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대국민담화 초강수 압박에 민주 “국회 무시” 강력 반발… 여전히 입씨름만
정치권이 정부조직법 처리를 놓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야가 무기력증에 시달리면서 정치가 실종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청와대와 민주통합당이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하고 있지만, 집권 여당은 숨을 죽이고 청와대만 바라보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 제출된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여야가 여전히 입씨름만 하고 있는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양보한 만큼 통과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야당 인사들을 만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데 실패했다.
정부조직개편 협상에서 새누리당의 역할은 박근혜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법안 처리’ 입장을 밝히자 지도부도 강경입장으로 돌아섰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통과의 책임을 진 이한구 원내대표가 강경한 자세다. 황우여 대표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원내대표는 방송진흥부문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등 핵심 사안에 대해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압박하자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 무시’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조직개편 문제는 결국 정부조직법 개정의 문제다”며 “청와대의 최근 행태는 국회와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도 무조건적 반대보다는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 애초부터 새누리당 지도부와 협상보다는 박 대통령과 대화를 통한 타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는 여야 지도부의 정치 부재에서 나온 것이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지난달 27일 “새누리당이 역동성을 갖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보는 순간 국민에게서 버림받게 될 것”이라며 “지도부는 야당만 설득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도 설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전히 새누리당의 ‘협상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 시한을 못박으며 압박의 강도만 높였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하며 ‘여론전’을 통해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상황이 매우 급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야당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양측의 결단만 기다리고 있다.
여야 간 협상에서 새누리당은 더 양보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조직개편 협상은 앞으로도 청와대와 야당의 ‘양자대결’ 구도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강해인기자 hik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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