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철새들 시화호서 동거

여름철새 외가리·쇠백로 등 여전히 머물러… 풍부한 먹이·온난화 영향인 듯

‘죽음의 호수’에서 철새 도래지로 탈바꿈한 시화호에서 여름·겨울 철새들이 10여년 전부터 계절을 잊은 채 동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시화호지킴이 최종인씨(56)에 따르면 추운 겨울을 따뜻한 시화호에서 보내고 남쪽 나라를 찾아 이미 떠났어야 할 외가리, 쇠백로, 해오라기 등 여름철새 1천여 마리가 아직 남아 있다.

 

또 시화호 뿐만 아니라 안산천과 화정천 등 도심지 하천에도 100여 마리씩 모여 먹이 사냥하는 여름철새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계절 역전 현상은 겨울철새들도 마찬가지.

 

올 여름 시화호에는 추운 북쪽 나라를 찾아 날아가지 않고 남아 있는 천둥오리 등 겨울철새 300~400마리가 목격되기도 했다.

 

시화호는 이미 겨울나기를 위해 시베리아 등지에서 날아온 천둥오리, 고방오리, 댕기흰죽지 등 겨울철새 10만여 마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이처럼 시화호는 계절 감각을 잃었는지 떠나지 않는 여름·겨울 철새와 번식지·월동지를 오고 가는 철새, 텃새 등이 공존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이유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철새들이 나름 적응하고 있고 해수유통으로 시화호 수질이 좋아지면서 먹이사슬이 풍부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최종인씨는 “매년 9월과 4월 각각 시화호를 떠나야할 여름·겨울 철새들이 2001년부터 발견되고 있으며 그 개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어 정확한 조사와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인간, 자연,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흥=이동희기자 d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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