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는 갑의 재산인데, 상호 합의하에 그 이름만 을로 해두는 경우가 흔히 있다. 예컨대 어느 아파트의 실제 소유자가 갑인데 여러 이유에서 등기부의 명의만 을로 해두는 것으로 이를 명의신탁이라 한다.
명의신탁과 관련해서는 민사, 형사, 행정상의 여러 가지 법률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명의신탁으로 인하여 세금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갑이 친구인 을에게 부탁하여 자신의 고급 외제승용차의 명의만을 을로 등록하였다고 하자. 이 경우 갑은 말 그대로 을의 이름만을 빌린 것일 뿐, 그 자동차를 을에게 공짜로 준(증여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우리 세법(상속세및증여세법)은 갑이 자동차를 을에게 증여한 것으로 처리해 버린다. 즉 세법의 세계에서는 을은 자동차를 공짜로 받은 수증자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을은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러한 법리를 일컬어 ‘명의신탁의 증여의제’라 한다.
이러한 법리를 모르는 을로서는 황망할 수밖에 없다. 즉 자신은 친구의 부탁으로 자동차등록원부에 이름만 올렸을 뿐, 그 외제자동차를 구경조차 해 본 적도 없는데, 그에 대하여 세금까지 내야 하는 상황에 몰리기 때문이다. 이런 불합리가 있어 위 규정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현행법은 이렇게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본래 세법이 명의신탁을 증여로 의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조세회피를 방지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위 명의신탁에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우리 법은 명의신탁에는 일단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위 사례에서 외형상 자동차의 소유자로 등록된 을이 여러 자료를 동원하여 ‘조세회피의 목적을 가지고 명의신탁을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여야만, 증여세를 내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갑이 을의 승낙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어떤 재산을 을의 명의로 해 두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는 물론 명의신탁이 아니기 때문에, 을이 증여세를 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우리 판례는 ‘을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갑이 일방적으로 을의 명의로 등기 등을 하였다는 사실’을 을이 입증하는 경우에만 을이 증여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한다. 즉 우리 판례는 갑이 실질적인 거래 없이 어느 재산의 명의를 을로 해 두었다면, 이를 명의신탁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는 셈이다.
한편 우리 법은 명의신탁의 증여의제에 있어 중대한 예외를 설정하고 있다. 그것은 토지와 건물을 증여의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이다. 이로써 증여의제 규정이 현실에서 실제 적용되는 범위는 상당 부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비록 토지와 건물은 명의신탁이 이루어져도, 세법에 따른 세금을 내지는 않지만, 부동산실명법에 따른 형사처벌과 과징금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감수하여야 한다. 이래저래 우리 법은 명의신탁 행위를 달갑지 않게 보고 있으므로, 함부로 명의신탁을 진행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일이다.
법무법인 마당 변호사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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