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40대 주부 A씨는 해마다 명절을 전후로 신경질이 늘고 여기저기 아프기 일쑤라고 한다. 특히, 이번 명절은 연휴가 길었다. 징검다리 근무일에 남편 B씨는 휴가를 냈다. A씨는 꼬박 3일을 시댁에 잡혀 있어야 했다. 지난 설 명절에 시어머니께 “명절 음식을 좀 간소하게 준비하자”고 시집 식구들 앞에서 결혼 15년 만에 목소리를 좀 냈다 크게 야단맞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추석에는 시댁에 가는 게 더욱 힘들게 느껴졌다고 했다.
명절 전후 증후군은 주부들의 몫만은 아니다. 남편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 이번 명절 기간 동안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서 눈치껏 살아남지 못하면 향후 적어도 3개월은 두 여인에게 갖은 고초를 당할 것이다.
A씨의 시어머니 C씨도 매년 돌아오는 명절마다 며느리의 뾰로퉁한 태도와 아들의 좌불안석이 영 못마땅하다.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설날, 추석, 제사, 생일 등 기껏해야 1년에 4~5번 쏟는 며느리의 수고가 그리도 비싼 것인가 하는 서운한 마음도 든다.
우리나라에는 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명절 증후군’이라는 명절 전후로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신체적 증상을 총칭하는 증후군이 있다.
명절 연휴는 바쁜 일상에서 지쳐있던 자아와 초자아의 기능이 느슨해져 잠재돼 있던 가족 갈등이 표면화되기 쉬운 시기이다. 또 가족들과 오랜만에 기울이는 술 한잔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때론 감정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명절을 덜 스트레스 받으면서 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남의 시선에 조금 덜 신경쓰자. 남이 부러워하면 행복하고, 불쌍해하면 불행한 건 아니다. 행복과 불행은 당사자의 마음 안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둘째, 진심으로 소통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자. 셋째, 명절이 지난 후 맘껏 스트레스를 해소할 시간을 갖자. 각자의 위치에서 받았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진심을 나누는 대화는 명절후증후군을 물리치는 치료약이다. 돌아오는 ‘행복한 설’을 기대한다.
이유진 가천의대길병원 정신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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