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양서고교 학생들, 미군들에게 사물놀이 전수 '눈길'

“Samulnori is music played on the four basic Korean percussion instruments(사물놀이는 한국의 기본적인 전통 타악기로 연주됩니다).”

지난 27일 오후 벽안(碧眼)의 군인 20여명이 양평군 양서면 용담리 양서고등학교 체육관을 찾았다.

서울 용산 소재 미군 헌병참모부와 인접 부대인 14헌병대 등에 근무하는 이들은 이날 카바나 대위의 인솔로 학교를 방문, 어경화 교사(50·여)로부터 설명을 듣고 사물놀이 동아리인 ‘소리나래’ 학생들과 바닥에 앉아 1대1로 장구 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들의 방문은 이 학교 17회 졸업생으로 카투사로 근무하고 있는 정상근 일병(23)의 소개로 이뤄졌다.

미군들은 처음에는 제대로 박자를 맞추지 못해 어색해 했지만 동생뻘 되는 학생들의 친절한 가르침에 이내 고개를 끄덕거리기 시작했으며,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제법 익숙한 손놀림으로 장구를 두드렸다.

이들은 흥에 겨워 어깨춤을 추는가 하면, 어떤 병사는 “얼쑤”를 외치며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특히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출신인 브래드포드 하사가 자신의 네살바기 딸 미야와 함께 진지하게 장구를 배우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브래드포드 하사는 “처음에는 리듬이 낯설어 어색했는데, 금방 배울 수 있었다”며 “어린 딸도 아빠가 장구 치는 게 재미있는지 칭얼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카바나 대위도 “학교 측의 배려로 한국의 전통악기를 배울 수 있어 행복하다”며 “이를 계기로 한국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최정윤양(17·여)은 “오빠같은 미군 아저씨들에게 사물놀이를 가르쳐 주다 보니 서툴렀던 영어도 많이 나아진 것 같다”며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를 알려줄 수 있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권진수 교장은 “앞으로도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 학생들의 다양한 방과후활동은 물론 인성교육도 업그레이드된 명문 학교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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