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갑’은 제습기 제조업체인 S회사에 입사해 6년간 근무하다 퇴직했는데, 퇴직한 날로부터 20일 후에 자신의 부친의 집에서 양치질을 하던 중 쓰러져 대학병원으로 후송돼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막하 출혈, 뇌수두증’의 진단을 받고 수술 및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렇게 ‘갑’과 같이 퇴직한 후 20일이 경과된 후 질병이 발병한 경우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산재로 인정돼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근로업무를 수행 또는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해 몸을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 등에는 이를 산재라고 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해 보상을 받는다.
이렇게 산재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① 근로자의 행위가 업무수행행위이거나, 그 업무수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 하고 ② 이러한 근로자의 행위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갑’과 같이 퇴직한 후 20일이 경과한 후 발병한 경우에는 직장에서 퇴직했으므로 산재보상을 받기 위한 위 ①, ②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과연 산재보상을 받을수 있는지가 크게 문제가 된다.
위 ‘갑’의 경우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결을 하였다.
S회사의 대표이사는 원래 H산업에서 근무하고 있던 ‘갑’을 스카우트하여 회사의 영업,생산, 관리 등 업무 전반을 지휘, 수행하도록 하는 등 두터운 신임을 보내면서 향후 공장이 신설되면 공장책임자로 임명하겠다는 언질까지 주었다. ‘갑’은 대표이사의 신임하에 업무 전반을 지휘, 수행하는 등 열심히 근무하였는데, 그 후 대표이사는 공장이 완공되자 자신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제3자를 관리이사로 채용하여 공장책임자로 임명하였고, 점차 ‘갑’에 대한 대우를 소홀히 하였다. 이에 ‘갑’은 크게 실망한 나머지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고, 퇴직을 한 후 진로에 관하여 줄곧 고민해 오던 중 양치질을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지게 되었다. 한편 ‘갑’은 약간의 고혈압 증상이 있는 외에는 별다른 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갑’은 S회사에서 대표이사의 신임하에 업무 전반을 열심히 수행하여 왔고 또 공장책임자로 임명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가 그러한 기대가 무산되고, 점차 대표이사의 신임도 잃으면서 업무상의 스트레스가 누적된 끝에 그 심적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퇴직을 하게 되었고, 퇴직 후에도 진로가 정해지지 않아 많은 고민을 함으로써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하였을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갑’의 이 건 질병은 위 회사에서 수행한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갑’에 대한 산재보상을 인정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3구단1410판결, 대법원 2005두7020 판결).
위 판결은 퇴직 후 질병이라도 그 발병 원인이 퇴직 전 직장에서의 근무에서 받은 스트레스 등과 관련이 있을 때는 산업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음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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