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다보면 국내 굴지의 기업이 개발한 핵심 기술이 해외 기업에 유출되었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이러한 기술유출의 피해는 해당 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에까지 미칠 수 있어, 이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특히 기술유출은 퇴직한 직원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예컨대 A사에서 여러 해 동안 제품의 생산 및 기술 업무를 담당하였던 B가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경쟁업체로 이직하려 한다면, A사는 B를 상대로 어떠한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르면,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비밀로서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부정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이를 사용·공개하는 경우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를 취득하거나 사용·공개하는 경우는 ‘영업비밀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B는, 비록 자신이 A사에서 퇴직하였다 하더라도, A사의 영업비밀을 유지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고, 그럼에도 제3자에게 A사의 제품생산기술을 공개하게 되면 이는 영업비밀 침해가 된다.
직원이 퇴사후 경쟁업체로 이직
영업비밀 사용 등 금지 청구 가능
사후 조치로 손배청구ㆍ형사고소
그런데 B가 A사의 경쟁업체에서 해당 제품 관련 업무에 종사할 경우 A사의 영업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 제1항은 A사는, B를 상대로 ‘영업비밀의 사용 등 금지’, 경쟁업체를 상대로 B로부터의 ‘영업비밀 취득 등 금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회사에 B로 하여금 경쟁업체에 취직하는 것까지 막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부분은 영업비밀의 보호라는 측면과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 때문에 특히 문제가 된다. 더구나 이 사안의 B는 A사와 ‘퇴직 후에 경쟁업체에 취직하지 않겠다’라는 내용의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지도 않았다.
이 점과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근로자가 전직한 회사에서 영업비밀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서는 회사의 영업 비밀을 보호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 제1항에 의한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 및 이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 중의 한가지로서 그 근로자로 하여금 전직한 회사에서 영업비밀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3. 7. 16. 선고 2002마4380 판결).
결국 우리 대법원은, 만일 B가 경쟁업체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를 금지시키지 않고서는 A사의 영업비밀이 침해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특별한 경우에는 이미 퇴직한 근로자를 상대로 ‘취업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 길까지 열어 놓고 있는 것이다.
한편 B가 이미 A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였다면, 회사는 사후적 조치로 B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형사고소를 할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현재 우리 법은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해 다각도의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박순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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