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안갚으려 새회사 만든 경우 피해자 법적 권리행사 방법은

기존회사(갑)는 대기업에서 수주한 아파트건축공사 중 전기공사를 맡은 하청업체인데, 재정상태가 나빠 재하청업체에 대한 공사대금이나 물품공급업자들에 대한 물품대금 등 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를 갚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다. 피해자는 기존회사(갑)로부터 위 전기공사 중 시스템박스 공사부분(이하 ‘이 건 공사’라 함)의 하청을 받아 공사를 하고 그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자 기존회사의 실질적인 지배주주이자 실 경영자인 아무개는 기존회사의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신설회사(을)를 만들었고, 신설회사가 기존회사가 하던 위 전기공사를 하고, 그 공사대금 등을 수령하였다.

 

이 경우 피해자는 신설회사(을)로부터 이 건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을까?

 

기존회사(갑)와 신설회사(을)는 법률적으로는 서로 다른 회사이고, 신설회사(을)는 피해자에게 이 건 공사를 하청한 것도 아니므로, 피해자는 신설회사(을)에게 공사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론만을 고집한다면, 이 건 사례에서와 같이 기존회사의 실질적인 지배주주이자 실 경영주인 아무개가 불량한 마음을 먹고, 기존회사(갑)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신설회사(을)를 만든 후 그 신설회사가 기존회사가 하던 공사를 이어받아 하고 그 공사금 등을 받아 챙기는 경우 등에도, 기존회사(갑)와 신설회사(을)가 서로 다른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는 신설회사(을)에게 채권을 요구할 수 없게 되는데, 이는 매우 불합리하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할 것이다.

 

기업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우 두 법인회사 모두에 ‘채무 이행’ 청구 가능

그래서 판례는 이 건 사안과 같은 경우에, “기존회사가 채무면탈의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와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 신설회사의 설립은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하는 것에 해당하고, 이러한 경우에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위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으므로,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기존회사와 신설회사 모두에 대하여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4다36130 판결 등).

 

따라서 이 건 사례와 같은 경우에는 피해자는 기존회사(갑)와 신설회사(을) 모두에게 이 건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어느 경우에 신설회사가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설립된 회사로서 두 회사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판례는 ‘두 회사의 상호, 상징, 영업목적, 주소, 해외제휴업체 등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점, 주요 이사진이나 주주 대부분이 같은 점, 대외적으로 두 회사가 동일한 회사인양 홍보하였고, 동일한 회사를 전제로 수주 등이 이루어 진 점 등이 인정되는’ 경우와 ‘기존회사의 지배주주이자 실 경영주가 기존회사의 채무를 갚지 않을 생각으로 신설회사를 설립한 점, 신설회사가 기존회사의 공사업무를 승계하여 공사를 하고 그 공사대금을 수령하는 관계인 점 등이 인정되는’ 경우 등에 실질적인 동일 회사라고 인정하고 있다.

 

이재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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