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경기도립극단 ‘외톨이들’

수척한 인생, 야위어만 가는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

1일 43명, 30분에 1명꼴. 대한민국에서는 하루에 43명, 거의 30분에 1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문제는 해마다 자살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이렇게 처참한 상황에서 경기도립극단의 영상음악극 ‘외톨이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3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소극장에선 ‘자살’이라는 사회적 문제와 사춘기 청소년들의 삶의 문제를 다루고자 기획한 ‘외톨이들’이 첫선을 보였다.

‘외톨이들’은 경기도립극단(예술감독 고선웅)과 경기광역정신증진센터(센터장 김현수)가 정신건강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로 준비한 작품으로 ‘제7회 G-mind 정신건강연극제’ 초청작이기도 하다.

솔직히 청소년 자살 문제는 연극 소재로는 뻔한 이야기다. 기존에 많은 작품에서 계몽적인 목적에만 충실한 나머지 ‘죽지 말고 희망을 갖고 살자’라는 메시지만 무식하게 강요해왔다.

그러나 ‘외톨이들’은 달랐다. 연극적 재미와 희망의 메시지가 잘 버무려진 ‘웰메이드 정신건강 연극’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게이 아빠 ‘현상’이 집을 나가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씩씩하게 살아가는 18살 여고생 ‘기쁨이’, 기쁨이의 집에서 얹혀사는 단짝 친구 ‘소라’, 그리고 기쁨을 좋아하지만 고백은 못하고 주변만 어슬렁거리던 ‘지호’, 유기농 빵을 만들어 돈을 모으면 성형을 하고 싶어하는 ‘털녀’ 민지와 ‘토끼’ 이슬이 등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안한 존재다.

불안한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관계를 ‘단정’ 짓는 나쁜습관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고민은 새털처럼 가볍고, 내 고민은 바위처럼 무겁다고 아우성 친다. 이들은 ‘노숙자’를 만나면서 삶의 희망을 노래한다. 외톨이들이의 수척해진 인생, 야위어만 가는 인생은 춤과 노래, 재치 넘치는 대사로 융통성있게 표현됐다.

작품마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연극계의 지드래곤’ 고선웅 예술감독의 연출과 젊은 배우들의 연기호흡이 좋아 ‘자살’ 이야기가 거꾸로 ‘살자’로 강하게 다가온다. 공연은 오는 7월 13일까지 경기도내를 순회공연한다. 문의 070-7119-0881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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