대웅보전이 있다. 경내 끝 약간 아래에는 세조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수령 500년의 은행나무가 있다. 웅장한 자태의 은행나무도 멋지지만 은행나무 그늘에서 바라보는 북한강 전경은 마치 그림 같다. 수종사는 한마디로 곳곳이 탁월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수종사에서 놓치면 안 될 장소는 다실인 ‘삼정헌’이다. 이곳에선 차를 마시며 창밖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명소다. 다만 양말을 신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고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진 촬영도 하고 수종사의 전각과 북한강을 함께 감상하려면 수종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삼신각을 추천한다. 어느새 탁 트인 전경에 절로 마음이 차분해질 것이다. ■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 ‘파주 검단사’ 검단사는 신라의 고승 진감국사 혜소가 847년 창건한 사찰로 전해진다. 창건 당시에는 파주시 문산읍 운천리에 있었지만 조선 정조 때 왕릉인 장릉을 옮기면서 사찰도 지금의 위치에 자리 잡게 됐다. 이후 장릉에서 제사를 지낼 때 이곳에서 두부를 만들어 바쳐 ‘두구사’로 불린 적도 있었다. 검단사에서 가장 오래된 전각은 느티나무 바로 앞에 자리한 법화전이다. 조선시대 인조가 하사한 글씨로 된 편액이 걸려 있는 전각에는 기품이 느껴진다. 내부에는 조선 후기의 목조관음보살 좌상과 아미타회상도, 신중도 등이 모셔져 있다. 검단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는 무량수전과 명부전이 자리하고 있다. 새롭게 지어진 이 전각들은 편액과 주련이 모두 한글로 돼 있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무량수전 내부 삼존불 우측에는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정이 모셔져 있어 눈길을 끈다. 이곳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 후 약 44일간 유해가 임시 안치됐던 곳이기도 하다. 애초의 검단사는 왕릉의 원찰이었으나 지금의 검단사는 매우 소박하다. 검단사에서 가장 먼저 여행자를 맞이하는 건 300년 수령의 느티나무다. 둘레 1.5m에 이르는 느티나무 그늘 아래 놓인 벤치에 앉아 있으면 저만치 아래 한강과 북에서 내려온 임진강이 만나 유유히 흐르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분단의 상처와 평화가 공존하는 고즈넉한 전경이다. 검단사는 역사에 비해 현재 규모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자연의 조화, 그리고 고요한 분위기가 큰 울림을 전해준다. 조용한 사찰을 찾는 여행자에게 더없이 좋은 곳이다. ■ 원효대사의 수행처 ‘동두천 자재암’ 자재암은 소요산을 찾는 등반객이라면 대부분 둘러보는 사찰이다. 주차장에서 자재암까지의 거리는 약 1.5㎞다. 길을 걷는 사이 속세에서 벗어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암자에 가까워질수록 자연의 소리만이 들리는 고요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사찰 입구에 도착하면 작은 폭포와 깊지 않은 동굴을 만난다. 원효폭포와 원효굴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자재암은 원효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재암은 신라 무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폭포와 굴 앞에 나무 계단이 이어진다. 계단은 모두 108개. 계단을 모두 오르면 금강문이고 그 너머가 바로 원효대사가 수행했다는 ‘원효대’다. 안내판이 없다면 그저 전망대로만 여길 만큼 주변 풍경이 트여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수행했을지 생각해보면 좀 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원효대를 지나면 자재암 경내다. ‘자재(自在)’는 번뇌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마음의 상태를 뜻한다. 사찰의 규모는 아담하다. 대웅전, 요사채, 작은 법당 그리고 동굴을 이용한 나한전이 전부다. 이 나한전 앞에는 ‘원효샘’이라는 이름의 석간수가 솟는다. 차를 좋아했던 원효대사가 차를 끓이는 데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맑고 시원한 샘물을 한 모금 마시며 1천년을 훌쩍 뛰어넘는 교감을 해보는 건 어떨까. ■ 생김 그대로, 대웅전의 굽은 기둥이 일품인 ‘안성 청룡사’ 안성시 서운면에 자리한 청룡사(靑龍寺)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깊은 고요함으로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사찰이다. 도심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과 불심이 어우러진 곳을 찾고자 할 때 청룡사만 한 곳도 드물다. 청룡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전각은 사천왕문이다. 특이한 점은 사천왕문 현판도, 사천왕상도 없고, 천장 서까래에 적힌 상량문을 봐야지만 사천왕문이라는 걸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을 지나면 곧바로 법당 마당이고 맞은편에 고풍스러운 대웅전이 자리하고 있다. 청룡사는 고려 원종 시기인 1265년 명본국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당시에는 ‘대장암’으로 불리다 공민왕 때 크게 증건하며 청룡사가 됐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4칸 규모로 그 멋과 매력이 여느 사찰 못지않다. 대웅전의 기둥이 핵심인데 반듯하게 잘 다듬은 일자형이 아니라 휘어진 나무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이용한 게 특징이다. 자연의 결을 그대로 살려 좌우로 굽은 기둥은 묵직하면서도 친근감과 정감이 넘친다. 문화재적 가치도 높아 현재 보물로 지정돼 있다. 대웅전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추녀 끝, 네 귀퉁이에 그려진 금강역사 그림이다. 금강역사와 사천왕은 모두 사찰의 수문장 역할을 한다. 보통은 금강문에는 금강역사가, 사천왕문에는 사천왕이 그려진다. 하지만 청룡사에는 사천왕문에 사천왕상이나 사천왕 그림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금강문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대웅전의 네 귀퉁이에 금강역사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청룡사의 대웅전에서 금강역사를 찾아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또 청룡사는 조선 말기 남사당패를 품은 곳으로 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활동하다 청룡사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는 했다. 휘어진 나무 기둥과 남사당패를 넉넉하게 받아들이는 청룡사가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다. ■ 계곡과 어우러진 ‘양평 사나사’ 양평 용문산의 주봉인 백운봉 자락에 자리한 사나사는 숲속 깊은 곳에서 맑은 계곡물 소리와 함께 방문객을 맞이한다. 사찰로 이어지는 길목 내내 사나사 계곡물이 흐른다. 초록이 우거진 숲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은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묵은때까지 씻어주는 느낌이다. 사나사는 고려 태조 시기 대경국사 여엄이 제자 융천과 함께 세웠다고 전해진다. 사찰 이름 ‘사나(舍那)’는 ‘보살의 세계’를 의미하며 불교적 이상향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법당 마당 우측에는 삼층석탑과 부도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삼층석탑은 규모는 아담하지만 매우 단아한 모양새로 통일신라 시대의 양식을 계승해 고려 초기의 유물로 추정된다. 부도는 고려 시대 승려인 태고화상 보우의 사리를 모신 석조물로 역사적 의미가 깊다. 대적광전 외벽의 측면과 뒷면에는 ‘심우도’가 그려져 있다. 심우도는 불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선화다. 불심의 본성을 찾는 것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그림으로 수행 단계가 모두 10단계로 이뤄져 있어 ‘십우도’라고도 부른다. 이곳에서는 대적광전 외벽을 찬찬히 한 바퀴 돌며 그림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바람이 불면 처마 끝의 풍경에서 맑은 소리가 장단을 맞춘다. 사나사 경내에 이를 때까지 내내 들리던 계곡의 물소리와 더불어 깊은 인상을 남긴다. 1천년의 시간이 머문 흔적이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한다. ■ 용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용인 백련사’ 백련사는 용인시 처인구 향수산 자락에 깊게 안긴 사찰이다. 인근에 에버랜드가 있어 사찰로 향하는 길이 조금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도로에서 벗어나면 사찰로 향하는 길은 곧 숲길로 변한다. 오르막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찰이 바로 백련사다. 경내 마당은 매우 넓은 편이다. 정면에 대웅보전, 좌측에 지장전이 자리하고 있다. 대웅보전에는 3개의 석가모니불이 모셔져 있다. 붉은색으로 치장한 수미단이 매우 화려하다. 특히 법당 천장을 청룡과 황룡이 감싸고 있어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대웅보전의 외벽에는 석가모니의 일생을 그림으로 표현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전경을 조금 더 높은 곳에서 감상하고 싶다면 대웅보전 우측의 삼성각으로 올라가야 한다. 삼성각 돌담 너머의 백련사 모습은 매우 평화롭고 고요하다. 반대편의 나한전 역시 백련사의 새로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삼성각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바로 앞의 요사채 지붕과 마당의 석탑 상층부가 어우러진 모습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백련사는 통일신라 애장왕 2년 신응선사가 창건한 용인시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사찰 이름인 ‘백련’은 ‘흰 연꽃’을 의미한다. 진흙 속에서도 맑게 피는 연꽃은 불교에서 부처를 상징하기도 하고 오랜 수행 끝에 깨달음에 이른 수행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사찰 이름처럼 백련사는 언제나 맑고 따뜻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백련사는 특별한 장식 없이도 깊은 인상을 주는 사찰이다. 조용한 산길 끝에서 만나는 이 절은 누구든지 마음을 열고 찾을 수 있는 쉼의 공간이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하루쯤 천천히 걷고 싶은 날, 백련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EBS, 평생교육 확대 위한 업무협약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하 평진원)은 고양 EBS 사옥에서 EBS와 ‘경기도민 및 전 국민의 평생교육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 5일 맺은 협약은 국가가 주도해온 ‘평생교육이용권(바우처)’ 사업의 추진 주체가 광역자치단체로 이관되고 이용권 유형이 다양화되면서, 경기도민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요자 맞춤형 평생교육 기회를 더욱 폭넓게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평생교육이용권’은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른 교육 참여 격차를 해소하고 평생학습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다. 연간 35만원(최대 70만원)의 교육비를 지원하며, 경기도에서는 정부와 경기도, 도내 31개 시·군이 교육비를 공동 지원한다. 평진원은 오는 26일부터 제2차 경기도 평생교육이용권, 제1차 평생교육이용권의 잔여 인원을 대상으로 추가 모집할 예정이다. 청년, 디지털 평생교육 희망자, 노인, 장애인 등 19세 이상의 도민을 대상으로 보다 고른 평생교육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EBS는 올해 도내 평생교육이용권 사용기관으로 이번 협약에 참여했으며, 교육부가 추진하는 생애별·수준별 맞춤형 디지털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AID(인공지능·디지털) 커리어 점프패스(디지털 이용권)’와 연계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할 계획이다. 오후석 평진원장은 “경기도 평생교육이용권은 국가와 경기도, 31개 시·군이 함께 추진하는 사업으로, 도민에게 전 생애에 걸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도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경기민예총 “새 정부, 국민 일상 영위하는 세상 꾸리길… 문화예술 공약 이행 당부”

경기지역 예술인으로 구성된 (사)경기민예총(경기민족예술인총연합)이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정부의 출범을 축하하며 예술기본법 제정 등 법·제도의 정비와 문화예술 융성을 위한 공약 이행을 당부했다. (사)경기민예총은 4일 “새로운 세상을 향한 갈망이 모인 ‘사필귀정’”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온 국민이 내란성 불안장애에 시달려 왔던 지난 6개월의 과정이 사필귀정으로 마무리됐다”며 “국민들이 선택한 정권교체의 결과에 대해 경기도의 예술인들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뜨겁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은 지난 6개월간 광장에서 ‘진짜 민주주의’를 외쳤고, 경기민예총의 예술인들도 춤과 노래로, 글과 그림으로, 풍물을 울리며 함께했다”며 “광장에서 외친 ‘진짜 민주주의’는 헌법을 함부로 유린하면 안 된다는 것에서 시작해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경기민예총은 새 정부에 사회 대개혁을 중요한 과제로 해결하고, 문화예술에 관한 지난 약속이 이행되는 것을 역설했다. 이들은 “내란 세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한 내란 종식과 함께 ‘사회 대개혁’을 중요한 과제로 세워 완성해 가야 한다”며 “그것이 온몸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들의 진정한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의 세상은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평화롭고 아름답게 자신의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며 이를 위한 문화와 예술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들은 “‘예술기본법’ 제정 등 법·제도의 정비와 문화예술계 내 내란 청산, 전체 예산 대비 문화예술 분야 예산 3% 증액 등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약속이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갈망’의 뜻을 잘 헤아려 꼭 성공하는 정부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인천문화재단, ‘스위치 온’ 공모…신규 문화예술교육 주체 발굴 지원

인천문화재단이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성장과 신규 주체 발굴을 위한 공모에 나섰다. 4일 인천문화재단에 따르면 ‘2025 지역 문화예술교육 성장 지원–인천문화예술교육 스위치 온(Switch on)’ 참여 모임 및 단체를 모집한다. Switch on 사업은 문화예술교육을 이끄는 사람들의 실력을 키우고, 새로운 교육 단체를 찾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은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더 잘하고 싶거나, 다른 단체와 교류하고 싶은 모임이나 단체를 대상으로한다. 이번 공모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단체뿐만 아니라 단체 설립 목적이 있는 3인 이상의 개인(모임)도 지원 가능하다. 지원 규모는 9개 내외 모임 및 단체로, 선정 뒤 워크숍 및 전문가 멘토링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실행비(강사비, 재료비 등) 최대 200만원을 지원한다. 개인(모임)의 경우 구성원 가운데 2인 이상 인천 연고여야 하며, 단체의 경우 공고일 이전 인천에 소재한 단체로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지원사업에 참여 경험이 없는 단체만 지원 가능하다. 공모 접수는 오는 12일까지이고, 자세한 공모 안내와 지원 서식 및 신청 방법은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확인 가능하다.

“향토 문화 발전 이끄는 숨은 일꾼 찾습니다”…제10회 우서문화상 수상후보자 공모

“지역 발전을 위해 묵묵히 애쓰는 숨은 일꾼을 찾습니다.” 지역사회를 위해 애쓰는 주역을 발굴해 향토문화 발전을 도모하는 우서문화재단(이사장 오국환)이 ‘제10회 우서문화상’ 수상 후보자를 공개 모집한다. 우서문화재단은 대한제국 말부터 평생 농촌진흥운동에 헌신한 우서 오성선(1872~1950) 선생을 기리고자 설립됐다. 우서 선생의 개혁정신을 계승해 지역의 인재를 격려하고 사회봉사와 농업을 장려하고자 우서문화상을 제정해 매년 부문별 수상자를 선정, 시상하고 있다. 우서문화상은 사회봉사상, 농업인상, 청년 농업인상, 공로상 등 총 네 개 부문을 시상한다. 사회봉사상, 농업인상, 청년 농업인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만 원과 상패를 수여하며 특별상인 공로상은 상장과 상금 100만원을 전달한다. 사회봉사상은 ▲사회 공동선을 위해 헌신한 개인 또는 단체 ▲사회 안정과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지역공동체의 숨은 일꾼인 개인 또는 단체 ▲주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체육의 혜택을 누리도록 실행한 예술·체육 분야의 개인 또는 단체가 대상이다. 경기도 내 거주하는 개인이나 사무소를 둔 법인이나 단체여야 한다. 농업인상은 ▲새로운 농업기술의 개발 및 보급을 통해 고품질 농산물 생산 등 농업 발전에 기여한 농업인 ▲농업인들의 소득 증대 등을 통해 지역 농업 발전을 이끌어 가는 선도 농업인 ▲새로운 품목 개척 또는 농산품의 품질 향상과 부가가치를 창출해 수출 등 농업 발전에 공헌한 농업인 등이면 추천 가능하다. 실적 기간은 공고일에서 과거 5년 간이다. 청년농업인상은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선도하는 청년농업인(1984년 1월1일 이후 출생자)으로 농업인상에 해당하는 업적을 실현한 경우 해당된다. 농업인과 청년농업인 수상 대상자는 도내 주소와 사업장을 두고 영농활동을 해야 한다. 공로상은 사회봉사상, 농업인상, 청년농업인상 수상자의 추천인이 지정한 추천 담당자가 대상이다.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수상 후보자들을 발굴하는 이들의 노고를 격려하고자 제정됐다. 사회봉사상은 도내 관할 읍·면·동장이나, 재단의 수상 후보자 추천 요청을 받은 관련 기관·단체장, 20인 이상의 도내 거주자나 우서문화상의 역대 수상자(동일 시상 부문) 등에게 추천 받으면 된다. 농업인상과 청년농업인상은 관할 시·군 농업기술센터장이 추천할 수 있다. 후보자 접수는 7월 31일까지며, 우서문화재단 누리집을 통해 추천서와 공적 설명서 등을 내려받아 이메일 또는 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최종 수상자는 분야별 심사위원회의 심사와 재단 이사회 결의를 거쳐 결정되며 시상식은 10월 중 열릴 예정이다. 신청 방법 및 자세한 내용은 우서문화재단 사무국으로 문의하면 된다. 우서문화재단 관계자는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시는 분들의 수고와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을 통해 지역의 인재가 발굴되고, 지원받아 향토문화 더욱 발전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화성행궁서 즐기는 ‘오징어 게임’”…수원문화재단, 전통놀이 체험존 운영

수원문화재단(대표이사 오영균)은 화성행궁 우화관 앞마당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전통놀이를 경험할 수 있는 ‘전통놀이 체험존’을 상설 운영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체험존(공간)은 별도의 사전 예약이나 비용 없이 화성행궁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 사방치기, 딱지치기 등 놀이는 부모 세대에는 유년 시절의 추억을, 어린 자녀에게는 즐거움을 전한다. 외국인 관광객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놀이를 주요 콘텐츠로 구성해 한국의 전통놀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흥미를 끌고 있다. 방문객은 현장에 배치된 QR코드를 통해 수원문화재단 공식 누리집 및 인스타그램 계정이 연동돼 놀이 방법과 체험존 이용 안내를 확인할 수 있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화성행궁 전통놀이 체험존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뛰놀며 세대 간 이해와 가족 간 따뜻한 정서를 나눌 수 있는 ‘문화와 관광의 장”이라며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드라마를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한국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밝혔다. 체험존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연중 상시 운영된다. 야간 개장 기간에는 오후 9시30분까지 연장 운영되며, 우천 시 또는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 한편, 수원문화재단은 향후 지역 극단과 협력해 전문 배우들이 참여하는 ‘전통놀이 한마당’ 행사도 마련할 예정이다. 체험존의 인지도를 높이고, 시민들에게 더욱 풍성한 즐거움과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한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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