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寺에서 만나는 효 콘서트

아찔한 묘미가 매력인 줄타기 놀이를 이제 안성이 아닌 화성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효의 본찰 대한불교 조계종 용주사(주지 정호스님)가 경기도국악당과 함께 줄타기는 물론 타령, 판소리, 사물놀이 등을 담은 ‘2008 효 콘서트’를 다음달 12일 밤 마련하기 때문이다. 석가탄신일을 기념해 ‘효’를 테마로 열리는 이번 콘서트는 세대를 아우르는 장르들을 담아 다양한 관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됐다. 가족단위 관람객들을 위해선 줄타기와 국악가요, 노인층 관객들을 위해선 팔도민요, 판소리, 국악관현악 등이 준비됐다. 김영동 예술감독 지휘로 진행될 이번 콘서트 레퍼토리로는 팔도민요, 한강수타령, 몽금포타령, ‘심청가’ 중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의 판소리, 국악 관현악 ‘아리랑과 축제’ 등이 준비됐다. 특히 공연 전 용주사에서 전통적으로 치러지고 있는 연등 점등식도 더해져 볼거리를 더해준다. 정호 주지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효행본찰인 용주사가 신도들과 주민이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는 효 테마 콘서트를 준비하게 됐다”며 “유서깊은 산사에서 창과 사물놀이, 줄타기, 심청가 판소리 등을 많은 이들이 함께 누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환영과 착각 들여다보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놀이기구가 많지 않았던 시절, 만화경(萬華鏡)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만화경은 길쭉한 3개의 평면거울로 만든다. 한쪽 끝은 젖빛유리로 봉하고, 다른 끝으로 들여다본다. 그 안에 작은 색종이 조각이나 셀룰로이드 조각을 넣어 돌리면 거울에 다양한 모습이 아름답게 비쳤다. 잠자리의 눈은 평균 3만개의 낱눈이 모인 겹눈이다. 카메라 구조와 닮았다는 인간의 눈은 그에 비하면 단순한지도 모른다. 만화경이 펼쳐낸 요지경과 잠자리의 눈은 또다른 세계로 인도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 인간들은 희망과 절망을 오간다. 인간이 지닌 시력 또한 현상에 대한 반영이지 사물의 이면을 투시할 수 없다. 그래서 슈퍼맨과 같은 초인간적인 이상향을 그리는지도 모른다. 작가들은 이러한 환영을 일컫는 일루전(Illusion)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쉽게 읽히는 사물과 현상의 경계를 넘어 만화경 같은 세상을 꿈꿀까. 아니면 예술가 특유의 삐뚤게 보기를 과감히 시도할까.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한길갤러리가 ‘A Sweet Illusion’을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기획했다. 그동안 일루전은 현실이 아닌 환영과 착각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일루전에 자극받은 모든 감각이 동원된다. 단순한 착시를 넘어 작품을 완성해 가는 환상을 비롯해 시각적 환상을 유도한다. 또 작가의 인위적인 연출에 따른 일루전도 펼쳐진다. 전시는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됐다. 먼저 ‘Mental Illusion’. 황혜선은 회색톤의 배경에 길거리를 담았다. 그는 시계나 우산, 머그컵, 신발 등 일상의 소품 등을 거리에 등장시키고 둥근 유리구슬인 ‘스노우볼’에 영상작품을 투사했다. ‘그 향기의 기억’이란 영상작품은 눈이 펄펄 내리는 가운데 주인공이 춤을 추는 장면이 나타난다. 박성현은 캡처된 TV화면을 캔버스에 옮겼다. 연속적인 영상의 한 순간은 마치 눈꽃이 날리듯 투박하다. 인화 직전의 필름처럼 강한 단색의 빛깔이 느껴지며, 영상이 아닌 독립된 장면 장면이 강렬한 몽상과 환영을 뿜어낸다. 두번째 ‘Optical Illusion’은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양연화는 사진과 회화를 병행한다. 액자속 꽃과 과일이 밖에 나와 중첩되고, 그리스 신화 주인공들이 사진이나 그림으로 결합돼 완성된다. 또 사진작가 이경민은 어른거리는 병모양을 통해 회화의 영역에 도전하고, 주도양은 공원이나 쇼핑몰 등의 풍경을 분할 촬영한 후 한 점을 기준으로 360도로 펼쳐진 장면을 보여준다. 마지막 ‘Artificial Illusion’은 작가의 인위적 연출이 개입됐다. 백승우는 풀밭이나 공중전화박스, 지하철 승강장 등에 손가락 크기의 사람인형을 배치하고 사진을 찍었다. ‘리얼 월드(real world)’란 제목의 이면엔 꾸며진 거짓세상이란 사회적 풍자가 깔려 있다. 반면 이민호는 병원 침실과 기찻길, 고철더미 등의 사진을 붙인 여행용 가방을 바닷가나 실내에 놓고 사진을 찍는다. 가방속 사진과 그 배경을 이룬 풍경은 이질적이면서 낯선 곳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또 이경민은 작가 자신이나 지인의 집 내부를 사진으로 찍은 후 네모난 사각틀에 붙여 넣었다. 각종 가구와 옷가지, 시계 등의 사진을 오려붙인 사각틀을 찍은 작품은 실제 공간과 또다른 공간을 넘나든다. 전시를 기획한 강은주 독립큐레이터는 “일루전은 신기루 같은 꿈을 꾸게 하며 유쾌한 상상을 가능케 하는 반면, 인간의 사고·기억·경험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인간의 지각이 불완전한 것일 수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문의(031)949-9305 /이형복기자 bok@kgib.co.kr

孝 악극 꿈에본 내고향 / 손수건 흠뻑 적신 나라잃은 설움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저 하늘 저 산아래 아득한 천리/ 언제나 그리워라 타향에서 우는 몸/ 꿈에 본 내 고향이 마냥 그리워// 고향을 떠나온 지 몇 몇해던가/ 타관 땅 돌고 돌아 헤매는 이 몸/ 부모 내 형제를 그 언제나 만나리/ 꿈에 본 내 고향을 차마 못잊어// “순이야, 그토록 사랑하는 딸자식 하나 온전하게 지켜주지 못하는 이 애비를 용서해라. 지금 생각하니 한없이 애지중지 하면서도 마음 속에만 담아놓고 품에 한 번 안아주지 못했구나. 보고 싶구나. 먼 훗날 수치스런 역사가 너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깨달을 때까지 모든 것 잊어버리고 순이가 아닌 다른 여자로 살아가거라.” 사랑하는 딸을 정신대에 빼앗긴 아버지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슴 속에 묻으며 흐느낄 때 성황당 뒤에 숨어 차마 나서지 못하고 소리없이 우는 순이…. 나라 잃은 설움에 정신대에 끌려가 온갖 수모와 육체를 유린당하고 해방이 됐는데도 버린 몸 때문에 고향을 찾지 못하는 우리의 딸이요 누이들의 한맺힌 절규가 아직도 귓전을 때리는 것만 같다. 사랑하는 딸을 안아주지 못한 채 가슴 속에 묻고 살아온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눈물은 가슴을 더욱 미어지게 한다. 우리의 부모들을 생각하게 하는 효의 계절 5월, 경기도립극단이 다음달 9일부터 11일까지 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 둔 아픔을 악극 ‘꿈에 본 내 고향’으로 풀어내며 관객들과 울고 웃는 자리를 마련한다. 때는 1894년, 어느 한가한 농촌마을. 김 진사의 딸 순이(우정원 분)와 약혼한 철민(한범희 분)이 경성 유학 중 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오나 순이를 흠모하던 가네야마(강상규 분)의 음모로 체포되고, 순이는 필리핀 종군위안부로 끌려간다. 해방이 돼 만삭의 몸으로 고국에 돌아온 순이는 고향에 가지 못하고 악극단에서 잔심부름으로 생활하다 전쟁이 터지자 부산으로 피난을 간다. 그곳에서 가네야마를 목격한 순이, 복수하려는 순간 철민이 나타나 가네야마를 죽이고 둘은 재회하나 철민이 경찰에 체포되면서 다시 헤어진다. 용기를 내 고향으로 찾아온 순이. 하지만 아픈 기억을 가진 딸자식이 고향에서 손가락질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 아버지(이승철 분)가 새 인생을 찾을 것을 바라는 마음에 흐느끼는 모습을 보고 차마 앞에 나서지 못한다. “어머니~”를 외치며 부모님께 마지막 인사를 올리는 순이. 이 때 노래 ‘꿈에 본 내 고향’이 잔잔히 흐르며 막이 내린다. 일제시대를 거쳐 광복과 한국전쟁 등 혼란스런 시대배경 속에서 주인공 순이의 삶을 통해 종군위안부 여성의 아픈 역사와 한을 그려낸 임규의 ‘꿈에 본 내 고향’ 원작을 과거 악극 ‘여자의 일생’과 ‘꿈에 본 내 고향’을 히트시킨 중견 연출가 남궁연 극단 예군 대표가 각색과 연출 등을 맡아 우리의 정서와 한을 음악극으로 담아냈다. 경기도립극단이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된데는 우리의 정서인 한(恨)이 잘 서려있고 그 옛날 관객들과 더불어 울고 웃었던 극장 문화의 재연과 함께 반세기 전 연극의 형태였던 악극을 그리워 하는 단절된 세월을 복원하는 의미도 있다. 주인공 한범희·우정원 이외에 김미옥·이승철·이찬우·강상규·강성해 등 중견 연기자들을 비롯, 도립극단 단원 25명이 참여해 춤과 노래로 관객들과 더불어 울고 웃는 감동의 무대를 연출한다. 악극의 전통은 살리면서 현대적인 구성을 통해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던 악극을 젊은 관객들과 남녀노소 모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든다. 공연 중간중간 ‘막간극’ 형식을 도입해 옛날 악극단의 볼거리 재현은 물론 변사의 만담, 캉캉춤 등 60년대 악극단의 쇼 등 풍부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다음달 9일 오후 7시30분, 10일 오후 3시와 6시, 11일 오후 3시.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031)230-3440~2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공연> ‘그녀의 향기를 듣는다’

차창 너머로 형형색색의 꽃들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거리의 초목들도 푸르름을 더해가는 계절의 여왕 봄, 싱그러운 봄을 사랑의 세레나데로 장식한다면 어떤 꽃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 아마도 꽃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장미(Rose)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꽃 ‘장미(Rose)’를 이름으로 가진 팝페라 가수 ‘로즈 장’이 오는 24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문화의전당을 찾아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국내 최초로 브로드웨이 창법을 선보이는 팝페라 로즈와 뮤지컬 배우, 그리고 도립 리듬앙상블의 음악적 만남인 ‘팝페라 가수 로즈의 뮤지컬 갈라 콘서트(Musical Gala concert with Rose)’. 지난달 소극장 무대에서 펼쳐진 ‘한밤의 세레나데를 시작’으로 대극장 무대를 장식한 ‘그리스’에 이어 오는 6월 LG 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인 ‘화성에서 꿈꾸다’까지 올 한해를 뮤지컬 공연으로 수놓을 도문화의전당은 뮤지컬 페스티벌 연장선에서 팝페라 가수 로즈의 뮤지컬 갈라콘서트를 마련, 관객들을 로맨틱한 공간으로 이끌어간다. 메인 공연은 니콜 키드먼의 노래를 지도한 메리 세트라키안(Mary Setrakian) 교수에게 브로드웨이 창법을 사사, 미국에서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로즈 장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로 꾸민다. 로즈 장은 대통령 취임식 전야제에서 축가를 불렀고 반기문 유엔총장 취임 축하공연 무대 등 국제적 이슈의 행사에서 공연을 가져 얼굴보다 목소리가 더 많이 알려졌으며 이날 공연은 기존 뮤지컬 공연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이날 공연에서 로즈 장은 뮤지컬 ‘에비타’ 중 ‘Don’t cry for me Argentina’, ‘오즈의 마법사’ 중에서 ‘Over the Rainbow’, 뮤지컬 ‘시카고’ 중에서 ‘All that Jazz’, ‘레미제라블’ 중에서 ‘I dreamed a dream’ 등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로즈의 가창력 이외에 다양한 볼거리들도 준비된다. 연주를 맡은 경기도립 리듬앙상블은 오프닝 연주를 시작으로 로즈와 함께 환상의 조화를 이뤄 그들만의 독특한 음색과 파워풀한 연주로 이날 무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특히 뮤지컬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뮤지컬 배우 10명이 출연해 ‘Dancing Queen’과 ‘Memory’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뮤지컬 넘버와 춤 등을 선보이며 자신들만의 끼를 한껏 발산한다. 이날 무대는 독특한 무대 연출로 뮤지컬 마니아는 물론 일반 관객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031)230-3440~2/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공연> 싱그런 아침 메뉴 ‘클래식’

평일 오전 브런치(Brunch)와 클래식(Classic)의 새로운 음악과 만남으로 꾸미는 콘서트가 마련된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인천시향)은 오는 25일 오전 11시 인천종합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신선한 향기와 사랑을 듬뿍 담은 ‘11시의 콘서트’로 브런치 시간대 새로운 문화생활을 제시한다. 11시 콘서트는 정교하고 섬세한 연주를 하는 인천시향과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성악가들의 만남을 통해 정통 클래식은 물론 가곡, 대중가요까지 넘나드는 폭 넓은 레퍼토리로 아침과 점심 사이 시간대인 브런치 타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기획됐다. 기존 콘서트에선 시도하지 않았던 공연 후 간단한 간식을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 관객과 관객 사이의 소통을 유도하고 출연자들의 팬사인회를 마련, 자연스럽게 서로 느꼈던 공연의 깊은 감동을 함께 나누는 자리로 만든다. 이번 연주회에는 인천시향 이경구 부지휘자의 지휘로 오페라 ‘돈죠반니’, ‘사랑의 묘약’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소프라노 김상혜와 영국 브르스밀러·마가렛딕 콩쿨에서 우승하고 노르웨이 국립음대 초청 오페라 콘서트에 출연하는 등 국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테너 정영수 등 오페라 가수들의 무대가 마련된다. 로시니의 ‘세미라미데’ 서곡을 시작으로 소프라노 김상혜는 ‘신 아리랑(김동진 작)’,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아 꿈 속에 살고 싶어라(Ah! Je veux vivre)’를 들려주고 테너 정영수는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에서 ‘남 몰래 흐르는 눈물’과 레하르의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중에서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을 열창한다. 풍부한 오르간 연주경험을 갖춘 오르가니스트 이정구가 헨델의 오르간 협주곡 바장조 HWV.295 ‘뻐꾸기와 나이팅게일’을 들려준다. 마지막 무대는 ‘아카시아껌’ ‘월드콘’, ‘오란씨’ 등 3천여곡의 CM송을 작곡한 대중가수 김도향을 초청, ‘바보처럼 살았군요’, ‘마이웨이’, ‘보고 싶다’ 등 대중가요 열창무대로 꾸며진다. 전석 1만원, 장애우 5천원. 문의(032)438-7772/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전시>지고지순한 매화, 폭력·전쟁을 고발하다

지금 눈 내리고/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저항시인 이육사의 대표작품 ‘광야’의 일부분이다. 매화는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짙은 향을 피우며 굳건히 계절의 순리를 따른다. 한국화가 성태훈(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이 매화를 화두로 전시를 연다. 전통적인 수묵재료를 기본으로 일상의 폭력과 전쟁, 테러 등으로 점철된 현대사회를 담아낸다. 끊임 없는 외세의 침략을 받은 한반도. 현재도 분단이란 상처를 몸소 겪고 있는 우리나라. 아름답고 고상한 작품을 떠나 성태훈은 폭력성에 저항하며 지고지순한 매화의 정신을 부여했다. 성태훈은 ‘매화는 추위에 향을 팔지 않는다’를 주제로 서울 갤러리영(18~24일)과 일산 롯데아트갤러리(26~다음달 8일)에서 각각 개인전을 연다. 전시될 작품들마다 사군자의 하나인 ’매화’가 등장한다. 여기에 속도감 넘치며 위협하는 전투기와 헬기 등이 여백을 채운다. 화면은 눈과 비바람을 연상시키는 무수한 점들과 사선으로 그어진 선들이 채워진다. 그러나 당당히 만개한 매화는 어떤 시련과 고통에서 의연한 기품을 잃지 않는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위협적인 전투기들은 금방이라도 폭탄을 터트릴 듯한 태세를 취하고 있다. 정적인 동양화 위에 표현될 수 있는 극도의 위태로운 상황. 그러나 매화는 온갖 시름과 고통을 뚫고 오랜 기다림 끝에 혼신을 다해 아름다움으로 피어 오른다”고 밝혔다. 그동안 작가는 식물들과 사군자를 응용해 평화로운 동양화 위에 두려움과 불안의 심상들을 개입시켜 혼탁한 현 시대를 은유했다. 현실을 목도한 작가는 일상을 위협하는 폭력의 부당성에 적극 개입한다. 말 없이 꽃을 피우는 매화의 당당함은 작가 자신의 분신인 줄도 모른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전시>소박한 질감 현대적 색감… 주방을 예술로

일상 생활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활자기들이 전시된다. 인천 신세계 갤러리는 18일부터 30일까지 ‘생활속의 예술·도자전’을 연다. 참여 작가는 김영희·김재현·김형준·서국진·선의미·신창희·이은재·장호식·조이현 등 9명. 이들은 흙에서 출발해 기능성과 심미성을 담은 다양한 형태의 생활자기들을 선보인다. 선의미의 ‘화-기(花-器)’는 꽃, 나무와 친근하게 조화되는 도자의 색감과 질감을 표현한다. 조이현은 흙 고유의 질감을 드러내면서 유약의 색채를 단순화시켜 자연스러운 미감을 드러낸다. ‘DA-JOOM’란 장호식의 작품들은 흙색과 닮은 빛깔, 섬세하고 세밀한 도자의 표면 느낌 등이 감각적으로 연출됐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 선 도예 작가들은 자기의 형태와 기법을 달리해 현대성을 살린다. 김재현은 백자토와 색상감을 재료로 한 색상감 항아리를 통해 상감이라는 전통 기법을 새롭게 각색한다. 김형준은 생활자기의 표면에서 유약은 흘러내리고 번지는 우연의 기법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이밖에 주황색의 도트주전자, 무지개물컵 등 강렬하고 원색적인 색감의 생활 자기들과 동영토와 백자토를 사용한 수반과 주병세트, 장군병이란 독특한 소재를 다뤄 온 이은재의 작품들도 이색적이다. 문의(032)430-1157~8 /이형복기자 bok@kgib.co.kr

<공연> 로맨틱 뮤지컬 ‘아이 두 아이 두’

평생 한 남자를 남편으로, 한 여자를 아내로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나이가 들면서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서로를 용서하며 부둥켜 안고 울기도 하면서 희로애락을 함께 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위기의 부부들에게 말이다. 단 두명의 배우가 20대 신혼기부터 중년을 넘어 70대까지 결혼생활을 하며 겪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로맨틱 뮤지컬 ‘아이 두 아이 두(I Do! I Do!)’. 박해미의 가창력과 객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뮤지컬 ‘아이 두 아이 두’가 오는 25일 오후 7시30분, 26일 오후 3시와 7시30분 과천시민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올려진다. 줄거리는 청춘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함께 늙어가면서 느끼는 행복을 그려 나간다. 방금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방에 도착해 설렘과 두려움으로 첫날밤을 맞이한 아그네스와 마이클. 시간이 흘러 임신을 하게 되고 아들과 딸을 출산해 2세를 가졌다는 기쁨도 잠시, 아그네스는 양육에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마이클은 작가로서 성공에만 몰두한다. 둘의 사이는 점점 무감각해지고 다투면서 권태기에 접어들고 급기야 아그네스는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마이클과 아그네스 훌쩍 자란 자식들을 보며 추억의 소중함과 서운함 허무함을 새삼 느끼며 제2의 인생을 살자고 이야기한다. 50대가 넘은 아그네스, 폐경기에 접어들면서 갱년기 우울증을 겪고 그런 아그네스를 위로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싸주는 마이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행복했음을 느낀다. 뮤지컬 ‘I Do! I Do’은 단 2명의 배우가 무대에서 결혼부터 노년까지 모든 부부의 인생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또는 앞으로 살아갈 결혼생활을 느끼게 해 준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한국 관객들이 동감할 수 있도록 많은 볼거리를 넣어 재미를 가미했고, 전형적으로 가부장적인 남자와 전형적인 아줌마가 춤과 노래를 곁들여 슬픔과 기쁨의 한판 승부를 벌이면서 자이브, 왈츠 등의 춤과 노래는 물론 함께 마술까지 보여줘 관객과 배우 모두 쉴 틈이 없다. 시트콤 ‘거침없는 하이킥’에서 열연한 박혜미가 아그네스로,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오구’ 등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정찬우가 마이클로 나와 인생의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R석 3만원, S석 2만원. 문의(02)500-1200 /이종현·김형표기자 major01@kgib.co.kr

<공연리뷰>뮤지컬 ‘화이트 프로포즈’를 보고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엔 달나라 토끼가 절구를 찧는 줄 알았는데, 현재 대한민국은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에서 지구 사진을 보내오고 있다. 달나라는 이미 사람이 다녀온지 한참이고 말이다. 과학 발달과 문명이 발전하는만큼 마음 속 예쁜 환상이 하나씩 사라져간다. 현실과 환상의 괴리는 볼수록 비참하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직 주변에 남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뮤지컬 ‘화이트 프로포즈’를 만났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사)새중앙문화아카데미 가족극장 비전홀 무대에 오른 뮤지컬 ‘화이트 프로포즈’는 하늘과 맞닿은 달동네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달동네 사람들의 인생은 대한민국 평균에 비해 힘겨워 보이지만, 무슨 이유인지 뮤지컬 해설자는 달동네 사람들에게 공주와 기사, 마법사, 궁중 요리사, 소년과 소녀 등 예쁜 애칭을 붙여준다. 동화 속 등장 인물들처럼 말이다. 이야기는 시작되고 등장 인물들의 비참한 속 사정을 알게 된다. 해설자가 부르는 애칭이 사랑스러운 만큼 그들의 삶은 더욱 슬프다. 욕쟁이 달동네 하숙집 할머니가 여왕님, 남편에게 버림받고 가난 때문에 하나뿐인 아들 만복이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하숙집 주방 아줌마가 궁중 요리사, 언젠가는 사장이 되겠다지만 당장 술에 빠져 사는 아저씨가 마법사다. 술집 여자를 짝사랑하는 중년 남성이 기사님, 그 남자의 마음을 알지만 상처받을까 두려워 새 삶을 시작하지 못하는 술집 여인이 공주님이다. 그 여인의 동생인 소녀는 시를 쓰는 소년을 사랑하지만, 당장은 허드렛 아르바이트나 하는 신세다. 시를 쓰는 소년도 소녀를 좋아하지만, 곧 군대에 입대해야 하는 대학생. 여기에 오디션에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 연예인 지망생 소녀가 한명 더 있다. 모두 하숙집 소고기 반찬 하나에 흥분하는 달동네 사람들이다. 힘겨운 삶이지만, 희망을 간직한 이들은 모두 조그만 행복을 갖고 있다. 주방 아줌마는 어서 돈을 모아 만복이와 살고 싶다는 꿈을 꾸고, 계속 시를 써서 문단에 오르겠다는 소년, 그런 대학생 소년처럼 공부해 대학에 가겠다는 소녀, 언젠가는 주인공이 되겠다는 연예인 지망생처럼 말이다. 그런 모습은 우리 일상이었고 익숙한만큼 삼류 소설이라 불린다. 하지만 삼류 소설이 계속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그만큼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뮤지컬 속에 점점 동화되더니 거슬리던 어설픈 음향이나 정확하지 않은 대사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라이브 피아노 소리 속 훈훈한 스토리만 남았다. 가족극장 비전홀은 안양 새중앙교회가 운영하는 공연공간이다. 기독교 관련 내용이 조금 가미되지만, 진하지 않아 비기독교인도 부담 없이 관람했다. 무엇보다 배우들 수준이 보통 이상이었다. 배우 모두 노래와 춤에서 수준급 실력을 선보인 덕분에 관객들이 뮤지컬 속에 충분히 동화됐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객석의 웃음과 박수가 진심에서 우러났다. 아쉬운 점은 일반 대형 공연공간에 비해 부족한 설비 때문인지 음향이 다소 어색한 순간들이 눈에 띄었고, 대사 전달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었다. 종교성보다 전문성을 살린 공연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보다 공들인 세트와 음향으로 더욱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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