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세금체납시 세입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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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수입은 국가재정의 기초이기 때문에, 우리 법은 조세채권에 일반 사권(私權)보다 강한 효력을 부여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조세채권의 우선권이다. 조세우선권이란 납세자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이 실시되는 경우 조세채권은 납세자에 대한 기타의 채권보다 우선하여 징수한다는 의미로서, 국세기본법 제35조, 지방세법 제31조, 관세법 제3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조세우선의 원칙을 철저하게 관철하면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예컨대 갑이 을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을의 주택에 저당권을 설정했는데, 그 이후 을이 세금을 체납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러한 경우에도 조세채권이 우선한다고 하면 갑은 생각지도 못했던 손해를 입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거래 자체를 꺼리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법은 법정기일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조세채권의 법정기일 이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으로 담보한 채권은 조세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여기서 법정기일이란, 소득세나 법인세 등 신고납세 방식의 조세에 있어서는 신고일, 상속세나 증여세 등 부과과세 방식의 조세에 있어서는 납세고지서의 발송일이다. 따라서 저당권을 설정한 후에 비로소 법정기일이 도래하는 세금이 있더라도, 저당권자는 자신의 채권을 먼저 변제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논리는 주택임차인의 보증금채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대항요건(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 및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은 갖춘 날짜와 조세채권의 법정기일을 비교하여 그 선후에 따라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따라서 집 주인에게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은 이후의 날짜가 법정기일’인 체납세금이 있더라도, 임차인은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다.

 

확정일자 받은 이후 체납된 경우

세입자 보증금 보호받을 수 있어

집주인 미납세금 열람 거부한다면

과감히 계약 포기하는 게 바람직

문제는 임차인이 집을 빌릴 때, 집 주인이 체납한 세금이 있는지에 대하여 확인할 방법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예컨대 주택을 임차하려는 사람은 먼저 그 집의 등기부등본을 열람(집 주인의 동의가 없어도 인터넷 등을 통해 손쉽게 열람할 수 있다)하는 것만으로, 그 집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지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등기부에 집 주인이 세금을 체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그리하여 우리 국세징수법 제6조의2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임대인이 미납한 세금의 열람을 세무서장에게 신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처럼 임차인이 집 주인의 세금체납 사실을 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그 전제로 임대인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므로(세금체납 사실은 임대인의 비밀정보이므로 이를 확인하기 위해 그의 동의를 요구한 것이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만일 임대인이 동의를 해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임대인이 별 다른 이유도 없이 세금체납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그가 거액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면, 비록 그 주택이 다른 점에서는 모두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도, 과감히 계약을 포기하는 것이 나중에 발생할 뜻밖의 손해를 예방하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점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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