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만성콩팥병

 

51세 김씨는 심한 두통과 구역질, 몸이 붓는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에 방문했다. 김씨는 수축기 혈압 180, 이완기 혈압 100으로 매우 높은 상태였으며, 양다리와 발이 부어있어 손으로 누르면 손자국이 났다.

평소에도 많이 피곤하고 두통과 속이 미식거리는 증상이 가끔 있었으며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부은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회식이 잦은 터라 과음 후 있을 수 있는 증상으로만 생각했다.

수년 전부터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다는 소견과 단백뇨가 있고 신장기능이 떨어져 있으니 신장내과 정밀진찰을 받아보라고 권유받았으나, 별다른 불편증상이 없는데다가 일로 바쁘게 살아오던 터라 병원 방문을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김씨는 만성콩팥병의 최종단계(5단계)인 말기신부전으로 진단됐으며, 평생을 신장이식 치료 ?는 투석 치료가 필요하게 됐다.

콩팥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진 노폐물과 과다한 수분을 제거하는 기능을 주로 담당한다. 이외에도 혈액 내 전해질 농도의 유지, 체내로 들어온 약물과 독소의 제거, 혈압 조절, 적혈구 생성과 연관된 호르몬 생성, 비타민 D 활성화의 기능을 한다. 이러한 콩팥의 기능이 만성적으로 감소된 상태가 김씨가 앓고 있는 만성콩팥병이다.

만성콩팥병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콩팥이 손상돼 콩팥 기능이 오랜 시간을 거쳐 감소된 상태로서 병이 진행돼 콩팥기능이 많이 감소하면 노폐물과 수분이 우리 몸에 많이 쌓이게 되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몸이 여러 곳에 부종이 생기며 혈압이 올라가고 빈혈이 생기며 뼈가 약해지게 된다. 구역질, 구토, 식욕 감소, 피로감, 전신쇄약감 등을 호소하게 되고 밤에 다리에 쥐가 잘 난다. 피부가 건조하고 가려우며 초기 만성콩팥병에서는 밤에 소변을 자주 보고 거품뇨가 있으며 말기신부전상태에서는 소변량이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초기 만성콩팥병에서는 이러한 증상들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콩팥기능의 감소와 이로 인한 노폐물과 수분의 축적은 오랜 시간을 거쳐 일어나고 우리 몸은 이에 대해 점차 적응해 나가기 때문에 만성콩팥병이 많이 진행되어 콩팥기능이 많이 감소한 말기 신부전상태에 이르기 전까지 환자는 별다른 불편과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고 말기신부전 상태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방문하게 된다.

또한 만성콩팥병과 고혈압의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중풍, 말초 혈관 질환 등 심혈관계 질환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콩팥기능이 감소하며 할수록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성은 현저하게 증가하게 된다.

만성콩팥병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 사람은 당뇨병, 고혈압, 고령, 가족 중에 신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며, 만성콩팥병의 존재여부는 혈압 측정, 소변검사로 단백뇨의 측정, 혈액검사로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 검사 등 간단한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만성콩팥병은 최근 성인 10명에 1명의 빈도로 발생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되어가고 있다. 만성콩팥병은 콩팥기능이 약간 감소한 초기상태에서부터 말기신부전 상태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데 일단 콩팥기능이 감소하면 다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김형욱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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