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대영 제국을 상징했던 빅토리아 여왕. 허리둘레가 46인치나 됐을 정도로 심한 비만이었고, 낮에도 자주 잠에 빠졌다고 한다. 젊었을 때 측정한 키가 157.4cm였고 짧은 목을 가졌던 것 등을 종합하며 여왕은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있었던 것 같다.
코골이는 기도가 좁아짐으로 인해 나타난다. 숨을 쉴 때 공기가 폐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데 코 입구부터 폐 사이의 기도에 좁은 부위가 있다면, 이 부위에서 빨라진 공기의 흐름 때문에 유동적인 부위가 떨리면서 소리가 나는 현상을 코골이라 한다.
결국 코골이는 하나의 증상이며, 기도 중 좁은 부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기도가 막힌 정도가 심해 10초 이상 숨이 끊어지게 되면 이를 무호흡이라 하게 된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모두 호흡량의 감소와 저산소증이 유발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면의 단절과 저산소증, 자주 깨는 수면구조는 자율신경계의 교란을 일으켜 심혈관계 합병증 및 인지기능의 저하를 초래한다. 따라서 코골이, 수면 무호흡은 단순한 소리의 문제가 아닌 전신질환임을 인식해야 한다.
심한 코골이 증상이 심장발작, 뇌졸중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결과로 밝혀졌다. 한 연구한 결과,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들은 심장발작을 일으킬 확률이 코를 골지 않는 사람에 비해 34%나 높았고, 뇌졸중 발작을 일으킬 확률은 67%, 고혈압이 발생할 확률은 40%나 높았다. 다른 연구에서도 무호흡 및 저호흡이 심하게 나타날수록 뇌졸중이나 심부전증과 같은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함께 높아진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심혈관계 질환 이외에도 수면 무호흡증 환자의 경우 졸음운전 및 교통사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3배나 높아진다.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의 진단을 위해서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한다. 수면다원검사는 잠을 자는 동안 뇌파, 안구 운동, 근육의 움직임, 입과 코를 통한 호흡, 코골이, 흉부와 복부의 호흡운동, 동맥혈 내 산소포화도, 심전도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며, 동시에 수면 중 환자의 행동을 비디오로 기록하게 된다. 또한 입과 코를 통한 호흡을 측정하여 환자가 정상적으로 호흡을 하는지 숨을 멈추는 무호흡을 보이는지도 알 수 있다.
무호흡은 잠을 자는 동안 숨을 쉬지 않는 시간이 10초 이상 지속될 때로 정의되고, 한 시간에 5회 이상 무호흡, 저호흡이 관찰되면 수면 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수면 무호흡증 환자들은 자는 동안 몇 차례 숨이 끊어진다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흔한데 실제 수면다원검사를 하면 한 시간에 수십 차례 호흡 장애가 관찰된다. 자는 동안 100번 이상 호흡장애가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수면다원검사를 통해서만 수면 무호흡증의 유무와 정도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치료는 압축된 공기를 코로 넣어 기도가 좁아지지 않게 하는 양압기 치료를 주로 하며 편도선 등이 심할 경우와 해부학적 이유로 상기도가 좁아져 있는 경우 이를 넓혀주는 수술이 널리 사용된다.
홍승철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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