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상상의 나래’ 펴고 그림동화 속으로

화가가 자리를 비운 사이 두명의 아이들이 스케치북을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비행기를 만들어 날리고 종이로 딱지를 접어 논다. 엉망이 된 스케치북을 발견한 화가는 화를 내기보다 스케치북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고 환상적인 그림동화를 만들어간다. 모든 대사의 의미는 피아노와 플루트의 선율과 무대 위 배우들의 표정만으로 전달한다. 음악과 함께 하는 대사없는 무언극이 아이들에게 풍부한 감성자극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그저 평범한 에피소드들이 잔재미와 함께 관객들을 웃게 한다. 어린이 공연전문 극단 사다리가 창단 20주년을 맞아 오감을 자극하는 새로운 체험형 넌버벌 퍼포먼스를 초청해 선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극단 사다리 초청 우수 어린이 공연이란 타이틀로 다음달 5일까지 원더스페이스 세모극장에서 극단 성 시어터라인의 ‘피아노와 플룻으로 만든 그림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음악과 연극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낸 수작으로 공연 내내 잔잔하게 퍼지는 피아노와 플루트의 라이브 연주가 한편의 그림처럼 어우러져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독특한 체험요소가 공연 곳곳에 마련된 독특한 연극. 온 가족이 함께하는 한편의 그림같은 작은 음악회에 온 듯 피아노와 플루트, 그리고 그림을 한 편의 연극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지난 2002년 초연된 이후 많은 관객들의 찬사 속에 여러 차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극은 공원에 세워진 한 화가의 스케치북에서 시작된다. 화가가 만드는 새로운 형식의 그림동화는 특수효과와 블랙라이트(Black Light)를 이용한 실험적인 영상으로 태어나 배경막 뒤로 흐르는 바다 물결, 그림자 동화 등은 독특한 시각적 흥미를 제공,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플루트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내리는 낙엽들, 피아노 소리에 따라 움직이는 배우의 표정이 잘 어우러져 무대 위의 또 다른 배우가 된다. 베토벤의 ‘월광’과 ‘비창’, 카르멘 중 ‘투우사의 행진’,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 ‘캐논 변주곡’ 슈베르트의 ‘즉흥곡’, ‘젓가락 행진곡’ 등 친숙하고 다양한 레퍼토리들이 무대 위에서 의미를 만든다. 월~금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4시, 토~일요일 오후 2시와 5시, 월요일 공연 쉼. 전석 2만원. 문의(02)382-5477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공연> 눈높이 국악인형극 ‘아이들 신났다’

곱게 전통 한복을 입은 인형이 장구도 치고 부채춤도 춘다. 국악인형극 ‘덩덩 쿵따쿵, 소리야 어디있니?’에 출연한 인형들이 전통춤도 추고 전통 악기까지 연주한다. 경기도국악당은 오는 30일부터 연말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인형극을 무대에 올린다. 인형만이 갖춘 매력으로 아이들에게 전통문화와 재미를 동시에 전달하기 위해 시작된 이번 인형극은 경기도국악당이 네번째로 내놓은 인형극 시리즈로 아이들 시선에 맞춰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전통문화와 국악을 친근하게 전하는 드라마 형태로 구성됐다. 따뜻한 마음의 엿장수 아저씨와 떠나는 소리여행으로 여행 중 만나는 다양한 전통문화, 부드러운 피리소리와 탈춤, 아름다운 선녀춤과 부채춤, 장구춤, 리얼한 사물놀이 등을 동작은 물론 표정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볼거리와 함께 인형이 전하는 해금 독주와 피리독주 등은 물론 은은하게 만들어진 퓨전 메인 테마곡까지 삽입됐다. 이번 인형극을 공연할 현대인형극회는 지난 1962년 창단, 각 방송사 인형극은 물론 47년 동안 쌓아온 기술로 아이는 물론 가족 모두 인형극 문화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국악당 관계자는 “처음부터 교육적 목표를 앞세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악기 소리와 명칭, 스토리가 전하는 음악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며 “아이들 반응을 유도하도록 코믹액션도 삽입하고 성우 김영진이 엿장수 인형의 목소리를 녹음해 실감나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입장료 1만원. 문의(031)230-3427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공연> 무대·스크린 오르는 북녘의 사랑 이야기

최근 북한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뮤지컬이 공교롭게도 동시에 관객들을 찾아온다. 4년 동안의 제작과정을 거쳐 지난달 18일 제작보고회를 통해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영화 ‘크로싱’(감독 김태균·제작 캠프B)이 상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고, 탈북자 출신 정성산 감독이 연출한 뮤지컬 ‘요덕스토리-러브 인 요덕’(연출 정성산·각색 김진명)은 오는 18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무대에 올려진다.<사진> 뮤지컬 ‘요덕스토리-러브 인 요덕’은 함경남도 요덕군 제15호 정치범 수용소 안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북한 최고의 무용수에서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강련화(이진숙 분)와 수용소 소장 리명수(임재청 분)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를 그려내 지난 2006년과 지난해 미국 공연 당시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끌어내며 각종 언론 매체에서 극찬을 받았다. 지난 2002년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 탈북자 진입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크로싱’은 아내의 약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북한을 떠난 아버지 용수(차인표 분)와 그런 아버지를 찾아나선 어린 아들 준이(신명철 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올 상반기 기대작 중 하나다. 비슷한 시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요덕스토리-러브 인 요덕’과 영화 ‘크로싱’은 북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 이외에도 절망적인 상황에서 시작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벌써부터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요덕수용소에는 각기 다른 이유들로 잡혀 들어온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 주인공 련화 역시 아버지의 간첩 누명으로 인해 수용소에 갇히면서 한순간 범법자의 신세가 되고 만다. 하지만 그러한 절망 속에서도 련화와 명수의 진정한 사랑은 피어나고, 이들을 지키기 위한 수용소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 속에서 관객들은 또 하나의 희망을 발견한다. 영화 ‘크로싱’의 용수는 아픈 아내를 위해 약을 구하려다 탈북자 신세가 되고, 하나뿐인 아들 준이와도 생이별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자유가 없는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가족의 사랑은 우리에게 삶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영화 ‘쉰들러리스트’와 ‘인생은 아름다워’가 유태인들은 물론 전세계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듯, 영화 ‘크로싱’과 뮤지컬 ‘요덕스토리-러브 인 요덕’에 담긴 감동적인 메시지와 진한 휴머니즘은 한민족의 공감을 넘어 전세계인의 눈시울을 뜨겁게 적실 것으로 기대된다. ‘요덕스토리-러브 인 요덕’ 18~27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3만~8만원. 문의(02)569-5817~8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공연>“클래식과 놀자”

“클래식 음악의 세계로 떠나는 즐거운 시간여행 에듀 콘서트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하이든 등 비엔나의 위대한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이야기 콘서트 ‘시리동동 거미동동’ 등 어린이들을 위한 독창적인 에듀콘서트로 주목받아온 톰방(대표 신종일)과 ‘비밀의 인형 코펠리아’로 차별화된 명품 가족공연 문화를 선도해온 ‘파란호두’가 만나 첫 공동프로젝트로 고양과 성남 등지에서 에듀 콘서트 ‘비엔나의 음악상자’를 마련했다. 에듀 콘서트 ‘비엔나의 음악상자’에서는 주인공 쥐돌이가 클래식의 역사를 장식해 온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 슈베르트 등 비엔나의 대표적 작곡가들로 변신해 대표 작곡가들의 음악을 중심으로 음악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와 비엔나를 배경으로 한 흥미로운 상황 등을 고전적인 피아노 4중주로 표현한다. 여기에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펼쳐 어린이 관객들이 클래식 음악을 좀 더 즐겁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영상, 미술, 마임, 마술 등 다양한 표현기법들을 음악과 접목시켜 보다 쉽고 재미있게 다가설 수 있는 특별한 예술체험도 이어져 어린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이끌어 내며 즐거움과 배움의 마당으로 만든다. 레퍼토리는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왈츠’, 하이든의 교향곡 제94번 ‘놀람’ 제2악장,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제1악장, 베토벤의 교향곡 제3번 ‘영웅’과 제5번 ‘운명’의 제1악장을 연주하며 슈베르트 ‘송어’ ‘군대 행진곡’과 요한스트라우스 1세의 ‘라데스키행진곡’ 등으로 구성됐다. 10~13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평일. 오후 2시, 주말 오후 2시와 4시. 특별석 2만5천원, 일반석 1만5천원. 문의(02)594-4025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전시> 봄길·소나무숲·프라하… 그림따라 마음여행

올해 16회를 맞는 남구미술협회전은 인천 남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미술작가 50여명이 모인 동아리. 이들은 서양화, 한국화, 서예, 문인화, 입체 등 미술 장르 각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오는 9~16일 인천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다. 모두 42명이 참여한 가운데 장르별 다양한 작품들을 출품한다. 서정적인 느낌의 풍경화에는 조각가 오세완의 ‘풍경-Ⅰ’을 손꼽을 수 있다. 그는 한국적이고 서정적인 풍경을 추상적으로 그려낸 게 특징. 한국화를 출품한 이삼영은 수묵담채로 개심사의 풍경을 시원한 필치로 담았고 김상순의 ‘프라하’는 이국적인 정취가 먹빛으로 피어난다. 전시 작품에는 봄소식도 담겨져 있다. 장연자의 ‘풍경’은 수채화로 봄의 색감을 드러냈고 신윤자의 ‘봄(구례산동)’은 수묵산수로 봄의 풍경을 담백하게 담았다. 노희정의 ‘봄길’, 류호숙의 ‘봄빛’, 이의재의 ‘들꽃-이뭣고’, 정금자의 ‘봄’ 같은 작품들은 4월의 향긋한 봄내음을 전해준다. 김영희의 ‘매화가지 끝에 밝은 달(이율곡 선생시)’, 이인낭의 ‘닮고 싶은 그대(매화)’ 등 매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도 선보인다. 소나무를 테마로 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월전 정근화의 ‘솔의 香’, 오영애의 ‘소나무 숲’, 이민자의 ‘소나무’ 등을 통해 작가들이 각기 바라본 소나무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각기 다른 매체를 사용해 유쾌하고 이색적인 느낌의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시비와 선악을 분간할 줄 아는 상상의 동물을 한지 부채 위에 그린 작가 이용애의 ‘해태’, 빨래판 부조와 혼합재료를 사용해 제작한 이월성의 ‘잠을쇠는 언제 열리려나?’ 등이 그것. 전도진의 ‘오우가 중에서’는 조선시대 윤선도의 연시조를 바탕으로 한다. 여기서 ‘오우가’는 수(水), 석(石), 송(松), 죽(竹), 월(月) 등을 다섯 벗으로 삼은 작가의 자연애와 관조를 담았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공연리뷰 >경기도국악당 ‘한국의 미-웨딩’

‘쉽고 재미있는 퍼포먼스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공연이 보고 싶다.’ 경기도국악당이 4번째로 업그레이드 해 내놓은 공연 ‘한국의 미-웨딩(이하 웨딩)’을 보고 나오면서 느낀 점이었다. 경기도국악당의 대표 공연 ‘웨딩’이 이달초 4번째 재탄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대를 찾았다. 그래서 기대 또한 컸다. 흥을 돋우기 위한 간단한 쿵짝쿵짝 박수 게임에서 시작한 공연 웨딩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스토리로 펼쳐졌다. 최 대감집 딸 순이와 하인 돌쇠는 사랑하는 사이다. 하인들을 못살게 구는 것이 취미인 최 대감은 물론 순이와 돌쇠 사이를 인정할 수 없다. 전편은 최 대감의 반대에 좌절한 순이는 물에 몸을 던지고 순이를 돌쇠가 다시 살려내고, 이에 최대감이 돌쇠를 인정하게 된다는 스토리였다. 지난번 무대의 인위적인 스토리에 비해 이번 편은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최 대감이 사위감으로 데려온 정 도령이 보낸 납치범이 순이를 납치하려 하자, 돌쇠가 순이를 구해낸다는 것. 얼개는 달라졌지만, 전편에서 인상적이었던 아름다운 형광 부채춤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보통 수준을 훨씬 넘는 퓨전 국악음악은 공연장을 웅장하게 채웠다. 전체적 분위기는 전편에 비해 훨씬 고급스럽고 퍼포먼스가 강화돼 볼거리가 강화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짧은 퍼포먼스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서민적인 맛이 물씬 풍기던 부분은 예술성이 보강됐다. 배우 의상도, 세트도 조금씩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꾸며졌다. 최 대감 집과 대나무 밭 2곳에서 전체 스토리가 전개되던 기존 세트에서 동양화 배경, 신혼방 세트, 퍼포먼스 세트 등으로 다양해졌다. 다양한 세트만큼 부채춤, 상모돌리기, 타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볼거리가 삽입돼 전체 분위기가 흥겨워졌다. 주요 관객인 외국인과 학생을 위해 너무 복잡한 스토리보다,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은 점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퍼포먼스와 볼거리 사이 자연스럽지 못한 연결고리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보여주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잔뜩 늘어놓고 아직 제대로 배열을 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세세하게 아쉬웠던 점을 일절하더라도, 전체 공연 중 가장 서정적인 부분으로 기억돼야 할 순이와 돌쇠의 사랑의 춤 부분에서 무대의 허전함도 눈에 띄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다른 부분에 비해 볼거리보다 서정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갑자기 맥이 느슨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를 배우 두명이 춤으로 감당하기에 무대가 너무 넓었다. 조명이나 무대 효과 등으로 미적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 볼거리 사이 유기적 연결고리가 없다면, 단순한 쇼의 연속에 불과하다. 한국전통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추지 못한 외국인이 전체 관객 중 거의 50%를 차지하는 만큼 전체 스토리를 가볍고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한다. 연결고리와 복잡한 부분을 다듬고 끊임없이 쿵짝쿵짝 퍼포먼스가 이어지는 것보다 꼭 강조돼야 할 퍼포먼스에서 시원하게 터뜨려준다면 훨씬 속 시원한 무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전시> 조선 여인들 ‘숨은 끼’ 예술이네

바늘, 자, 가위, 다리미, 실, 인두, 골무는 흔히 규중칠우 (閨中七友)라 불린다. 조선시대 인간사회를 풍자한 ‘규중칠우쟁론기’에는 부녀자들의 생활용품인 바느질 도구가 등장한다. 아마도 당시 여성의 생활상을 잘 드러낸 도구이자 삶을 대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생활에 많은 제약을 느꼈던 여성들이 자신의 숨은 끼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 바늘질이 아닐까. 용인 디 아모레 뮤지움은 ‘바느질과 자수전’을 열고 있다. 꽃과 새, 십장생, 길상문양 등을 담은 자수는 여성들의 창작품이다. 여기에 모란이 피어나고 국화와 연꽃 등의 꽃문양이 놓여진다. 천연염료로 염색된 색실은 은은한 동시에 수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자수는 궁궐에서 만든 ‘궁수’와 양반과 일반 백성 계층에서 제작한 ‘민수’ 그리고 불교자수로 나눈다. 신분사회에서 각자의 처지에 맞게 자수를 놓았고, 열쇠패나 노리개, 수저집, 베개, 보자기 등에 수복강녕이나 부귀다남을 멋지게 새겨 넣었다. 출품작인 ‘백동자도10곡자수병풍’은 19세기 제작됐다. 100명의 손자를 얻은 중국 당나라 곽자의를 소재로 아이들의 갖가지 놀이를 담았고 다산과 태어난 아이의 건강을 기원했다. 화려한 조선시대 자수노리개도 일품이다. 여성의 옷치장이나 매무새를 꾸미는 장신구 노리개. 부채 끝에 매단 자수선추나 대개 붉은 색 비단이나 모직으로 만든 수저집도 눈길을 끈다. 바느질의 정수는 의복과 보자기다. 격식을 차린 궁중복식과 관혼상제에 따른 의복은 법률로 정해질 정도다. 공주나 옹주의 품이 넓은 대례복, 상류계급의 가례복은 주로 다홍색 바탕에 자수와 길복의 뜻을 지닌 십장생문을 옷 전체에 수놓았다. 남은 조각천을 이은 조각보는 선조들의 지혜와 미적 감각이 돋보인다. 청색과 진분홍, 빨강 등의 도드라진 색과 분홍, 녹두색 등 옅은 색을 조화시켰다. 가느다란 직사각형 네 개를 모아 조그만 정사각형을 만들고 그 정사각형이 모여 커다란 조각보를 탄생시킨 작품도 선보인다. 균형과 조화, 만남과 절제를 담은 조각보는 적절히 색을 안배하며 시각적 아름다움은 물론 실용성을 겸비한 생활도구이자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바느질 작품과 더불어 각종 도구를 함께 전시했다. 옷감의 주름을 펴거나 바른 모양을 잡는데 사용한 다리미. 옷감의 수치를 재는 자, 각종 바느질 도구를 넣는 나전반짇고리 그리고 실패와 바늘집 등 다양한 소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8월22일까지. 입장료 무료. 문의(031)285-7215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전시> 아련한 풍경… 김기창 회화展

기술의 발달은 미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 미술 장르는 더욱 세분화됐다. 손재주에 머물렀던 미술은 사진과 경쟁하며 재현의 역사를 끝내고 또다른 세기를 준비한다. 영상매체와 설치 작품, 퍼포먼스 등등. 우리 시대의 미술은 살아 있는 동물처럼 그 색깔을 달리한다. 그러나 그리기가 미술의 기본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종이나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들은 평면이란 한계를 극복하며 미술의 원류를 지키고 있다. 튼실한 기본은 미술이 지닌 원초적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김기창 경기대 서양화 전공 교수는 회화를 그린다. 줄기차게 자연 환경을 작품에 담아내며 회화의 진정성을 추구한다. “매체의 다변화는 회화를 위협하고 있지만 손맛이 느껴지는 회화는 전통적이며 인간미가 풍깁니다.” 김 교수는 ‘페인팅과 드로잉’이란 부제 아래 열번째 개인전을 연다. 회화작품과 그림의 밑그림인 드로잉이 함께 전시된다. 문제는 회화작품을 보고 드로잉을 그렸다. 일종의 역발상이다. 흔히 알고 있는 그림 작업의 순서가 바꼈다. “페인팅이나 드로잉 모두가 미술의 기본입니다. 작품을 보며 얼마의 시간을 두고 목탄으로 그린 드로잉은 또다른 의미를 부여하죠.” 그렇게 그린 회화와 드로잉은 같은 풍경을 담았지만 다른 느낌이다. 단순히 순서가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변화를 시도한 작가의 의도 때문이다. 전시작품들은 자연을 소재로 한다. 특히 인공적인 공원에 나무와 옅은 물기, 분수 등이 등장하는 공원 시리즈를 선보이며, 50호 크기의 작품 6개가 나란히 전시된다. 그는 또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작품의 대상을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은 후 캔버스 한쪽에 붙이기도 했다. “표현주의적 회화를 그리고 싶어요. 개인전마다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어렵지만 나만의 스타일을 위해 하나하나의 주제가 연속성 있게 자리매김 하기 바랍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열정적 페인팅’(알파갤러리)이란 개인전에서 화가로서의 자존심과 열의를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이에 앞서 2005년에는 그가 소속한 경기대 교정을 소재로 180도의 풍경을 여러 개로 분할시켜 멀티플한 전시를 선보였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공연> 부천 극단 믈뫼 ‘고구려 부르스’ 大賞

1일 수원 장안 구민회관에서 열린 전국연극제 도대회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한 부천 극단 믈뫼 단원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조남진기자 njcho@kgib.co.kr 부천의 극단 믈뫼(대표 임성주)의 ‘고구려 부르스’(홍원기 작·장용휘 연출)가 1일 막을 내린 제26회 전국연극제 경기도대회에서 도지사상인 대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에따라 극단 믈뫼는 오는 5월23일부터 6월 11일까지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등에서 열리는 전국연극제 본선 출전권을 획득, 경기도대표로 출전한다. 한편 금상에는 광주지부 극단 파발극회의 ‘봉숭아 꽃(김정숙 작·이기복 연출)’이 선정됐으며 은상에는 극단 연극마을(군포지부)의 ‘연어는 바다를 그리워 하지 않는다’와 극단 동선(성남지부)의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가 차지했다. 동상은 극단 한울(광명지부)의 ‘꽃다방 블루스’, 극단 프라미스(고양지부)의 ‘안개섬’, 극단 서라벌(안성지부)의 ‘양두사애’에 돌아갔으며 장려상에는 극단 무연시(의정부지부)의 ‘아리·달이·별이’, 과천시연극협회의 ‘튀어’, 극단 송마루(수원지부)의 ‘칼의 노래’가 선정됐다. 개인상 부문에서는 연출상에 금상인 ‘봉숭아 꽃’를 연출한 이기복씨가 선정됐고 창작작품에 수여하는 희곡상은 극단 서라벌의 창작품인 ‘양두사애’를 쓴 김효정씨에게 주어졌다. 최우수 연기상에는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에서 미령역으로 열연한 극단 동선의 이은정씨와 ‘고구려 부르스’에서 연남생역으로 활약한 임성주씨가 차지했다. 또 신인연기상에는 ‘봉숭아 꽃’에서 금순역으로 나온 극단 파발극회의 하옥씨를 비롯 정선미(극단 무연시)·유종옥(극단 연극마을)·김우경(극단 송마루)·오종석(극단 프리마스)·홍민희(극단 믈뫼)씨가 선정됐다. 한편 제26회 전국연극제 경기도대회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일까지 12일간 도내 15개 시·군 문화회관과 시민회관 등지에서 연극협회 산하 각 지부 소속의 전문 연극단체들이 참가해 각 지부의 명예를 걸고 열전을 벌였다. 이번 대회는 과천시가 출전해 참가단체가 15개로 늘어났고, 창작 초연작품이 많았던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특히 극단 믈뫼의 ‘고구려 부르스’와 극단 송마루의 ‘칼의 노래’ 등 사극이 다섯 작품이나 출품돼 사극붐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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