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창작뮤지컬 ‘해를 품은 달’

한국 전통문화 생동감있게 살려 차별화… ‘음악의 혼돈’ 아쉬워

용인문화재단은 지난 8일 ㈜쇼플레이, ㈜이다엔터테인먼트와 공동주최로 포은아트홀에서 창작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을 초연했다.

이날 공연은 지역문화재단이 전국에서 처음 ‘뮤지컬을 처음 만나는 공연장’으로 자리잡겠다는 전략이 통한 듯 첫 공연에 800여명의 관객이 몰렸다.

인터미션에는 전문가적 평가를 나누는 공연계 종사자, 언론인, 뮤지컬 마니아 등이 큰 관심을 보였다.

인기 소설과 드라마를 뮤지컬로 재창조한 해품달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속에서 한국 특유의 문화를 발현했다. 천연염색 조각보 이미지의 무대막과 그 한가운데서 해를 품은 달 모양의 비녀 이미지가 검은 비단에 사라지는 영상은 전통적 매력을 발산하겠다는 연출 의도를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실제로 상연 내내 조명과 의상, 긴 천이 달린 부채와 같은 각종 소품 등을 통해 전통 특유의 아름다운 색감을 선보였다. 탈춤, 붓글씨, 시조 등 전통문화를 극 곳곳에 풀어내 외국 뮤지컬과 차별화했다.

총 20부작 드라마를 짧은 호흡의 무대극으로 옮기면서 스토리에 대한 적절한 선택과 집중도 돋보였다.

뮤지컬 해품달은 조선시대 권력 다툼과 무속신앙, 얽히고 설킨 사랑이야기 대신 순정파 왕 ‘이훤’과 세자빈이자 액받이 무녀인 ‘연우’의 운명적 사랑에 집중했다. 이에 주연배우의 흡인력은 더 중요해졌는데, ‘헤드윅’과 ‘라카지’에서 능청스러우면서도 진지한 여장남자를 소화해왔던 배우 김다현은 익살스러우면서도 애달픈 사랑을 간직한 왕에 몰입해 관객을 매료시켰다.

문제는 뮤지컬의 가장 강력한 힘이었어야 할 ‘음악의 혼돈’이었다.

잦은 변조에 재즈ㆍ트로트ㆍ가요ㆍ민요 등 다양한 장르음악풍의 뮤지컬 넘버가 뒤섞여 오히려 관객의 감정이입을 방해했다.

뮤지컬의 사전적 정의는 ‘현대 음악극의 한 형식’으로, 그만큼 음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제 첫 발을 뗀 해품달이 장수공연물이 되기 위해선 음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이 공연은 포은아트홀에서 오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7월6일부터 31일까지 이어진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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