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순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국민소득 2만 불이 넘는 시대가 된 요즘, 우리는 과거 못살던 시대에는 병이라 생각하지 않던 질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성조숙증이다. 성조숙증이란 여아에서 8세, 남아에서 9세 이전에 사춘기가 발달되는 것을 말한다.
성조숙증의 발생빈도는 대략 5천 내지 1만명 중 1명 정도로 일반 소아질환에 비해 흔한 것은 아니지만 요즘 외래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부모의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특발성 성조숙증이 성조숙증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중추신경계 종양이나 난소의 종양같이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한 경우도 있다. 성조숙증은 나이에 비해 너무 빠른 초경과 조기 골단 융합에 의해 최종 성인 신장이 작아질 수 있으므로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원인들을 잘 감별하고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성조숙증의 치료는 원인질환, 연령, 조기 사춘기로 인한 정서적 혹은 정신적 영향 그리고 예상 성인 신장 등을 고려해서 시작한다. 만약 진단 당시 성인 예측키가 정상이라면 신장 문제로 인해 성조숙증을 치료할 필요는 없다. 유방 조기발육증과 음모 조기발생증은 치료가 필요없다.
다만 이들 질환을 확진하기 위해 사춘기 진행이 더는 없는지 3~6개월 간격으로 관찰해야 한다. 성조숙증 치료는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길항제(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과 같은 구조임)를 4주에 한 번씩 주사하여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분비를 감소시켜 사춘기 진행을 더디게 하는 원리를 이용해 치료한다.
부모들은 치료제의 부작용 여부를 가장 궁금해 하는데, 사실 모든 약은 조금이나마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부작용이 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보다 적으면서 우리 몸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경우에 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주사는 성조숙증 환자에게 근 30년 동안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모든 나라에서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사용돼 오고 있다. 부모 중에는 잘못된 정보를 듣고 이 주사를 부작용이 심한 항암제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 이 주사는 항암제가 아니다.
다만 유방암이나 난소암, 자궁암 등에서 치료 후 성선호르몬 작용을 억제하여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호르몬 보조제로 사용할 뿐이다. 또 부모 중에는 이 주사를 성조숙증이 아닌 정상 아이들이 맞아도 주사를 맞지 않았을 때보다 최종 성인키가 큰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만일 정상 소아에서 단지 키를 키울 목적으로 이 주사를 맞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의학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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