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는 대규모 쇼핑몰 사업자와 사이에 위 쇼핑몰 내의 점포에 관한 임대분양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체결에 사용된 임대분양계약서는 위 사업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에 의해 미리 마련해 둔 것이었고, 위 임대분양계약서상에는 ‘사업자가 상가운영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특별한 절차나 제한 없이 상가건물 내의 각 층별로 지정된 업종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임차인에게는 이러한 업종변경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이의제기 등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조항이 삽입돼 있었다.
그후 위 사업자가 위 조항에 근거하여 각 층별로 지정된 업종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경우 그로 인해 침해를 받은 임차인 A는 이를 감수해야만 할까.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해 둔 계약서를 ‘약관’이라고 한다. 임차인인 A가 쇼핑몰 사업자와 사이에 임대분양계약을 체결할 때 사용한 임대분양계약서도 약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대부분의 일상거래에 있어서 약관의 사용은 보편화됐다. 다수의 거래를 하는 사업자가 약관을 만들어 비치해 두고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계약체결에 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관을 이용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사업자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자기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고객에게는 불리한 조항을 삽입하게 되는데, 고객은 이러한 조항을 간과하기 쉽고, 설혹 알았다 하더라도 개별적인 협상을 거쳐 그와 같은 조항을 수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불공정한 약관조항을 무효로 하는 소비자보호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은 불공정한 약관조항으로 추정한다.
위 사례의 경우와 같은 약관조항도 임차인 A의 영업상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되어 무효라고 볼 여지가 있다. 대법원도 위 사례와 유사한 사안에서, ‘업종제한의 결과 각 층별로 지정된 업종에 한하여 영업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일정한 영업상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영업상의 이익이 사업자의 일방적인 업종변경으로 침해되더라도 임차인으로서는 이를 감수해야 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임차인의 영업상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위 약관조항은 법 제6조 제2항 제1호의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두3734 판결 참조). 따라서, 임차인 A는 사업자의 일방적인 업종변경으로 받은 침해에 대한 적절한 권리구제절차를 취할 수 있다.
박순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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