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옥의 치매미술과 세상이야기 ④터키에서의 전시

오랫동안 치매미술치료 분야에서 일해 온 필자는 최근 어르신들의 그림을 갖고 터키를 방문했습니다. 전시는 세계적인 소피아 대성당에서 예정돼 있었고, 이때문에 출발부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터키에서의 전시는 필자의 교통사고로 터키에서의 둘째날부터 차질을 빚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소피아 대성당의 전시는 터키 방문 첫째날 진행된 까닭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소피아 대성당은 유명한 성당이어서 많은 방문객들과 각국의 여행자들도 전시된 어르신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전시에서 필자를 감동시킨 건 다른 문화를 가진 한국의 나이 드시고 치매를 앓고 계시는 어르신들의 그림을 전시했는데, 국경을 넘어 우리 어르신들의 그림들을 유심히 보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최고”라고 연발하는 그들의 감탄사였습니다. 말도 언어도 통하지 않는 먼 터키 땅에서 우리 어르신들의 그림들을 감상하며 감동하듯 바라보는 생생한 얼굴들을 보면서 필자는 말없이 뿌듯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들이 감동한 작품들은 모두 다름 아닌 우리 어르신들이 살아왔던 삶을 소재로 그렸던 것이었습니다. 설날, 연날리기, 상모돌리기, 추석, 대보름 등 많은 우리의 옛 일상생활들이 담겨진 그림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의 삶 속에 녹아 고단한 삶을 뒤로 하고, 이제 병마를 얻어 힘겨운 생활을 하시면서도 치매미술 치료사 선생님들과 대화하며 한장 한장 마음으로 그려내 아름다운 그림이 됐습니다. 어쩌면 그 그림에 어르신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지도, 아니 그 그림들은 어르신들의 마음이며 영혼이며 삶의 자취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한 그림들을 들고 전시를 위해 터키로 간 필자에게는 말없는 행복감과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들었습니다. 그렇게 소피아 대성당에서의 첫 전시는 성황리에 무사히 마쳤고,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안고 숙소로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첫 전시의 성황을 뒤로 하고 터키에서의 둘째날 필자의 교통사고로 모든 일정이 취소됐습니다. 필자는 조금이라도 작은 공간만 있다면 남은 전시를 진행하기 위해 병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원했습니다. 하지만 마음만큼 몸의 형편이 좋지 못했습니다. 필자는 생각 끝에 필자가 묵고 있는 이스탄불의 센트리움 호텔에서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몸이 온전하지 않았지만, 고국에 계신 어르신들 생각에 이대로 누워만 있다 귀국할 순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힘겹게 호텔에서의 전시를 준비하고 작품들을 감상하는 터키인들의 모습과 그들의 호기심 어린 관심, 그리고 그들의 격려를 받으며 필자는 말없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필자가 치매를 앓고 계신 분들과 함께 하며 미술치료를 해온 지난 시간이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 어르신들의 그림 속에 행복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을 보고 행복의 눈물이 필자의 눈을 가로 막았던 것입니다. 필자에게 그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을 허락해 주신 것에 감사하는 마음과 앞으로도 많은 시간 어르신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용기를 갖게 했습니다. 터키에서의 체류 기간 내내 고국에 계신 어르신들이 자꾸 생각나는 점만 보아도 필자는 그분들과 늘 함께 해야 하는가 봅니다./치매미술치료협회장

봄 문턱 '춤과의 사랑'이 시작된다

1937년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될 당시 세계적 안무가인 세르주 리파와 조택원 사이에 논쟁을 불러일으켜 화제가 됐던 작품 ‘포엠’. 현대무용과 전통음악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한국현대예술의 진수를 펼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지난해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최경실 안무의 모던댄스 ‘물 좀 주소’.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시대는 달라도 현대무용이란 장르 속의 우리 춤이 정답이다. 젊은 현대무용가 류석훈씨가 한국 근대춤의 선구자 조택원의 초기작 ‘포엠’을 복원, 재창작한 작품 등 지난 한해 동안 무용계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들이 선보이는 무대가 마련된다. 인천시립무용단은 인천 시민들에게 다양하고 참신한 작품을 통해 무용예술의 참 맛을 알려온 ‘춤마당·흥마당’에 이어 올해부터 새롭게 마련한 ‘i-dance 2008’ 첫 공연으로 ‘우리 춤의 어제와 오늘’이란 주제로 옛 것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무용예술을 선보인다. 이번 ‘i-dance 2008’ 첫 공연을 장식할 작품들은 공연예술 전문 비평지인 ‘공연과 리뷰’에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지난 한해동안 이슈와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4편을 선정, 최근 무용계의 경향과 나아가는 방향을 볼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달 13일 오후 7시30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R석 1만원, S석 5천원. 문의(032)420-2788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우리 춤의 어제와 오늘’ 현대무용가 4人4色 무대 ● 류석훈의 ‘포엠’ 첫 작품은 ‘포엠’. 조택원이 1935년 발표한 초기 현대무용 안무작으로 가장 주목받는 중진 현대무용가 류석훈이 조택원의 정신(조택원식의 ‘무상(舞想)의 미학’)에 입각해 현대무용으로 재창작했다. 이 작품의 모티프가 된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조각)’의 이미지를 포레의 음악과 배합시키면서 류석훈 특유의 강한 포즈감과 진중한 여백미와 결합돼 사유하는 춤의 조형감을 짧은 시간 안에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 김유미의 ‘숨은 꽃’ 두번째 작품은 지난 2006년 PAF 올해의 안무상과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로 선정된 지제욱이 안무한 솔로작품 ‘동동(動冬)’. 제목의 표현처럼 죽어 있고 사멸한 겨울이 아니라 무엇인가 느리게 움직이고 꿈꾸는 ‘움직이는 겨울’로 해석될 때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백색 조명이 주는 찬 겨울의 이미지와 붉은 노을이 깔린 신비한 생명감을 훌륭하게 교차시켜 넓고 두터운 흰 한지 위에 다양한 색채감으로 흩뿌린다. ● 최경실의 ‘물 좀 주소’ 세번째 작품은 지난해 베스트 춤 레퍼토리상을 수상한 김유미 안무의 ‘숨은 꽃’. 과거 기생들을 가르쳤던 교방에서 주로 추었던, 기생들의 마음 속에 담긴 여자로서의 정한을 한·흥·멋·태로 담아낸 진주교방굿거리춤의 정서와 춤사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진주교방굿거리춤의 대표적 춤사위인 겨드랑이사위와 손목사위, 그리고 버선의 빨간 코를 돋보이게 하는 발사위 등을 주로 사용해 오래 전 나라의 기예를 이끌었던 기생들의 화려한 겉모습에 짐짓 가려둔 깊은 마음 한구석에 못내 감춰 둔 사랑과 아픔,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을 숨은 꽃 하나 등을 피워낸다. ● 최경실의 ‘물 좀 주소’ 마지막 작품은 지난해 ‘올해의 춤’ 작가상을 수상한 최경실 안무의 모던댄스 ‘물 좀 주소’. 김준영·박철중·오주연이 우리들이 언제나 느끼고 있는, 바람직한 사회의 희망에 대한 타는 목마름을 3인무로 표현한다. 깨어있는 자들의 절규를 의자 3개를 주 소품으로 활용해 빠른 몸놀림으로 위험을 감내하는 파격적 다이내믹 리듬감과 고난도의 테크닉 등을 동시에 보여준다. 의자가 춤의 무기가 되고 한대수의 ‘물 좀 주소’가 주 모티브가 돼 움직이며 구르고 뛰고 구부리고 뻗치면서 사랑을 표현하고 갈증들을 재현·재창조 해내는 작업은 3개의 잔에 물이 채워질 때까지 계속된다.

“관객 있는곳에 공연배달 갑니다”

이름도 특이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들이 모여 2004년 만든 극단이다. 현재 상임연출 겸 배우인 민준호와 이재준을 중심으로 20여명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한솥밥을 먹고 있다. 극단명의 ‘간다’를 한자로 쓰면 간략할 간(簡)에 다양할 다(多). 지나친 포장 없는 간략하고 좋은 공연, 다양한 형식의 공연을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서비스하겠다는 생각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결성한지 4년 밖에 안된 젊은 극단이지만 데뷔작인 아카펠라 뮤지컬 ‘거울공주평강이야기’를 시작으로 뮤지컬 ‘마스크’, 연극 ‘내 자식 사랑했네’ 등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대학로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올해에는 내달 개관하는 대학로 소극장 나온씨어터에서 ‘우르르∼간다’라는 제목으로 신작 3편을 포함, 7편의 공연을 차례로 쏟아낼 예정. 첫 테이프를 끊을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3.7~4.6)는 노래방과 놀이터를 무대로 펼쳐지는 연극이다. 노래방을 들락거리는 아버지와 아들, 아들의 여자 친구와 아버지의 여자 친구가 만나고 헤어지는 모습을 노래방 주인 네 명의 눈을 통해 보여주면서 소통과 사랑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어 연극 ‘그자식 사랑했네’(4.12~5.12)와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5.16~6.18)가 무대에 오르며, 신작 ‘끝방’(6.24~7.20)이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하반기에 선보일 뮤지컬은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더 마스크’와 신작 ‘옛날옛적에’ 등이다./연합뉴스

‘바그너 신봉자’ 브루크너의 풍부한 울림

‘브루크너와 바그너의 부활, 그리고 만남!’ 지난해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시리즈 첫 연주회를 통해 브루크너 신드롬을 예고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오는 29일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의 두 번째 연주회를 통해 브루크너의 해석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간다. 이번 연주회에선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1막과 3막 전주곡과 ‘브루크너 교향곡 3번’을 선사한다. 브루크너는 1872년 일기에 ‘시와 음악의 예술에서 세계적으로 저명하고 훌륭한 대가 바그너에게 깊은 경의와 함께 교항곡 라단조를 바칩니다’라고 헌정시 초안을 쓸 정도로 철저하게 바그너의 음악 양식을 따른 바그너 신봉자. 그런 점에서 바그너와 브루크너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연주되는 이번 연주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은 관악기의 수를 늘려 풍부하고 화려한 울림을 내도록 했고 기존의 서곡 형식을 배제하고 전주곡을 채택한 곡. 바그너는 오페라 ‘로엔그린’을 여는 1막 전주곡에서 백조가 끄는 배를 탄 고귀한 기사, 그의 주변을 밝히는 신성한 광채,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이는 강물의 수면 등 아름답고 환상적인 모습을 그림 같이 묘사한 반면 3막 전주곡은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과 엘자의 결혼식을 유도하는 들뜬 분위기의 축제음악으로 전주곡은 오늘날 결혼식장에서 무수히 연주되는 ‘신부 입장’ 음악인 결혼행진곡으로 이어놓았다. 결혼식장에서 바그너의 결혼행진곡이 울려 퍼질 때마다 빛나는 전주곡이 연주되지 않아 아쉬웠다면 이번 연주회에서는 결혼행진곡 없이 전주곡만 연주되는 것이 섭섭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3막 전주곡은 짧지만 매우 강렬해 그 자체만으로도 충만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현악기의 스피카토(spiccato·현악기 연주시 활을 튀어 오르게 하는 주법) 폭격을 배경으로 한 금관악기의 연주는 말 그대로 터질 듯한 환희를 폭발시킨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3번 라단조’는 브루크너가 화성법과 대위법 그리고 금관악기를 선두로 하는 관현악법 등에서 바그너 서법에 가장 적극적으로 접근한 곡으로 트럼펫의 주제로 시작하는 1악장과 여린 다이내믹의 스트링 사운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명상적인 음향의 2악장, 오스트리아 민속 춤곡인 렌틀러와 요들을 떠올리게 하는 3악장, 8분음표의 빠른 오스티나토 음형 반복으로 인해 긴박감을 주는 피날레까지 바그너 풍의 느낌이 두드러진 교향곡이다. 부천필은 이번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 두 번째 연주회에서 부활하는 웅장한 관악의 울림과 현악의 아름다운 선율로 음악이 낼 수 있는 최상의 하모니의 진수를 보여준다. 29일 오후 7시30분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 S석 1만5천원, A석 1만원. 문의(032)320-3481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눈물없인 못보는 바로 그 이야기

‘홍도야 우지마라’, ‘단장의 미아리고개’, ‘번지 없는 주막’, ‘굳세어라 금순아’, ‘캬츄샤의 노래’…. 암울한 일제시대 우리네 정서를 담아 심금을 울려주던 악극들, 노래와 춤, 희곡이 어우러지는 형식에 민족의 설움과 울분, 한을 담아내 1920~195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해방 이후 서양 연극에 밀려 자취를 감췄었다.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 오던 악극이 근래들어 다시 무대에 올려져 우리들의 심금을 울려주고 있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은 우리의 정서를 대변하는 올해의 작품으로 국민악극 ‘울고 넘는 박달재’를 선정, 오는 23~24일 대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박달재는 충북 충주와 진천 사이의 험준한 고갯길로 일명 울고 넘는 박달재로 유명한 곳. 이곳에서 병든 어머니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만석꾼 박진사댁에 팔려가는 금봉과 박진사댁 삼대독자 준호가 처음 만나면서 극은 시작된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지만 준호는 어머니 최씨의 압력으로 서울로 떠나고, 홀로 남아 아들을 낳은 금봉은 최씨의 모진 박대에 서울로 떠난 아들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화류계 여자로 전락하고 만다. 살인누명을 쓰고 법정에서 검사가 된 아들로부터 사형을 구형받는 금봉, 이들의 운명적 만남과 애절한 모정은 어떻게 전개될지…. ‘애수의 소야곡’, ‘타향살이’, ‘울고 넘는 박달재’ 등 우리 귀에 익숙한 흘러간 옛 가요 속에 애절한 사연이 2시간 동안 펼쳐져 관객들의 심금을 울려준다. 악극 ‘울고 넘는 박달재’는 우리 근세사를 통해 현재 우리의 삶을 뒤돌아 보게 하고 현대인들에게 가족간의 사랑과 진정한 효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악극 중 주옥같은 작품으로 가장 슬픈 악극으로 정평이 나있다. 박인환, 최주봉, 양재성, 김진태 등 이 시대 최고의 배우들이 펼치는 구성지고 맛깔스런 연기와 노래, 최고의 악단이 펼치는 음률, 여기에 발랄한 댄서들이 펼치는 화려한 율동까지 모두가 놓칠 수 없는 명장면을 연출한다. 23~24일 오후 3시와 6시. R석 5만5천원, S석 4만4천원. 문의1566-6551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관객 여러분을 심사자로 모십니다”

수원시립합창단이 창단25주년 기념 특별기획연주회로 뭔가 특별한 음악회를 준비했다. 그래서 콘서트 이름도 그대로 ‘수원시립합창단 창단25주년 기념, 뭔가 특별한 연주회’로 지어졌으며, 오는 18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린다. 정통 합창음악에서 스윙글, 영화음악, 가요 등 다양한 장르 음악들을 선보일 이번 음악회는 수원시립합창단을 A팀과 B팀 등으로 나눠 서로 경쟁하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관객들은 엄정한 심사자로 함께 동참할 수 있다. A팀은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과 팝송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우리들은 미남이다’ 등을 들려주고 B팀은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와 팝송 ‘예스터데이’ 등을 선사한다. 클래식 음악회에선 좀처럼 듣기 어려운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원더걸스의 ‘Tell me’, 복음성가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사랑으로’ 등으로 합창단과 관객들이 하나가 되는 이벤트로 준비된다. ‘라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는 화려했던 루이14세 시절 이야기로 당시 파리 사교계 유명한 무의 비올레타와 프로방스 출신 귀족 청년 알프레도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테마로한 현재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인기 있는 오페라.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은 지난 1816년 쓰여져 이탈리아 양식에 의한 로시니의 대표작품. 38곡의 가극 중 대표작이라고 할만큼 공연 횟수가 많은 오페라다. 절묘하고 생동감 넘치는 악실이 가득한 이 가극은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과 쌍벽을 이룬다는 평을 받는데, 프랑스 작가 보마르세가 쓴 3부작 ‘세빌리아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죄 많은 어머니’ 등을 각각 대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번 음악회는 문화관광부 주최 ‘수능 후 100일 문화대작전’의 일환으로 수능 수험표 지참자 초대 이벤트도 마련했다. 전석 1만원. 문의(031)228-2814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스물넷 임동혁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해맑은 웃음 뒤에 숨겨진 카리스마와 거침없는 터치로 풀어내는 젊은 거장 피아니스트 임동혁. 오는 22일 오후 8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무대를 시작으로 성남아트센터(28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문화의전당(29일 오후 7시30분)에 이어 과천시민회관(3월7일 오후 8시)까지 도내를 순회하며 피아노 리사이틀 무대를 연다. 고양아람누리는 올해 연중기획으로 21세기를 이끌어 갈 한국의 연주자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클래식 애호가와 문화예술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한국 국적의 피아니스트를 대상으로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피아니스트 5인’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 임동혁을 비롯 김대진, 김선욱, 손열음, 임동민 등 5명을 선정했다. 고양 연주회는 아람누리 시리즈 첫 테마인 ‘2008 한국의 피아니스트’로 선정된 임동혁이 테이프를 끊는 무대다.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난 임동혁은 7세에 피아노를 시작, 10세 때 러시아로 이주해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서 수학한 재원으로 1996년 국제청소년쇼팽콩쿠르에서 1위인 형 임동민에 이어 2위에 입상하면서 처음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서 레프 나우모프 교수로부터 사사한 임동혁은 ‘황금손을 가졌다’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쇼팽 콩쿠르-차이코프스키 콩쿠르로 대표되는 3대 콩쿠르를 석권한 기록의 소유자. 귀여운 외모와 특유의 솔직한 화법으로 팬들을 클래식 공연장으로 불러모으고 있으며 반항적 이미지는 물론 피아노 앞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클래식계에 음악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초대형 스타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게 했다. 화려하고 낭만적인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명성을 높인 임동혁은 이번 무대에서 바흐라는 새로운 음악세계로 거침없는 도전을 감행한다. 빌헬름 켐프 편곡의 꿈결같은 선율이 돋보이는 ‘시칠리아노 G단조’, 부조니 편곡의 코랄 프렐류드 중 ‘이방인의 구주로 오심’, ‘성도들이여, 이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자’, ‘주 예수여, 당신을 소리쳐 부르나이다’ 등과 ‘샤콘느 BWW 1004’,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명연주로 유명한 ‘골든베르크 변주곡’ 등 바흐의 명곡들을 자신만의 색채로 한층 깊어진 음악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 1만~6만원. (031)960-9721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4만4천~6만6천원 (02)569-4107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 2만~5만원 (031)230-3440~2 ▲과천시민회관 대극장 3만~4만원 (02)500-1200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2000년 이후 어린이 전시회 급격 증가 현대미술 이해·미술관 접근성 높여

해마다 방학철이면 어린이 전시가 봇물을 이룬다. 2000년 이후 급격히 증가한 어린이 전시는 급조한 기획이란 평과 함께 상업성에 치우쳐 진정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11일 국·공립미술관 등의 큐레이터들을 초청, 어린이를 위한 전시 기획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1부 사례발표에 이어 2부로 열린 참가자 자유토론회는 국내 어린이 전시 증가 현상을 비롯, 어린이 전시의 교육적 의미 및 상업성을 탈피한 발전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승미 교육문화 팀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임근혜 경기도미술관 큐레이터는 “관람객 확충을 위해 어린이 전시가 증가하고 있다”며 “감수성 체험을 통해 현대미술을 이해하고 미술관과의 접근성을 높힌다”고 말했다. 반면 “체험 문의가 많은데 획일적인 프로그램과 수요에 대한 대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변길현 광주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선진화에 따라 미술관의 역할은 더 세분화된다”며 “어린이 교육과 전시란 두가지 측면에서 고민중인데, 예술적 감각이 높아질 것이란 확신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전시 증가에 대해 감윤조 예술의전당 큐레이터는 “서구식 교육을 받은 작가와 해외파 작가들이 전통적 방식에 의문을 품으면서 관객들과의 쉬운 접합점을 찾는 가운데 어린이 전시를 착안한 것 같다”며 “6천여점에 이르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전시에서 자기주도형 학습프로그램이 전무하다고 전제한 양원모 경기문화재단 문화나눔팀장은 “예술의 가치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근원적 유희성에서 출발한다”며 “러시아 톨스토이박물관 레미조프 관장이 ‘죽음’과 같은 인간문제를 어린이들에게 테마로 던진 것처럼 삶의 문제를 다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배성호 당산초등학교 교사는 어린이 눈높이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국립중앙박물관 등의 오디오 가이드가 어른 중심으로 제작됐고, 전시 동선 또한 어린이와 연관성이 부족하다”며 “단순 설명보다는 어린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틈을 제공하고, 그들에게 다가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교사는 이어 “어린들이 직접 전시를 기획하거나 전시 동선을 바꿔가며 그들의 언어로 전시에 참여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백남주 한국은행박물관 큐레이터는 “초등학교 5학년이 넘어가면 특목고를 준비하는 것이 요즘 추세”라며 “5학년 이전에야 예술적 체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 전시가 단지 미술관에서 열리는 놀이 수준에 멈춰서는 안된다”며 “작가와 작품, 재료, 기법 등 기본적인 미술수업을 통해 미술작품이 무엇인지 인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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