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상태에 있는 사람의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한 경우
다른 가족이 이혼청구 가능한가?
일반적으로 금치산선고를 받은 금치산자의 법률행위는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 후견인의 동의 없이 한 행위는 물론이며, 동의를 얻고서 한 행위일지라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법상의 행위인 약혼, 혼인, 협의상 이혼 등에 있어서는, 그 행위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금치산자도 후견인의 동의를 얻어서 스스로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유언행위는 만 17세에 달하게 되면 의사능력이 회복된 때에 단독으로 할 수 있다.
한편, 모든 법률행위에 대리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즉, 재산상의 법률행위에 관하여는 일반적으로 대리가 허용되지만, 혼인이나 이혼, 유언 등과 같이 본인의 의사결정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법률행위는 ‘대리에 친하지 않는 행위’라고 하여 대리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식물인간의 경우라도, 그 법정대리인인 후견인이 혼인이나 이혼, 유언 등을 대리할 수 없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입장을 관철한다면, 식물인간의 경우에는 자기 스스로도 일체의 행위를 못할 것이고, 법정대리인에 의하여도 가족법상 행위를 할 수 없어 객관적으로 보아 부당한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와 관련된 것으로, 식물인간의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 식물인간이 후견인(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이혼청구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그 식물인간의 다른 가족들이 식물인간을 대리하여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된다.
의사능력 상실 전 혼인생활 등을 종합해
이혼의사가 추정될 경우 청구할 수 있어
이에 관하여는, 이혼은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본인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서 대리에 친하지 아니하므로 다른 가족들이 이혼청구 대리를 할 수 없다는 하급심 판결례가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식물인간의 배우자에게 부정행위가 있고 나아가 금치산자의 이혼의사를 객관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원래의 후견인이었던 배우자에서 변경된 후견인(다른 가족)으로서는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는 금치산자를 대리하여 그 배우자를 상대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고, 그 경우 후견인이 없거나 후견인이 대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민사소송법 제58조의 규정에 의하여 다른 가족을 특별대리인으로 신청할 수 있음을 명백히 하였다. 식물인간이 가졌으리라고 보이는 객관적 의사를 중시한 것으로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대법원에 의하면, 위 경우 금치산자의 이혼의사는 이혼사유의 성질, 금치산자의 결혼관 내지 평소의 이혼 관련 의사표현, 의사능력 상실 전까지 혼인생활의 기간, 순탄 정도, 금치산자의 나이·신체·건강상태와 간병의 필요성 및 정도, 배우자의 태도나 가족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의 유무, 자녀들의 의견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이혼이 객관적으로 금치산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되고 의사능력이 있었다면 금치산자도 이혼을 선택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추정될 수 있다.
임한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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