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슬금슬금 다가오는 남성의 갱년기

53세의 한 남자가 약 2년 지속된 피로감, 집중력 및 기억력 감소, 의욕 및 성욕 감소 증상으로 종합검진을 받았으나, 위염, 가벼운 지방간 소견 외에는 특이한 점이 없었다. 이 남성은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2년 전부터 일 처리가 늦어지면서 주변에서 ‘전과 달리 무능력해졌다’, ‘게을러졌다’는 말을 듣게 됐다. 또 머리가 맑지 않고 전신쇠약감도 있었다. 질병을 앓았던 경험은 없고 만성 피로에 대한 여러 치료도 받아왔으나 특별한 호전은 없었다. 그래서 남성갱년기를 의심했고, 남성호르몬 검사를 통해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하로 떨어져 있음을 발견하고 호르몬 보충요법을 시작했다. 4주 후에 머리가 맑지 않은 느낌이 없어졌고 의욕 및 성욕이 호전됐으며, 전신쇠약감 및 피로감이 약간 호전됐다. 4개월 후에는 업무능력과 집중력, 피로감, 전신쇠약감이 많이 호전되어 ‘예전의 건강하고 활동적이고 자신감 있는 자신’으로 돌아왔다.

 

남성은 40대 이후 노화에 따라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는데, 여러 원인으로 남성 호르몬 감소 속도가 일반적인 노화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되면 신체적 변화와 함께 정신적·심리적 상태 등에 변화가 일어난다. 여성은 갱년기 증상이 폐경을 전후하여 급격히 나타나지만 남성은 이러한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며, 개인차가 커서 본인 자신이 갱년기 증상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갱년기의 신체적 증상으로는 피로하고 무기력해지며, 잠이 잘 안 오고 식욕이 떨어지며, 관절통이나 피부위축 등이 생긴다. 정신적·심리적 증상으로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소, 우울감, 자신감 결여, 활동력 감소 등이 나타나고, 성적 증상으로 성욕 감소, 성 관심 감소, 발기부전 등이 나타난다. 혈관운동 증상으로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벌렁거리고 식은땀이 나게 된다. 또 배가 나오고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근력이 약해지며, 골밀도가 감소하고, 몸의 털이 빠지는 징후 등이 나타난다. 남성호르몬 결핍이 경미하거나, 최근에 발생한 경우에는 안면 모발과 체모의 성장장애가 뚜렷하지 않으나 오래 지속된 경우에는 안면모발과 체모가 감소하며 입과 눈가에 잔주름이 나타나고 수염도 잘 자라지 않아서 면도회수가 줄어들게 된다.

 

남성갱년기가 생기는 원인은 노화에 따른 호르몬 분비의 이상, 지속적으로 하는 지나친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 영양상태, 비만 및 만성질환 등이 있다. 40세 이상의 남성에서 젊은 사람의 정상적인 혈중 남성호르몬 농도보다 낮은 경우는 약 6~12%로 나이가 들수록 남성갱년기 유병률이 증가한다. 갱년기 증상이 있으면서 남성 호르몬 농도가 떨어져 있는 사람은 호르몬 보충요법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 체중관리, 금주(또는 적정량의 음주), 금연, 스트레스와 만성질환의 관리도 남성갱년기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시작하면 의욕 개선, 성욕 증가 등의 증상은 호르몬 투여 1~2주 이내에 호전을 보이지만 근육량 증가와 근력 강화효과는 약 4개월이 지나야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피로와 전신쇠약감은 점진적으로 좋아지다가 약 4개월이 지나야 뚜렷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은 근육의 증가와 근력 향상, 복부 비만 감소, 골절을 방지하는 골밀도 증가 뿐 아니라 성욕과 성기능에 유익하고 빈혈을 호전시키며 활력을 주는 장점이 있지만, 결국 남성갱년기 치료의 목표는 생리적 남성호르몬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하고 남성호르몬 결핍에 따른 증상들을 없애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광민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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