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는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말로 자신과 상대방의 상황을 잘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탈모 환자를 대하게 되면 본인의 탈모 원인을 잘못 파악하고 잘못된 광고에 현혹되어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탈모는 비정상적으로 머리털이 많이 빠져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 머리숱이 적어지거나 부분적으로 많이 빠져 대머리가 되는 것을 말하며 탈모로 인해 야기되는 상태를 탈모증이라 한다.
탈모인지 스스로 진단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머리카락 모으기’다. 하루 50∼70개는 정상적으로 빠질 수 있는 휴지기 모발이다. 3일간 머리카락을 모아 하루 평균 빠지는 양을 계산해보면 빠지는 양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하루 빠지는 머리카락의 양이 100개 이상이라면 적극적인 탈모 치료가 필요하다. 둘째 ‘머리카락 당겨보기’다. 20개의 머리카락을 잡고 위로 당겨본다. 5개 이상 빠진다면 탈모를 의심해볼 수 있다. 셋째 ‘이마선 확인해보기’다. 남성은 M자형 탈모가 시작되면 헤어라인이 뒤로 후퇴하게 된다. 과거의 사진과 비교해 보면 이마선의 후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남성형 탈모(대머리)는 개인이 가진 유전적 소인이나 남성호르몬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성별에 관계없이 청소년기 이후에 발생하고 일반적으로 20대 중반부터 탈모가 시작되는데 생리적으로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 머리숱이 줄게 되면서 탈모가 진행된다.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 서구식 생활 습관, 지루성 피부염과 같은 두피의 습진 등도 탈모를 유발하는 부수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탈모 치료제로 먹는 약(전문 의약품)을 복용하면 10명 중 9명에서 치료 효과(진행이 멈추는 것 포함)가 나타나고, 바르는 약 역시 30~40%의 발모 효과를 보일 수 있다. 다만 치료를 꾸준히 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먹는 약의 효과는 복용 후 3∼6개월이 지나면 탈모 진행이 느려지는 것이 느껴지고, 6∼12개월 지나면 모발 재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복용 후 12∼24개월에 모발 외관이 지속적으로 개선됨을 느낄 수 있다.
탈모 치료제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있는데, 경구용 탈모 치료제가 부작용이 많고 특히 성욕을 감퇴시킨다고 알려져 이 때문에 치료 적기를 놓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실제로 경구용 탈모 치료제가 미미하게 성욕 감퇴 부작용을 보일 확률은 2% 미만에 그치며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자연스레 해소된다. 또 샴푸나 헤어크림의 경우 사용목적이 건강한 모발 유지에 있기 때문에 눈으로 확인할 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탈모는 시작했다고 생각되는 순간 바로 치료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탈모 초기 단계에는 바르거나 먹는 약으로 발모효과를 볼 수 있지만, 심하면 자가 모발이식술을 고려해야 한다. 모발 이식 수술은 뒷머리 부분에서 모발 채취, 절개 부위 봉합, 모낭분리, 분리된 모낭 심기의 네 단계로 진행된다.
장용현 아주대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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