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사정이 변경되었을 경우 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가?

매수인인 갑 회사는 주택건설사업을 하기 위해 국가로부터 토지를 매수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매매계약이 체결된 후에, 지방자치단체인 시가 매수한 토지를 포함한 일대의 토지에 공원을 설치하는 계획을 결정해 고시했다. 이에 따라 갑 회사는 사실상 주택건설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

또 다른 사례를 보면, 매수인이 제주시로부터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토지를 건축이 가능할 것으로 알고 시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토지를 매수했는데, 제주시가 다시 공공공지로 지정하고 그 개발계획에 따라 그 토지를 수용하게 되었다.

이렇게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에 중요한 사정변경, 즉 건물을 짓기 위해 토지를 매수하였는데, 사정이 변경되어 건물을 짓지 못하게 되었을 때,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공평 차원에서 본다면, 매수인이 아무런 잘못 없이 이렇게 사정변경이 되어 매매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계약 해제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함부로 계약해제를 인정한다면 계약이 지켜질지 여부가 불확실하게 되어 거래의 안전을 해치게 된다.

법원은 공평보다는 보다 더 거래의 안전에 무게를 두어, 이 건과 같은 사정변경의 경우에 원칙적으로 계약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 판결(2007.3.29.선고 2004다31302 판결 ; 2012.1.27.선고 2010다85881판결 등)은,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제도는,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의 변경이 발생했고, 그러한 사정의 변경이 해제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계약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위에서 본 사례들에 대해 “‘토지매매계약 체결 후 관련 법령의 개정 등으로 인해 새로운 건축상의 제한이 생기거나 기존의 건축상의 규제가 없어질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고, 그와 같은 위험은 통상적으로 거래상 매수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해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뒤에 나온 사례의 경우는 지방자치단체인 제주시가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토지를 매매한 후에, 다시 공공공지로 지정함으로써 수용당하게 된 경우이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매수인의 계약해제를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도, 이런 경우도 계약해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법원 판례는, 부동산 매매계약에 관한 한 매매계약체결 후 건축할 수 있는 상태의 토지가 행정적 규제 등의 변화로 건축할 수 없는 상태의 토지가 된 경우 등과 같이 계약체결 후에 사정이 변경되는 경우에 이를 이유로 한 계약해제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측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약조항에, ‘이 토지는 건축을 하기 위해 매수하는데, 계약일로부터 몇 년(그 기간은 1년 내지 3년 등이 될 수 있다)내에 행정규제 등으로 건축할 수 없게 될 때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의 특약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재철 법무법인 마당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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